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회가 가능할까?
[칼럼]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회가 가능할까?
  • 뉴스M 편집부
  • 승인 2020.08.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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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교수, 기독교와 교회 페러다임 변화 받아들이는 새 교회 모델 강조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광화문 집회 이후 확진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책임론과 비판이 쏟아진다. 교계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이를 두고 다양한 견해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서울대 우종학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 글을 남겼다. 이번 사태를 겪은 이후의 한국교회에 대한 조언과 전망을 내놓은 우 교수에게 허락을 받아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사랑제일교회와 코로나이미지 합성)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사랑제일교회와 코로나이미지 합성)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 세뇌되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따지고 보면 지역교회의 구조적 문제가 많습니다.

1. 우선은 성경과 신앙을 가르치는 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목회자가 주로 교육의 역할을 맡는데 신학교에서 3년간 목회자 과정을 공부했다고 해도 신학을 어느정도 배우고 성경을 해석해서 교인들에게 가르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신앙은 단지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가정과 직장, 교육, 경제, 국제관계,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목회자가 전문성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2. 종종 목회자들은 마치 모든 면에서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릇된 강박이나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목회자는 교인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교인들과 함께 신앙생활하는 공동체의 멤버일 뿐이며 그의 역할은 설교를 통해서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고 신앙을 독려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목회자 중심주의 혹은 목회자가 마치 하나님과 성도 간의 다리를 놓는 주술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3. 목회자를 당회장이라고 부르며 회장님 쯤으로 여기고 나이 지긋한 장로들이 임원이 되고 집사들은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흔한 한국교회의 구조는 교회가 마치 영리집단처럼 목회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 같습니다. 이런 교회들이 사라지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입니다.

4. 목회자가 모든 것을 가르치는 독단적 위치에 있고 거기에 신령한 영적 지위가 부여되다보니 아무도 그 설교하고 가르치는 내용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아니 비평이나 문제제기는 커녕, 심지어 질문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행동은 감히 니가 우리 목사님의 권위에 도전하고 설교에 토를 달어?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압력을 받기 마련입니다.

5. 성경 해석에 관해서는 그럴수 있다고 쳐도, 목회자의 전문성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명백한 오류를 범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가르쳐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목사들이 지구나이가 6천년 밖에 안되었다거나 진화생물학이 검증이 안된 가설에 불과하다는 반지성적이고 과학은 1도 모르는 듯한 얘기를 강대상에서 놀라운 자신감으로 쏟아내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6. 과학 뿐만이 아닙니다. 자녀교육에 관해서, 경제의 흐름에 관해서, 정치적 현안에 관해서, 국제관계에 관해서 사실 목회자들이 어떤 전문성을 갖겠습니까? 물론 한두 영역 열심히 공부해서 상당한 깊이를 갖출 수 있지만 모든 영역을 다 포괄할만한 위대한 목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수백명 수천명의 성도를 앉혀놓고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아무도 질문도 문제제기도 비판도 할 수 없는 설교를 쏟아놓습니다.

7. 이런 구조는 목회자 스스로에게 치명적입니다. 내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영역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에게 검증을 받고 비판을 받고 조언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학자들도 끊임없는 토론과 검증의 단계를 거치고 동료심사를 거쳐 과학지식을 만들어 갑니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8. 그런데 전문성을 갖춘 영역을 넘어서 건강이나 경제, 과학 등등의 문제를 동네 아저씨 수준의 허접한 설교에 대해 아무도 피드백을 줄 수 없고 아무도 그 잘못을 지적할 수 없다면 목회자는 지적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두번 설교가 아니라 일년, 이년, 수십년 동안 아무도 검토하고 검증하고 비판하고 조언을 해주지 않는 설교를 수많은 성도 앞에서 아멘 소리를 들으며 하다보면 자신이 정말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성도들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권위있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매우 위험한 지적 환경이 아닐수 없습니다.

9. 이렇게 되다보면 독단의 구렁텅이에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을 성도들 위에 위치시키고 모든 걸 가르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누군가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도 듣지 못하고 튕겨내게 됩니다. 더군다나 전문가가 지적을 해주어도 자신의 가르침을 고집하게 됩니다. 이 정도되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10. 예전에 온누리교회 목사는 우리은하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설교를 했었지요. 더군다나 최근 과학연구에 의하면 우리은하가 우주중심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리가요? 그런 연구결과는 없다고 천문학자가 얘기해 주어도 천문학 연구논문을 단 1편도 읽은 적이 없을 이 목사는 여전히 자기 주장이 맞다고 하더군요. 더이상 비판을 할 수도 과학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단계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게 극단적인 예일까요?

11. 젊은 시절에는 의식있고 신앙에 불타고 헌신적이고 공부하고 고민하던 훌륭한 목회자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튼튼한 중대형 교회 하나 꿰차면 점점 변해서 말이 안통하는 목사로 거듭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목회자의 가르침을 검토하고 건전하게 비판하고 오류를 바로잡고 정화시켜서 더 훌륭한 가르침으로 승급시켜줄 구조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면 목회자들은 점점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고 그것을 교인들에게 주입시키게 됩니다.

12. 전광훈이든 그를 지지한 대형교회 목사들이든 간에 이들이 지금의 정권이 주사파에게 넘어가서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인다는 주장에 대해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비판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나 혹은 다른 견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들은 성경을 연구하고 설교하는 역할을 넘어 모든 영역에서 신같은 존재로 거듭나서 자신의 허망한 주장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받지 않은채 오랜 세월을 거치며 그 눈과 귀는 무한히 어두워졌으며 기껏해야 만나는 다른 목회자들과 어울리며 자신들의 오류를 더욱 공고히 할 뿐입니다.

13. 이런 교회가 한국에 일반적입니다. 물론 겸손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목회자들도 많지만 많은 경우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문제해결사로 자리잡은 목사들은 주술적 역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모른다는 말을 할 줄 모르며 배울 생각이 별로 없거나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은 3가지로 분류됩니다.

14. 첫째, 그냥 세뇌당하는 분들입니다. 삶이 고달프고 바쁘고 여유가 없으니 주일날 교회가는 것이 신앙의 증표가 되고 거기서 듣는 말씀이 성경과 신앙을 배우는 유일한 창구가 되며 헌금많이 하면, 교회봉사 많이 하면 복받는다는 소리에 아멘하며 굳게 믿고 흔들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목사님이 한 얘기인데 틀릴리가 있겠나? 목사님이 코로나 바이러스 안걸린다고 했는데 믿어야지. 문재인은 주사파임에 틀림없어. 공산주의와 동성애가 우리나라를 말아먹을 거야, 막아내야 해.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믿는 분들입니다.

15. 둘째, 우리 목사님 왜 저러나? 오늘도 잘못된 얘기를 하시는군. 저건 과학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흠.. 정치적 발언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군. 이러면서 그래도 교회를 사랑하고 남아서 버티는 분들입니다. 뭔가 해보려 하지만 니가 뭔데, 왜 교회를 어지럽혀? 목사님이 옳지, 니가 옳겠니? 이런 장벽에 부딪히는 분들입니다. 대형교회는 목사님이 무슨 대기업 회장님쯤 되어서 직접 만날 기회도 없습니다. 잘못하다간 신천지로 몰려 쫓겨납니다.

16. 세째, 이런 위험한 구조를 탈출하는 분들입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찬양하고 말씀 묵상하고 기도하고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 좋지만, 이렇게 맹목적으로 허망한 설교들을 듣다보면 숨막혀 죽을 것 같아, 신앙을 잃을 것 같아 교회를 떠납니다. 다른 교회를 찾아 보지만 허망하긴 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근근히 교회에 붙어있거나, 여러 교회를 떠돌거나, 나는 그리스도인이지만 교회는 안갈래~라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17. 1,2,3번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첫번째 분들이 압도적이어 왔습니다. 특히 나이 많은 세대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냥 세뇌당하는 분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그렇습니다. 2번에 해당하는 분들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수십년 간 노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노력해보다가 곧 깨닫는 분들도 많겠습니다. 이런 구조의 문제는 나 한사람 노력해서 바뀔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 분들은 3번으로 넘어갑니다.

18. 가나안 성도가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예배로 바뀌면서 어느 한 지역교회에 속한다는 것이 점점 무색해지는 경험들을 많이들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2번에서 3번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19. 사실, 전광훈 현상이나 그를 지지하는 목회자들의 모습이나 그리고 교회 밖에서 보면 엽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반사회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교인들은 대부분 1번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그들 자신보다는 그들을 잘못 가르친 목회자들에게 있습니다.

20.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페북에 쓰는 글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저 느껴지는대로 손가락 가는대로 쓰는 넋두리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우선 목회자들이 변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교회 중에 건강한 교회들은 목회자가 설교만 담당하고 교회의 재정과 사역방향 등등을 모두 교회의 리더들이 결정하고 이끄는 교회들입니다.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고 교회 리더들을 잘 세우고 도와서 교회를 이끌게 해야 합니다. 목회자는 교회의 주인이라는 오너십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21. 성도들에겐 선택의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1번 부류는 이 글을 읽을리도 없겠지요. 2번 분들은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남아서 교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지 혹은 다른 대안을 찾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교회 구조에서 특히 대형교회 구조에서 목회자들이 바뀌는 건, 특히 목회 경험이 긴 목회자들을 바꿀 방법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배우려는 목회자 혹은 가능성이 보이는 목회자라면 특히 젊은 목회자라면 도전해 보아야 합니다. 가능성이 없거나 노력해도 안된다는 걸 깨달으면 가능성이 있는 교회로 옮기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22. 3번 부류 성도들이 더 늘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공동체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채워지지 않는 코이노니아에 대한 갈급함이 있습니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지만 교회는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지역교회 대신에 함께 신앙을 나누고 함께 복음적 가치를 위해 사역할 모임이나 단체를 찾아야 합니다.

심지어 독서모임이라도 만들어서 매주 주일에 함께 신앙서적을 읽고 나누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신앙을 함께 고백하는 자리를 만드십시오. 지역교회에서 봉사하는 일 대신에 여러 단체들을 찾아서 자원봉사도 하고 지역교회에 하던 헌금을 시민단체나 선교단체 기독교 관련 단체들에 후원해도 좋습니다. 혼자서 죽지 말고 신앙을 함께 고백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아야 합니다. 전통적인 지역교회가 싫다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23. 한국은 자연스럽게 포스트기독교 시대로 넘어가고 있고 보수/극우 목회자들과 엽기적 교인들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그 변화가 급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교회가 처한 사회적 상황이 심각하게 달라졌습니다.

24. 단지 종교집단과 교단 구조에 소속된 제도적 교회만 교회인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는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신앙을 고백하고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그 어떤 모임도 교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25.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깨어있는 목회자들이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그리고 세뇌에서 벗어난 교인들이 지역교회에서 그리고 지역교회 밖에서 새로운 대안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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