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그리스도인이 없다.”
“교회에 그리스도인이 없다.”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0.12.01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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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떠오른 생각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세습을 반대한 사람들을 강도라고 하고, 그 아들 '하나'님께서는 세습을 교회 회복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그 부자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바치는 교인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 중 누구 하나도 그리스도인인 분이 없습니다.

안산에 있는 한 대형교회 부목사가 교회 청년과 불륜관계가 되어 아내가 교회에 남편 목사의 면직을 요청하였습니다. 증거는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문제가 복잡해지자 부목사를 권고사직 시켰습니다. 부목사는 관계를 부인하고 있고 아내는 교회 측에 처벌을 요구하고 교회는 이미 면직된 자연인이므로 자신들과 더 이상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교회 교인들은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아니라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교회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 누구도 그리스도인인 분이 없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교회입니다.

우리 교회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 모두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을 다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강 건너 불구경일 뿐입니다. 물론 그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가슴이 아프지 않고 분노가 치밀지 않는다면 그 분도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그리스도인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명성교회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안산에 있는 교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안산에 있는 교회의 부목사라면 스펙이 좋은 목사일 것입니다. 담임목사가 아니더라도 대형교회의 부목사가 되려면 특별한 스펙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스펙만 가지고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그렇기 때문에 부목사의 청년과의 불륜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교회는 경쟁이 가장 심한 곳이 되었습니다. 청빙이 결정 난 후 요식행위로 하는 청빙 공고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냅니다. 부목사들의 경우는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을 스카웃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만 중소기업의 인재들이나 핵심 정보를 빼내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아예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된지 오래입니다. 더구나 성공한 목사들의 카르텔이 여간 공고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체 세습이나 징검다리 세습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습을 안 한 방치된 교회들의 목사자리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가장 더러운 조직이 되었습니다. 가장 경쟁이 심한 엘리트 조직이 되었습니다. 물론 원로목사가 되거나 은퇴할 나이가 된 사람들은 엘리트인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엘리트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신학교에 와서 박사공부를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목회학 석사 과정만으로도 목회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아까운 교회의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의 교회의 부목사님들은 다 박사님이 되시고 새로 들어온 목사님들도 다 박사님이셨습니다. 그래서 박사 교회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는 작은 자들의 나라이고,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닌 곳이 되었습니다.

부목사의 불륜은 그런 교회 아닌 교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희생의 체제가 된 교회의 일상입니다. 그것은 그 부목사의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교회 아닌 교회가 된 교회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입니다. 몇 년 전에는 온누리교회 부목사가 똑같은 불륜을 저질렀고 그때도 교회의 행태는 똑같았습니다. 물론 그 문제는 그 교회의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교회가 경쟁하는 곳이 되고 엘리트들이 활약하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끔찍한 일이 없습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라서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던 모세는 그 엘리트를 벗어버리기 위해서 사십 년을 광야의 양치는 목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에게서 모든 것이 다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작은 자가 되었습니다.

아내의 이야기도 잠깐 하겠습니다. 남편의 외도보다 더 분노할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고 그런 목사를 면직처분해달라는 요구는 정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대응이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혼전임신은 돌로 쳐 죽여야 할 만큼 엄중한 범죄였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가만히 파혼하려 했습니다. 성서는 그런 요셉을 의롭다고 기록하였습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가장 악한 것은 교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비겁한 곳입니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담임목사일 것입니다. 자신의 동역자인 부목사의 과오에 대해 정치판에서나 있을 법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가 만일 그 자리에 있다면 저는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군대식의 직위책임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양심이 있다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목사에게 부목사는 다만 소모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부품을 교체하듯 다른 놈(!!)으로 채우면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존엄이 사라진 인간의 모습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책임전가는 타락한 인간의 가장 현저한 특징입니다. “사직을 했으니 자연인이라서 할 말이 없다.” 정말 가슴 아픈 말입니다. 어떻게 교회가 이렇게 악한 곳이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교회는 상처 입은 아내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입니다.

감추어져 있지만 불륜의 대상이 된 청년은 어떨까요. 그가 부목사와 결혼하여 잘 살 수 있을까요. 만일 잘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소재입니다.

그 소식을 알고 있는 교인들은 또 어떤가요. 그것이 남의 이야기일 뿐인가요. 정말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상처 입은 부목사의 아내를 위로하기는 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그런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위로와 이해가 상처 입은 아내가 의로운 길을 택할 수 있는 힘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기사를 읽으며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교회 안에 그리스도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런 생각이 든 '내'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삼 한 영혼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실감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그런 위대한 분들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슬픈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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