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행이다 조선일보가 아니라서
[기자수첩] 다행이다 조선일보가 아니라서
  • 진민용 기자
  • 승인 2020.09.09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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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제목, 기사로 조롱하는 방식을 택한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제목, 기사로 조롱하는 방식을 택한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아들아 미안하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뉴스M=진민용 기자] 처음 보면서 이게 기사제목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조선일보] 제목으로 말입니다. 지면에 실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온라인 판에서 유통되는 기사라고 해도 이 정도 수준의 기사와 제목을 띄우는 조선일보는 자존심을 버린건지, 아니면 기자들에게 이런 클릭장사를 유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지난 6월 17일 국내 한 통신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가 40개 나라의 언론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그 40개국 중 40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조사에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에 처음 포함됐고 그 시점부터 줄곧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조사는 자국내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그 국가의 언론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알 수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최소한 약 5년 가까이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언론인 특히 주류언론이라 자처하는 주요 일간지, 방송사 등의 반응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고 억압할 때 언론은 그 정면에서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민의를 대변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이상할 정도로 권력의 힘 앞에서는 얌전한 강아지가 되 버렸습니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려지는 국내 보수일간지나 국영방송 KBS가 전두환 시절에 어떻게 '용비어천가'를 불러왔는지 우리는 잊지 않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창간 100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지만, 그 역사에서 친일의 전과를 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신문이었습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기사를 연달아 게재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짓밟았습니다.  

이번 조선일보의 저 제목은 그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금 그들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보수 야권과 검찰입니다. 검찰은 일부 종편기자와의 유착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검찰을 개혁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들에게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자, 정권을 교체해야할 대상입니다. 

9월 8일 MBC [PD 수첩]에서 검찰 내부에서 밝혀진 윤석렬 총장의 정권교체 시나리오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흠집내야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일가, 지인들 까지 수 십 차례 압수수색을 했고 결국 물러나게 만들었던 전과는, 지금의 법무부 장관에게 향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추미애 장관의 아들 카투사 복무시절 '특혜 휴가' 를 전면에 내세우며 검찰과 한 배를 탔습니다. 하지만 정작 카투사의 복무규정은 우리나라가 아닌 주한미군의 규정에 따르고, 또 서류보관도 육군처럼 5년이 아닌 1년 이라는 사실, 그리고 보직 변경을 청탁했다는 보도와 달리 군에서 40여 명의 모든 군인가족을 불러모아 '청탁'금지를 안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자신들이 보도했던 내용들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조선일보는 방향을 바꾼 것 같습니다. 

팩트로 공격 못하니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조롱' 입니다. 이제 대놓고 조롱을 합니다. "아들아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는 식의 제목은 100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일보가 현재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시도는 문재인 정부 초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재미를 봤습니다.  '불공정' 논란을 지피면서 젊은 층의 현 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렸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부동산 대책, 의사들 집단 진료거부 사태 등 [조선일보]는 사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이런 사건들을 이용한 '특혜시비'로 몰아갔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밝혀지더라도 자신들이 짜놓은 프레임이 먹혀들어가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결국 추미애 법무장관이 추진하려는 '검찰개혁' 에 원동력이 되는 '국민적 신뢰' 에 흠집을 내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 동안 야당과 언론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와 무관하게 '의혹'을 불지폈습니다. 

이번 기사의 조롱섞인 제목을 [조선일보] 내부에서 자각하지 못하고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면 이 신문의 100년 역사는 그 열매가 비참해 질 겁니다.  100년 동안 쌓았던 신문의 명성이 '언론 신뢰도 꼴찌' 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낳고 있다면 그 이유와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조선일보]에 이런 자정능력이 없다면 200년이 지나도 언론의 신뢰도는 꼴찌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가 그리고 이 언론사가 조선일보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조선일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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