슬기로운 기독청년의 인문학 맛집, 아볼로스투디움
슬기로운 기독청년의 인문학 맛집, 아볼로스투디움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0.08.2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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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볼로스투디움]을 이끄는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이강일 소장

[뉴스M=황재혁 기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전까지, 한국사회에서는 [트레바리], [교보북살롱]과 같은 유료독서모임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독서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유료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져갔다. 그러나 이에 반해 한국교회 안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그것과는 아직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기독교인이 깊은 신앙을 바탕으로 더 넓은 인문학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한국교회에 부재하였기에, 인문학에 관심 있는 기독교인은 그 배움의 욕구를 교회 안에서 충족시키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인문학이 자칫 신앙에 대한 회의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목회자의 근본적 두려움이 한국교회 안에서 인문학 담론이 확산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에서 매 학기마다 진행하는 [아볼로스투디움]은 한국교회가 인문학을 바라보는 두려움을 넘어, 한국교회가 인문학과 함께 더 풍성하게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독지성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기독청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아볼로스투디움]이 10기를 모집하고, 오는 28일에 집중강좌를 시작으로 14주의 지적여정을 시작한다. 그래서 본지는 [아볼로스투디움]을 이끄는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이강일 소장을 만나 [아볼르스투디움]과 복음주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소장은 1993년부터 IVF 캠퍼스 간사를 시작으로 청년사역에 뛰어들었고,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한국학중앙학연구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면서 김포의 사랑하는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아볼로스투디움] 10기 홍보 포스터(사진=한국복음주의운동 연구소 제공)
[아볼로스투디움] 10기 홍보 포스터(사진=한국복음주의운동 연구소 제공)

 

Q [아볼로스투디움] 10기를 맞이하는 소감과 기수 선발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지금까지 [아볼로스투디움]이 계속되어서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매학기 [아볼로스투디움]을 진행하며 청년사이에서 인문학 공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은 소수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지성운동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지성운동을 지향합니다. 매년 1학기 씩 진행을 하기 때문에 2월과 8월에 지원자를 모집하고 약 10명을 선발합니다. 2016년 2월부터 시작했으니 현재 10학기 째입니다.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아볼로스투디움]에 지원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어떤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까?

A 비인문학 전공자와 직장인의 참여와 관심이 높은데요. [아볼로스투디움]이 주로 인문학 대학원에 갈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엘리트 교육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요. 실제 참여하는 분들은 그런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글 잘 쓰고 싶고, 똑똑해지고 싶고, 인문학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자기생각을 찾아가고 싶은 청년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아볼로 출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기 동네 칼럼니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 주보, 잡지 등에 자기가 소화한 이슈를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설득력 있는 글쓰기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폴 리쾨르가 말하는 ‘제2의 순진함’으로 신앙고백을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대합니다. ‘제2의 순진함’은 근본주의처럼 인문학을 거부하고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이 있는 인문학 공부를 거치고 나서도 순수한 신앙고백을 이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아볼로스투디움]을 통해 제2의 순진함에 도달한 순전한 그리스도인을 키우고 싶습니다.

Q [아볼로스투디움] 10기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됩니까? 이전 기수의 커리큘럼과 변동이 있나요?

A [아볼로스투디움] 10기는 신, 인간, 사회, 자연의 영역에서 근대와 포스트모던 정신을 담은 1차 자료를 공부한다는 원칙 아래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푸코의 [비판이란무엇인가? 자기수양], 제임스 스미스의 [왕을 기다리며] 이렇게 4권을 공부합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은 1권의 책을 해설-발제-합평의 순서로 약 3주 동안 소화합니다. 해설은 그 분야 전문가의 강의를 듣습니다. 발제는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합평은 자기 맥락 위에 저자의 생각을 배열하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입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은 안전한 합평에 있습니다. 글을 읽고 10초 간 열렬히 박수를 칩니다. 자기 글을 낸 것만으로 축하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로고스서원]의 김기현 목사에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격려와 질문으로 피드백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고정된 글쓰기 패턴을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은 강사의 비중보다 학생들의 교육관여도가 훨씬 높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 학습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는데요. 한 수료생은 이 학습과정이 예배와 같았다고 했습니다. 참 반가운 후기였습니다. 자칫 지성활동이 예배와 무관하고 건조한 것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나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볼로스투디움] 10기 도서(사진=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제공)
[아볼로스투디움] 10기 도서(사진=한국복음주의운동 연구소 제공)

 

 

Q 아볼로라는 이름은 어떤 배경에서 처음 사용되었나요? [아볼로스투디움]에서 강조하는 지적전통은 무엇입니까?

A 아볼로는 사도행전에서 ‘성경에 능통한 자’(행18.28)로 알려진 유대인 전도자입니다. 아볼로는 헬라문화권에서 자라 헬라 학문을 배우고, 유대인으로서 구약에 정통하였으나, 브리스길리와 아굴라를 통해 그리스도는 예수라고 고백하게 된 사도이며 고린도 교회의 지도자입니다. 저는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교수의 성경공부교재 시리즈명에서 아볼로를 처음 발견했습니다. 지성사역에 가장 부합하는 성경인물이 아볼로라고 생각햅니다.

저는 십여 년 전부터 한국 사람들의 생각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부하는 분들은 일찍 체감을 했겠으나 제가 실감한 것은 좀 늦었습니다. 큰 변화란 근대정신이 해체되고 포스트모더니즘이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대 기독교가 근대정신과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입니다. 근대정신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근대정신이 다른 존재인양 세속성으로 몰아붙이고, 포스트모더니즘은 종교다원주의로 치부하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서구사상에 조예가 깊은 기독교 인문학자 김용규 선생은 기독교 신학이란 ‘히브리 계시와 그리스 철학이 만나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기독교 전통이란 당대의 사상문화와의 상호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독교가 항상 세상에 가르칠 게 있다고 보는 것은 서구 기독교의 지적 오만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학자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 만 아는 사람은 단지 그 종교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습니다 .

그래서 [아볼로스투디움]의 기독지성사역은 두 가지 강조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문학 정신과 언어를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학습자의 지성능력의 개발입니다. 지성능력의 개발이란 논리적 글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기독지성운동은 유명학자들이 주도하면서 그들의 주장을 듣는 것 혹은 그들이 알려준 기독교세계관 규칙을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목표는 지성능력 다시 말해 비판과 상상의 능력을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생각하며 신앙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양성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은 최대 오십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복음주의 정신을 공유하는 이들의 연합과 복음주의 청년 지성인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Q 근래 들어 대학생선교단체 사역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IVF의 상황은 어떤지, [아볼로스투디움]도 이에 영향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A 근대사회에서 대학은 사회의 엘리트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을 감당했습니다. 그래도 중세 자유학문 전통이 대학에 남아있어 비판적 지성도 키울 수 있었죠. 한국도 80년대까지, 특히 80년대는 대학생 수가 급증하고, 사회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기능하면서, 선교단체의 기독선교운동도 함께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위기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돌파하려고 하면서, 대학 간 순위경쟁의 심화되고, 산업수요에 맞는 실용적 학문이 강조되면서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시공간이 거의 사라져왔습니다. 80년대의 선교조건은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일시적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IMF 금융위기와 대량실업사태,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 등이 겹치면서 기독교 선교 환경은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요인들에 대응하는, 혹은 학생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대안을 만들어 선교단체도 대학생 선교를 해왔지만, 대증처방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변화를 감지하는 데 우리의 성찰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지금 당면한 선교적 어려움은 현대 기독교가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 전부터 세계 사상계는 탈근대를 위한 근대정신의 해체를 외쳐왔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정신과 근대정신과 결속된 현대기독교는 어울리기 힘든 것입니다. 기성세대가 의지하는 사상적 토대인 근대정신을 새로운 세대는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시, 공간에 있지만, 생각의 문법이 다른 존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세대가 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체득하고는 있지만 지성적으로 성찰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입니다. 기존 기독교를 이해할 여지도 없이 이질감은 깊어가는데, 아직 새로운 기독교의 대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나안 신도의 급증도 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사태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은 전통적인 사역이 아니고, 지성사역이다보니 어려움의 종류가 조금 다릅니다. 일단 변동의 원인인 근대정신을 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돕겠다고 표방했고 거기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통적 신앙과 선교방식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이들에게 새로운 언어와 생각하는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볼로스투디움]을 이끌며 복음주의에 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이강일 소장(사진=황재혁 기자)
[아볼로스투디움]을 이끌며 복음주의에 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이강일 소장(사진=황재혁 기자)

 

Q [아볼로스투디움]은 [IVF 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연구소에서 [아볼로스투디움] 외에 어떤 사역을 병행하고 있습니까? 향후 추진하고 싶은 사역이 있는지요?

A 원래 이 연구소는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 진영에게 도움을 주는 연합지원 사역과 연구, 교육을 표방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5년 전부터는 현재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왔습니다. 바로 기초교육과 기초연구입니다. 연구도 요구받는 주제에 대한 연구 작업을 병행하기는 하지만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교육입니다. 그것이 [아볼로스투디움]입니다. 스투디움도 주말팀(6개월과정), 월요팀(3개월), 목요오전팀(1년). 금요저녁팀(1년) 혹은 학생반, 일반반, 직장인반, 기독사역자반으로 나눠서 진행해왔습니다. 개별연구자의 논문개별지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 홍보와 지성운동 보급을 위해 ‘복팟’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 중입니다. 주로 책나눔, 책소개를 중심으로 해왔습니다.

[아볼로북클럽]을 통해서는 기초연구를 진행합니다. 연구자, 일반, 학생 등 다양한 북클럽 모임을 통해 독서모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성과를 누적시키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발제와 서평을 쓰도록 안내하면서 강독능력과 저술역량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결국엔 연구와 교육이 가능한 학교 구조를 만들어 IVF 등 복음주의 단체와 그리스도인을 위한 학생, 일반, 연구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학교구조 속에서만 교수와 학생들을 만날 수 있고, 또 그들 중에 탁월한 연구 인력이 유익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아볼로스투디움]의 교육 작업은 이러한 학교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한 선행 교육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학습자의 수요, 학습자의 반응, 좋은 교과서 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복음주의 신앙을 고백하는 인문학도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장학사업을 통해 기독교인이 일반 대학교의 인문학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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