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명령하시는 하나님
침묵을 명령하시는 하나님
  • 김종대 대표
  • 승인 2020.09.06 2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벨론에서 70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아보아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는 내 은혜로운 약속을 너희에게 이행할 것이다. 여호와의 말이다. 내가 너희를 위해 갖고 있는 계획들을 내가 알고 있으니 그것은 평안을 위한 계획이지 재앙을 위한 것이 아니며 너희에게 미래와 소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나를 부르고 와서 내게 기도할 것이고 나는 너희 말을 들을 것이다. 너희가 너희의 온 마음으로 나를 찾을 때 너희가 나를 찾고 나를 발견할 것이다." (예레미야 29:10~13, 우리말 성경)

Re'Generation Movement 김종대 대표
Re'Generation Movement 김종대 대표

1. 많은 성경 버전들이 12절 앞에 “Then”이라는 접속사를 붙여 번역한다. 12절의 핵심은 “그러면”이다. “그러면” 너희가 나를 부르고, 나는 그 때 들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나를 발견할 것이다.

2. 이 말인즉슨, 그때까지는 부르지 말라는 뜻이다. 그때까지는 듣지 않으시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전에는 찾지 말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백성들에게 침묵을 명령하시는 것이다. 바벨론에 있는 동안 섣부른 기대나 간구가 아닌 철저한 엎드러짐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3. 예레미야 29장은 포로로 잡혀간 예루살렘 백성들에게 보내진 편지이다. 절망적인 상황 속 이들은 예레미야의 편지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하나님이 다시 우리를 해방시켜주시지 않을까. 다시 고향으로 부르시지 않을까. 충분히 우리 회개하고 반성하고 고생했으니, 이제는 용서해주시고 다시 회복시켜주세요. 이런 기대감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4.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이런 기대감을 한방에 무너뜨린다. 하나님은 포로된 백성들에게 그곳에서 집들을 짓고 농사를 짓고 자리를 잡으라고 하신다. 한 술 더 떠서 포로로 잡혀간 곳의 평안까지 빌라고 하신다.

5. 하나님은 유다 민족이 포로로 잡혀가는 재앙을 내리시기 전 미리 수차례 경고하셨다. 이미 여호야김의 통치때부터 예레미야를 통해 “혹시 그들이 귀 기울여 듣고 각자 그의 악한 행동으로부터 돌이킬지도” 모르니, 혹 “그러면 그들 행위의 악함으로 인해 내가 그들에게 행하려고 했던 재앙을 돌이킬 것이다”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렘26:3).

6.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은 돌이키지 않았고, 돌이키지 않은 결과로 성전이 파괴되고 바빌론의 포로로 잡혀가는 수모를 기꺼히 감당해야만 했다.

7. 이런 상황 속 ‘하나님 우리를 건져주세요. 하나님 잘못했어요. 하나님 우리 회복시켜주세요’라는 기도를 한다면 정신 못차린거다.

8. 하지만 은혜와 사랑의 하나님은 이런 정신 못차린 백성에게도 딱 70년만 잘 참으라고 타이르신다. 이 후에 다시 너희를 부르겠다고 소망의 약속을 하신다. 이 침묵과 고통의 시기에서 멈추는 것이 내 뜻이 아니라, 이를 잘 견뎌 너희가 다시 너희가 나를 온 마음으로 찾을 상태로 정화되는, 너희의 평안이 내 뜻이고 계획이라고.

9. 한국교회 또한 수차례 회개의 기회가 있었다. 정말이지 ‘한국교회 위기설’은 내 기억이 존재하는 시절부터 정말 지겹도록 들어왔던 것 같다. 하도 떠들어만 대서 아무 의미 없는 구호같이 들릴 정도였다. 그만큼 교회의 썩어가는 부분에 대한 자가인지는 너무들 완벽하게 다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10. 정말 수도 없지만, 몇 가지 사례들만 손꼽아보아도 그렇다. 전병욱의 파렴치한 성범죄가 드러났을 때, 성도들은 피해자를 꽃뱀, 심지어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이단으로까지 몰아갔다. 그리고 교단은 전병욱을 감쌌다. 전병욱은 그 사건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평양노회 소속으로 교단의 축복 아래 여전히 목사님 소리 들으며 잘 목회하고 있다.

11. 전광훈. 교회가 키웠다.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막지 않았다. 그동안 교회가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권력 욕구와 속내를 마구마구 드러내며 정치세력화하는 전광훈을 꼭두각시로 놓고 한국교회는 부와 세를 확장했다.

12. 기독교는 결과적으로 사회악이 되어버렸다. 소금이 아닌 누룩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망자들을 초래하고 경제를 마비시키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 가버린 주범이 되어버렸다.

13. 이러한 상황 속 우리는 섣불리 회개니, 종교 개혁이니 떠들어 댈 수 없다. 그럴 염치 없다. 어쩌면 교회가 그렇게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을 이제는 교회가 나서서 발의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주류로써 소외당하는 이들을 차별해온 교회는, 이제 소외당하는 이들로서 주류에게 호소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받아도 우린 할 말이 없다.

14. 권력이 된 한국교회는 예루살렘의 성전처럼 처참히 무너져야 한다. 교단들은 처참히 해체되어야 한다. 그 어느 곳에서도 함부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지 말아라. 함부로 빛과 소금이니, 선한 영향력이니 떠들지 말아라.

15. 역설적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절망에서 멈추시지 않는다. 이 모양 이 꼬락서니인 우리에게도 소망의 메시지를 주신다. 단지 지금은 벌 받아야 할 시기일 뿐이다. 탄압 좀 받아야 할 시기이다. 스스로 지은 죄로 매를 맞고 칭찬 없는 참음을 감당해야 한다. (벧전2:20)

16. 벌 잘 받자. 잘 해체되자. 존재감 잘 사라지자. 힘을 빼고 스스로를 돌이키자.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말 하나님을 온 마음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간절함과 순수함이 회복될 때, 진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자.

김종대 대표 / Re'Generation Movement, 페북에 게재된 내용을 허락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