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맞는 성탄절, 한국교회에 무슨 의미일까?
코로나19 속 맞는 성탄절, 한국교회에 무슨 의미일까?
  • 지유석
  • 승인 2020.1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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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보수 교회 여전히 ‘불만’
천안 안서교회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교회는 비대면 예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지유석 기자
천안 안서교회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교회는 비대면 예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지유석 기자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코로나19는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번 식사 자리에서도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왔다. 함께 식사하던 지인 A 씨와 B 씨의 대화를 아래 적는다. 

A : 코로나19 터지기 전 교회 간간이 나갔는데, 지금은 온라인 예배다 뭐다 해서 안나가게 됐는데, 안나가니 휴일에 여유가 많이 생기더라구. 등산도 가게 되고. 

B :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회랑 멀어질꺼야. 주변에 그런 사람 많아. 목사님들이 온라인 예배를 싫어하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코로나19가 결국 해를 넘길 기세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종교계, 특히 개신교 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 당국이 종교활동 자제를 호소했을 때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보수 개신교계는 예배 자제 권고에 대해 '종교탄압'이란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지난 3월 정부는 개신교 교회를 향해 예배 자제를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연세중앙교회 등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다.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은 정부와 지자체의 주일예배 점검이 감시와 통제로 변질될 수 있다며 예배당 출입 확인서를 만들어 소속 교단 교회에 배포했다. 

뿐만 아니라 교단 소속 목회자에게 "코로나19 사태에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해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 감독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에 진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또 비슷한 시기 예장통합 총회장, 그리고 보수 개신교교회 연합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 대표를 맡고 있던 김태영 목사도 "우리 교단 안에서도 여러 목사님들이 지역에서 '예배 드리면 시장이나 군수로부터 300만 원 벌금 맞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다. '300만 원 벌금 내라고 하면 3천만 원 벌금 낼 정도로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며 "정부가 아무리 힘을 갖고 공권력이 있어도 함부로 국민의 기본권인 예배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교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교단은 국내 보수 교단의 두 축이다. 결국 거대 보수 교단 총회장이 나서서 코로나19 와중에도 예배를 보라고 독려한 셈이다.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KBS 주말 '9시 뉴스' 진행자인 정연욱 앵커는 "'예배가 사라지면 교회의 의미가 없다', 지난 일요일 현장 예배를 강행했던 어느 교회 설교였다. 그 예배의 한 가운데 공동체 의식도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비대면 예배가 불편한 이유, 결국 ‘돈’ 

이런 불편한 심기는 연말인 지금까지 여전하다. 현재 코로나19는 3차 확산세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와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 본부장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는 8일 0시부터 3주 동안 수도권의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상향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공교롭게도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시행 기간은 성탄절 시즌과 겹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종교활동은 비대면 예배・법회・미사・시일식을 원칙으로 하며(참여인원 20명 이내) 종교시설 주관의 모임・식사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치로 당장 성탄절 행사 진행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현재로선 성탄절 행사 진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 성탄절을 보낼지 고민해 보겠다"며 답답해했다.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소강석, 이철, 장종현 공동 대표회장)은 곧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교총은 6일자 논평에서 이번 조치를 "비현실적 통제조치"라면서 "종교시설의 경우 자율방역과 공간 대비의 유동적 숫자를 조절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교총은 "코로나19 방역은 국민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위생과 방역에 협력할 때 성과를 보여온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제한을 통한 통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하는 방역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며 이 같이 요청했다.

한교총은 또 “지나치게 도식적 방역을 강조함으로써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정지시키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신앙과 예배의 자유뿐만 아니라 일상과 생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재하면, 관제적 방역의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교회폐쇄법·예배금지법'이란 주장이 일부 개신교계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흔한 유행어로 이토록 개신교 교회가 예배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처음 적었던 에피소드에 있다는 판단이다. 즉, 모이지 않으면 결속력은 느슨해지고 이는 ‘돈’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대다수 한국교회는 재정 상당부분을 헌금에 의존한다. 일부 목회자의 경우 신도들을 결속시키는 데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사례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는 안정적인 헌금 수입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비대면 예배가 지속되면 모임이 소홀해지고, 결속력은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한다.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담임목사 권력과 헌금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건 물론이다. 그러니 교회로선 비대면 예배, 혹은 예배 인원 제한 조치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성탄절은 최대 행사인데 말이다. 

일각에선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를 고민하자는 담론이 나오긴 하지만,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긴 했으나, 저간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버텨야(?) 할 듯하다. 

이런 상황임을 감안해 볼 때, 암만 '종교탄압', '교회폐쇄법' 운운 해봐야 교회로선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간 한국교회는 세불리기에 몰입해왔다. 그래서 교회 성장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여겼고, '돈'은 자연스러운 열매라고 여겨왔다. 

이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 교회의 위기는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추한 민낯을 드러냈을 뿐이다. 지난 8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도심집회를 계기로 2차 확산이 이뤄지면서 사랑제일교회는 물론 개신교 교회 전반에 대한 신뢰는 급전직하했다. 

최근 사회 전반에 '뉴노멀', 즉 새로운 규칙을 모색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니, 하루라도 빨리 '모이는 예배'라는 ‘올드 노멀’을 깨야 한다. 그런데도 사랑제일교회는 공동변호인단을 내세워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하는 중이고, 보수 개신교 교회는 여전히 '모이는 예배'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2020년 세밑, 한국교회는 완전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맞는 성탄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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