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광신도 집단과 맞서 싸우는 여성과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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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유석
  • 승인 2020.12.14 0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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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에바 헛슨 '태양의 소녀들' vs 넷플릭스 영화 '모술'

이슬람국가, ISIS 혹은 IS로 불리며 중동 정세를 다룬 언론 보도에 거의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집단이다. 그런데 언론 노출 빈도에 비해 이들의 실체는 제대로 알려진 건 아니어 보인다. 그저 인질 참수 유적 파괴 등 극단적 행동을 일삼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이들의 실체 한 자락을 엿본다. 프랑스 출신 에바 헛슨이 연출한 영화 <태양의 소녀들>과 넷플릭스 영화 <모술>이 바로 그 영화 들이다. 

'태양의 소녀들' 속 여성들은 이슬람국가에 맞서 총을 집어든다. ⓒ 더 쿱
'태양의 소녀들' 속 여성들은 이슬람국가에 맞서 총을 집어든다. ⓒ 더 쿱

먼저 <태양의 소녀들>은 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바흐라(골쉬프테 파라하니)는 변호사로 프랑스에서 유학한 재원이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ISIS가 들이 닥치면서 그녀의 삶은 통째로 무너져 내린다. 

ISIS는 가족 중 남자들은 즉결 처형했다. 그리고 자신과 여동생은 성노리개로 부렸고, 아이들은 이슬람 전사 양성을 위해 설립한 '특수학교'에 보낸다. 그런데 말이 좋아 이슬람 전사 양성이지, 아이들을 총알받이로 활용하기 위한 허울일 뿐이다. 

바흐라는 ISIS에 붙잡혀 성노예 생활을 전전한다. 그러나 그야말로 극적으로 ISIS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은 또 있었다. 이들은 군대를 조직해 ISIS와 맞서 싸우고 바흐라도 여기에 합류한다. 

바흐라가 총을 집어든 이유는 단지 ISIS를 향한 복수심에 그치지 않는다. ISIS는 아들을 잡아 총알받이로 쓰려 했다. 바흐라는 아들을 되찾기 위해 기꺼이 총을 집어든 것이다. 자식 사랑이 한 여성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ISIS와 맞서다 

<태양의 소녀들>이 여성들의 이야기라면 <모술>의 주인공은 남성들이다. 영화의 무대는 모술로,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이라크 북부 최대 유전지대이다. 한 때 ISIS는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장악했었다. 

이 영화 <모술>은 니느웨 스왓팀의 활약상을 그린 실화다. 눈 빠른 독자들은 '니느웨' 하면 얼른 구약성서 '요나서'에 나오는 선지자 요나를 떠올릴 것이다. 니느웨가 오늘날의 모술이다. 

전직 경찰·군인이 주축인 니느웨 스왓팀은 ISIS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모술 심장부를 향해 돌파해 들어간다. 싸움이 거듭될수록 대원들의 희생도 속출한다. 

그럼에도 스왓팀 리더 자셈 경정(수하일 다바치)은 싸움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대원들 역시 자셈을 따른다. 자셈과 대원들의 관계는 부자관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끈끈하다. 영화 속에서 자셈은 대원들을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다. 

신참인 카와(아담 베사)는 니느웨 스왓팀의 노선에 동조하면서도 행동 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배 대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영화 말미, 마침내 니느웨 스왓팀이 왜 그토록 목숨을 걸고 ISIS와 맞서 싸우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카와도 그 이유를 이해하고 지쳤지만 다시금 총을 집어 든다. 

넷플릭스 영화 '모술'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모술' ⓒ 넷플릭스

영화 <모술>은 니느웨 스왓팀과 ISIS 사이의 전투를 실감나게 그린다. 또 이라크 TV에 쿠웨이트 드라마가 나온다거나, 이라크의 오랜 적대국인 이란군 대령이 무기 공급책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니느웨 스왓팀의 활약상은 진한 감동을 준다. 

영화 <모술>이 그리는 ISIS의 실체는 경악스럽다. ISIS는 모술을 떠나는 주민들을 무작정 살해하는가 하면, 닥치는 대로 여성과 아이들을 납치한다. 심지어 몇몇 여성은 ISIS 조직원의 아이를 임신하기까지 한다. 이 대목은 <태양의 소녀들>이 그리는 ISIS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ISIS의 잔혹성이 제대로 드러난다. ISIS가 잔혹한 집단인 건 비단 참수와 테러를 자행하는 선을 넘어 가족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서 비롯한다. 

ISIS는 ‘다에시(Dawesh)’로 불리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015년 프랑스 파리 폭탄테러 이후 이들을 다에시라고 불렀다. 

다에시는 ISIS를 아랍어로 옮긴 말에서 다시 앞 글자만을 따 순서대로 배열한 뒤 발음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에시란 낱말은 '짓밟다' '광신도'란 뜻의 아랍어 '다헤스'와 발음이 비슷하다. 

아랍권에서는 '짓밟다'는 수치를 의미한다. 그래서 ISIS를 경멸적 어조로 다에시로 부르고, ISIS도 다에시란 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ISIS의 행태를 보자하니 '다에시'는 이 집단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낱말 같다. 

영화 <태양의 소녀들>에서 바흐라는 ISIS 조직원이 '알라 후 아크바'(알라는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려 하자 노기를 띠며 AK-47소총을 난사한다. 인간성을 내팽개친 종교 광신도들에겐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상징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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