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학교를 맴도는 ‘배제’와 ‘차별’
[기자수첩] 신학교를 맴도는 ‘배제’와 ‘차별’
  • 지유석
  • 승인 2021.02.05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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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는 장애인 신학생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곁엔 사회적 약자들이 있었다.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센인, 중풍병자, 귀신들린 아이 등을 만나주었고, 그들의 병을 고쳐줬다. 

하지만 교회는, 그리고 신학교는 장애인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지난 주 기자는 장애인으로 목회자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접은 유진우 씨의 사연을 전했다. 

장애인 목회자를 꿈꿨지만 목회실습을 할 수 없어 결국 한신대 신대원 자퇴를 결심한 유진우 씨. 유 씨는 “남아서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시선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답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장애인 목회자를 꿈꿨지만 목회실습을 할 수 없어 결국 한신대 신대원 자퇴를 결심한 유진우 씨. 유 씨는 “남아서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시선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답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유 씨는 한일장신대학교를 거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뒤, 목회실습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어느 교회도 유 씨를 받아주지 않았고, 유 씨는 이에 실망해 자퇴를 결심했다. 

유 씨는 기자에게 "대학원 1학년 내내 학교 시설, 기숙사, 현장목회실습, 목회실습 등에서 내내 차별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한신대 신대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현장목회 실습은 교회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시설 문제에 관한 한, 학교 측도 책임이 없지 않다. 

서울 수유리에 위치한 한신대 신학대학원은 외형상으론 문제가 없다. 건물 외형은 현대적인데다 한적한 곳에 있어 면학 분위기도 좋아 보인다. 그러나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풍경도 달라 보인다'는 웹툰 <송곳>의 대사처럼, 장애인 유 씨에겐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유 씨는 "학교에 자동문도 없어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건물을 설계하는 시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기숙사는 더욱 심각했다. 유 씨는 기숙사 시설에 대해 "7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이 계단으로 2, 3층을 오르내려야 했다. 1층 로비 진입이 가능하고 빈방이 있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얼마든지 리모델링이 가능했지만 학교는 방관했다"고 털어 놓았다. 

유 씨의 진술은 학교 측이 기숙사 시설 개선에 미온적이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오래 전 지어진 데다, 꼭 장애인 학생이 아니어도 엘리베이터 설치 등 시설개선에 나설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기숙사는 신학생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미래의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생이 숙식을 함께 하며 목회 비전을 형성해 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형성된 유대관계는 신학교 졸업 후 목회현장에 나가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 씨는 이런 중요한 공간에서 배제 됐으니, 신학생으로서 큰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리모델링을 고려 중"이라며 책임을 간접 인정했다. 하지만 사후 약방문식 리모델링으로 면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신학교가 목회자의 꿈을 가진 장애인 학생을 받을 준비조차 갖추지 못한 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성찰은 비단 한신대뿐만 아니라 모든 교단 신학교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이제까지 장애인 사역하면 ‘정상인’이 ‘장애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 왔다. 이제 이 같은 고정관념은 휴지통에 던져 넣을 때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고, 공동체는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진우 씨의 사례는 한신대 신대원과 상위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더 나아가 한국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장애인 목회자의 꿈을 외면한 부끄러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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