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유령의 숲에서 나오라!
한국교회, 유령의 숲에서 나오라!
  • J. Brandon Lee
  • 승인 2020.09.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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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속 믿음 공동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제언.

        2001년 9월, 어학공부를 위해 종로 학원가를 다니던 때였다. 영어청취 수업시간, CNN뉴스를 보는동안 모두들 어리둥절, 2001년 911테러를 그렇게 접했다. 19주년을 맞이한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 사건, 미국본토가 공격받았다는 충격도 여전하지만, 공을 들여 살펴야 할 것은 여전한 피해자들의 아픈 기억, 그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일 것이다.

        911을 복기하는 동안,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몇일째 불타는 노을빛이다. 낮과 밤 구별없이 오렌지와 잿빛이 뒤섞인 북가주의 하늘… 웃으며 말하지만, 어떤이는 아포칼립스, 지구 종말을 입에 담고, 어떤이는 창밖의 어색한 풍경에 샌프란시스코가 화성이 되었다고도 한다. 서울 면적 15배가 타버린 숲의 연기는 저 멀리 오대호 상공까지 찾아들고, 핵폭발인 듯 버섯 구름을 만들기 까지 한다니, 문득 이런 기억이 떠오른다. 911테러 당시 빌딩 근처를 둘러싼 구름이 사탄의 형상이라는 이야기, 그 때문인지 인터넷 검색창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름은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닌 16세기 프랑스의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 였다는… 이름조차 ‘성모의 대변자’였던 이 천문학자이자 의사는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살며 수많은 예언을 남겼다. 가장 각광받은 것은 역시나 세상끝 이야기, 1999년 종말의 날이었다. 911당시, 빗나간지 2년이나 흘러버린 예언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과 눈빛은 다시 흔들렸다. 성경이 말하는 그 천년 대환란이 이제 시작인건지 두근대는 가슴, 참을수 없는 궁금증도 함께...

        19 주년을 맞는 911과 노스트라다무스, 한달여 산불에 붉게 뒤덮힌 하늘을 보다 연일 시끄러운 한국 교회와 사회를 떠올려 본다. 테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것을 잿더미로 만드는 불길도 없으며, 더우기 K방역을 자랑하며 펜데믹을 견뎌 온 고국의 모습은 왜 이리 혼란과 소용돌이 속에 머물러야 하는지 궁금해 진다. 특히나, 예기치못한 바이러스의 침공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은 안스러울 지경이다. 예배 관련 이슈야 당연히 고민해 볼 문제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몇몇 목회자와 성도들의 반응은 911테러 당시 노스트라다무스를 간절히 찾던 이들 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정세균 총리의 이름을 문제삼는 목사, 코로나는 하나님의 심판이라 목청을 키우고, 그틈에 1992년 다미선교회의 추억이 소환되어진다. 휴거와 마지막 나팔을 준비하고, 닥쳐올 천년왕국 그 환란의 때를 맞이하고자 진행되는 24시간 연속기도, 2시간 방언기도에 더해 새롭게 떠오르는 기이한 기도 모임과 연일 쏟아져 나오는 마지막 날에 대한 메세지들, 힘을 다해 아멘으로 응답하는 사람들...
        뒤틀린 신앙의 모습은 이제 교회밖으로 불거져 나와 한국 정치 지형을 뒤틀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광훈을 비롯 그를 물심양면 지지해온 대형교회들과 극우진영의 이들은 8.15 광화문 집회를 완성했고, 그로인해 K방역의 아성은 크게 흔들렸으며, 많은 사람을 감염의 위험에 빠지게 했다. 생명, 소망, 사랑을 전하며 실천해야 할 믿음의 집단이 오히려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형국임에도 그들의 믿음과 그 비전은 지칠줄 모르고 다음 집회를 계획중이다.

       루터교 신학자인 최주훈 목사는 그의 책 “루터의 재발견”에서 헤르만 셀더하위스 (Herman J. Selderhuis)의 말을 빌어 루터를 이렇게 표현한다. ‘유령의 숲에서 하나님을 추구한 사람.’ 그는 강조한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루터는 중세와 단절되지 않고 철저히 그 연장선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그가 헤쳐간 르네상스 16세기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신비하고 기묘한 마성적 힘들과 천사, 악마, 마녀, 요정과 사람처럼 말하는 짐승들에 빼앗겼음을 염두에 두고 루터를 이해하라 한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 마가렛 루더 (Margaret Luder 1463-1531) 조차 갑작스레 어린 딸을 병으로 잃게 되자 옆집 여인으로 둔갑한 마녀의 소행이라 믿었고, 공교롭게도 마녀재판으로 처형당한 그 여인을 보며 더욱 확고한 신앙을 지니게 된다는데, 그렇듯 그들은 온통 유령의 숲으로 둘러싸여 살았던 것이다.

       “마지막 신호”의 데이빗 차, 하늘의 선지자로 추앙받는 전광훈, 피지섬을 종말의 피난처로 삼았던 타작마당의 신옥주, 여성도들에 대한 오랜 성추행과 성폭행 조차 하나님의 명령으로 주장했던 이재록, 자본주의와 반공의 이념을 복음으로 혼동하고, 미국을 기독교 국가, 하나님의 나라로 믿는 저들의 세상…유독 교회 개혁을 말하는 목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우는 요즘, 필자는 루터가 극복해야 했던 그 유령의 숲이 21세기 한국의 교회안에 가득함을 보게된다. 교회안의 사람들은 주로 교회 밖 다른 신앙과 미신들을 우려한다. 그런데 정작 성경과 교회의 역사는 증언하기를 교회 밖 상관말고 교회안의 미신을 구별하고 솎아내라 한다. 유령의 숲은 교회 밖이 아니라 교회 안에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한국 교회여, 이제 유령의 숲에서 나오라!!

오렌지 빛 하늘로 뒤덮힌 샌프란시스코 전경 (구글 이미지 캡쳐)
오렌지 빛 하늘로 뒤덮힌 샌프란시스코 전경 (구글 이미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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