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동의를 뜻한다', 과연 그럴까?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 과연 그럴까?
  • 지유석
  • 승인 2020.12.04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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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사 방화·사랑제일교회 극렬 행위 침묵하는 한국교회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총화종 종단 사찰 수진사에서 화재가 났다. 이 화재는 개신교 성도의 방화로 드러나 불교계가 분노하고 나섰다. ⓒ 사진 출처 = 경기소방재난본부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총화종 종단 사찰 수진사에서 화재가 났다. 이 화재는 개신교 성도의 방화로 드러나 불교계가 분노하고 나섰다. ⓒ 사진 출처 = 경기소방재난본부

# 장면 1

지난 10월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에 자리한 수진사에서 화재가 났다. 범인은 개신교 성도 A 씨였다. SBS는 "A씨가 처음 사찰에 모습을 보인 건 지난해, 근처 기도원에 다니던 그녀는 사찰에 찾아와 '할렐루야'를 외치기 시작했다. 절을 찾은 불자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라"며 막무가내 시비를 걸고 소란을 피우는 날이 점점 늘었다"며 지난 1월에도 방화미수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 장면 2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공동변호인단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 11월 26일 이 교회에서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화염병 대치가 벌어졌고, 이에 경찰은 기자회견 전날인 1일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동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서 강제집행과 경찰 압수수색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대로 나라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강경한 세력, 강성 국민들을 때려잡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공동변호인단은 특히 '화염방사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교회가 화염방사기를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있었다는 말은 거짓이다. 화염방사기가 아니라 동력 분무기, 고압력 분무기가 정확한 기구 명칭"이라고 공동변호인단은 강변했다. 

위에 적은 두 장면은 최근 두 달 사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요약한 것이다. 두 사건 중심에 놓인 건 바로 '개신교'다. 

두 사건 모두 무척 수위가 높고 극단적이다. 일부(?) 극단주의 일파들이 벌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개신교 전반에서 아무런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 먼저 수진사 화재사건의 경우, 유감을 표시한 곳은 진보성향의 교계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유일했다. 

NCCK 종교간평화위원회는 11월 3일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 하면서 사랑제일교회가 진원지로 지목 받자 8월 21일 이 교회 공동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되려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 하면서 사랑제일교회가 진원지로 지목 받자 8월 21일 이 교회 공동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되려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사랑제일교회의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강제 집행과정에서 불거진 화염병 대치 상황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와 조합 측이 대립하고, 용역을 동원해 세입자를 쫓아내는 광경은 실로 살벌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일에 익숙하다.

사랑제일교회로서도 철거에 맞서는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법부는 지난 해 11월과 올해 5월 조합이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잇달아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담임인 전광훈 목사 등은 명도소송에서 패소하자 법원에 강제집행 정지 신청과 항소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원만히 합의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다. 강제집행에 극렬히 저항했고, 급기야 화염병에 화염방사기 추정 물체까지 동원했다. 그럼에도 공동변호인단은 "화염방사기가 아니라 동력분무기"란 식으로 말을 비틀면서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이 같은 행위는 반사회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류 교단 어디에서도 사랑제일교회의 반사회적 행위를 질타하거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코로나19 대규모 2차 확산이 이뤄지면서 전광훈 목사를 이단 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전광훈과 '손절'하지 않았다. 예장합동과 고신총회 등은 전광훈 목사를 이단성 혹은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 이단대책위원회의 보고를 채택했지만 확정하지 않는 선에서 논의를 종결했다. 최근 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한기총과 교류하기로 선언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는 격언이 있다. 수진사 방화나 사랑제일교회 측의 화염병 대치에 침묵하는 한국교회는 결국 이들의 극단적 행동을 묵인한다는 뜻일까? 

기독교 윤리학자 리처드 마우는 그의 책 <무례한 기독교>에서 “확신에 찬 그리스도인이라면 십자군의 유혹을 받을 가망성이 높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날로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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