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다가가는 서로 다른 접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다가가는 서로 다른 접근
  • 지유석
  • 승인 2020.11.30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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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더 킬 팀' vs 전쟁블록버스터 '아웃포스트'

미국은 늘 전쟁 중이다. 가장 최근에 벌인 전쟁은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리고 뒤이은 이라크 침공이다. 

그리고 헐리웃은 늘 미국이 벌인 전쟁을 주목해왔다.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중 댄 크라우스가 연출한 독립영화 <더 킬 팀>(2019)과 <아웃포스트>(2020)를 대표작으로 꼽고 싶다. 

두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주제로 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더 킬 팀>은 군을 동경해온 젊은이 앤드류 브릭맨(넷 울프)의 시선을 통해 미국의 전쟁범죄를 고발한다. 

반면 <아웃포스트>는 탈레반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미군 병사들의 무용담을 그린다. 결론부터 말하고자 한다. <아웃포스트>는 헐리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쟁영화다. 즉, 미군의 무용담을 그리고 그래서 군 복무가 나라에 충성하고 전우애를 쌓을 수 있는 기회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던진다는 말이다. 

<반지의 제왕> ‘레골라스’ 역의 올랜도 블룸, 대배우이자 명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스캇 이트우드 등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 후반 전투신이 40분 가까이 이어지는데, 흡사 전투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듯 현장감 넘친다. 다른 한편으로 전투 장면은 처절한 현장을 온라인 게임으로 옮긴 것 같아 불편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 ' 더 킬 팀'은 신병 앤드류 브릭맨의 시선을 통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고발한다.
영화 ' 더 킬 팀'은 신병 앤드류 브릭맨의 시선을 통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고발한다.

반면 <더 킬팀>은 미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한다. 부대 선임 하사 딕스(알렉산더 스타스가드)는 무척이나 애국심이 강하다. 또 인간미도 있어 식사 때면 병사들에게 손수 스테이크를 구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딕스의 애국심은 민간인 살상으로 이어진다. AK 소총을 가지고 다니면서 작전 중 무고한 양민을 죽이고, 현장에 AK 소총을 놓아 자신들이 공격당한 것처럼 위장한다. 

브릭맨은 처음엔 딕스 하사가 좋았다. 그러나 딕스 하사가 인질로 잡은 아프간 민간인에게 가혹행위를 지시하자 심경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딕스 하사의 범죄행위에 경악하며, 이를 고발하려 한다. 

이러자 딕스와 그를 추종하는 부대원들은 브릭맨을 협박한다. 딕스는 브릭맨의 내무반으로 찾아와 잘린 손가락을 보여주며, 입막음을 시도한다. 부대원들은 사격 훈련을 하겠다고 브릭맨을 불러낸다. 그리고선 브릭맨에게 표적지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브릭맨은 순간 불안감을 느낀다. 부대원들은 불안을 느끼는 브릭맨을 보고서 장난 삼아 총을 발사하곤 희희낙락한다. 

브릭맨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 놓는다. 그의 고통 섞인 고백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옳은 일을 하고 내가 위험에 처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입 다물고 받아들일지."

물론 미군의 전쟁범죄는 무용담만큼이나 식상한 소재다. 하지만, 미국은 늘 도덕적 대의명분을 앞세워 군사개입을 정당화했다. 아프간 전쟁의 경우 미국은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알 카에다 소탕을 내세웠다. 세계 각국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런 군대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국뽕’에만 집착하는 헐리웃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적어도 걸프전 이전, 즉 1980년대까지는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가 미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미군 소대원의 베트남 양민학살을 그린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전쟁의 사상자들>이나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등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작들이다. 

하지만 메이저 스튜디오는 이제 더 이상 미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문제작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미 국방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국뽕’(?)을 고취하는 영화를 양산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영화가 네이비 실 대원 마커스 러트렐의 탈출기를 그린 <론 서바이버>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메리칸_스나이퍼>, '햄식이' 크리스 햄스워스가 말을 타고 아프간 고원을 누비는 <12솔져스> 같은 영화들이다. 

영화 '아웃포스트'는 탈레반과 미군의 전투를 40분 가까이 실감나게 그린다. 하지만 '국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영화 '아웃포스트'는 탈레반과 미군의 전투를 40분 가까이 실감나게 그린다. 하지만 '국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지금 소개하는 영화 <아웃포스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다. 올해 3월 야심차게 개봉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다 VOD 시장으로 넘어왔는데, 영화 내용을 볼 때 만약 극장에 걸렸다면 애국주의를 고취했을 개연성은 높다. 

이런 맥락에서 아프간에서 벌어진 미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한 <더 킬 팀>이 독립영화를 위한 국제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이라는 점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미국식 배달의 기수인 <아웃포스트> 보다 <더 킬 팀>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더 킬 팀>이 그리는 미군의 모습이 보다 진실에 가깝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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