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수교단 연합체 ‘한교총’의 파렴치
기자수첩] 보수교단 연합체 ‘한교총’의 파렴치
  • 지유석
  • 승인 2021.01.1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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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등 한교총 지도부, 정세균 총리 면담 유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등 대형교단에선 9~10월이 제일 분주하다. 이 시기 교단 총회가 열리고 교단을 이끌어갈 지도부가 새로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단장 자리를 놓고선 치열한 막후정치가 펼쳐진다. 심지어 예장합동 교단의 경우, 1997년 교단 총회장에 출마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가 총회 현장에서 돈 봉투를 뿌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합동 교단 안에선 금권선거를 막고자 제비뽑기로 교단장을 낙점하는 관행이 생겼다. 기감의 경우 감독회장 자격을 두고 수년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교단장 자리를 두고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다. 대형교단 안에서 교단장이 주무를 수 있는 돈이 수십에서 수 백억에 이른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돈이 목사들의 서열을 줄 세우는 셈이다. 

보수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예장합동)와 이철 감독(기감), 상임회장 신정호 목사(예장통합)가 지난 7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했다. ⓒ 사진 출처 = 한국교회총연합
보수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예장합동)와 이철 감독(기감), 상임회장 신정호 목사(예장통합)가 지난 7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했다. ⓒ 사진 출처 = 한국교회총연합

보수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예장합동)와 이철 감독(기감), 상임회장 신정호 목사(예장통합)가 지난 7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했다. 

한교총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인 지역에서 종교시설만 2.5단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치임을 지적하고, 지역의 경우 2단계 적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이어 "현행 2.5단계에서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면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상황은 방역을 위해 유리하지 않으므로, 주일 낮에 드리는 예배에 한해서라도 제한적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공무원이나 공공근로자들이 교회 출석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상가 임대교회들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교총이 정 총리에게 전한 요구를 요약하면 두 가지다. 첫째 방역 지침을 완화해 대면예배를 드리도록 해줄 것, 두 번째 소규모 교회에 재정지원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현행 2.5단계에서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면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상황은 방역을 위해 유리하지 않다"는 대목에서는 협박의 의도까지 읽힌다. 

교단이 보유한 돈부터 풀어라 

결론부터 말하면, 한교총의 요구는 크게 잘못됐다. 지난 해 12월 코로나19는 3차 대유행 조짐을 보였다. 전국적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했고,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높이며 강도 높게 대응했다. 

그런데, 집단확진 사례가 나올 때마다 교회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12월 초엔 강서구 화곡동 성석교회에서 확진자가 잇다르더니, 중순 이후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 계열의 상주 BTJ 센터가 집단감염 진원지로 지목 받고 있다. 

이쯤되면, 개신교 교회 전체가 3차 대유행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교단을 막론하고 현 상황을 초래한 데 사과하고, 3차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을 취약계층을 위로하는 한편 교회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더구나 한교총 지도부가 정부에 소규모 교회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대목에 이르러선 할 말을 잃는다. 앞서 적었듯 대형교단엔 돈이 차고 넘친다. 이 돈을 움직이겠다며 교단 총회에서 볼썽 사나운 꼴을 연출하는 게 지금의 대형교단이다. 그리고 한교총은 이들 대형교단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다. 

소규모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교단 마다 노회 등 공조직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역부족이라면 그때 정부나 다른 공공기관에 손을 벌릴 일이다. 

정부는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재난지원금은 국민 세금이다. 교회는 조세 징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가 그 대표주자다. 

비록 종교인과세가 시행 중이기는 하나, 교회나 사찰의 세금탈루를 제도적으로 조장한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더구나 국회는 친절하게도, 법까지 바꿔가며 대형교회 목회자의 퇴직금에 대해선 조세를 감면해줬다. 

이 같은 상황임을 감안해 보면 정부에 소규모 교회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한 한교총 지도부의 요구는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한교총 지도부가 군소 교회의 어려움을 생각했다면, 이미 언급한대로 교회 내 공조직을 활용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간 쌓아둔 돈 부터 푸는 게 순리다. 

주일인 10일, 정부의 방역지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몇몇 교회는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 같은 교회의 행태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고, 이 점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지난 해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는 신천지뿐만 아니라 지역교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기독교(개신교)를 코로나19와 함께 비난하는 댓글이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기독교의 이미지가 더 실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대형교회와 교단장들은 상황파악을 못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무총리 면전에서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을 버젓이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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