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홍 겪던 총신대, 이번엔 여성 이사 문제로 갑론을박
5년 내홍 겪던 총신대, 이번엔 여성 이사 문제로 갑론을박
  • 지유석
  • 승인 2021.03.06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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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 여성이사 추천에 교단 반발 vs 여성동문 ‘시대착오적 성차별’ 비난
김영우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으로 5년 넘게 내홍을 겪었던 총신대가 이번엔 성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교 정문에 걸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젊은 지성’이란 슬로건이 무색해 보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김영우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으로 5년 넘게 내홍을 겪었던 총신대가 이번엔 성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교 정문에 걸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젊은 지성’이란 슬로건이 무색해 보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7년 김영우 전 총장의 학교 사유화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던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에서 이번엔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아래 사분위)가 총신대 정이사 중 3명을 여성으로 추천한 게 발단이었다.

사분위는 지난 2월 22일 제181차 회의에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등 15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이 중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 등 3명은 여성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총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과 이 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가 "우리 신학 정체성에 위배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번엔 여동문이 반박성명을 냈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회장 이영례)는 지난 2월 26일 낸 성명에서 " 우리 총신 신대원 여동문은 교단과 학교가 말하는 개혁주의 정신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배제되는 상황을 보고 있다. 학교 설립 목적은, 개혁주의 입장에서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작금에 여성이 중요한 사회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되는 것은 우리교단에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성 이사를 추천하라고 하는 교육부의 요구에 목사와 장로만이 이사를 할 수 있다는 정관에 걸려 여성 이사를 한 명도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라며 "총신대학교와 합동교단은 절박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고 여성을 시대의 동반자적인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배제·차별이 학교 정체성? 

사실 총신대의 여성 차별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2014년 9월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여학생의 총신대 신학대학원과 총회 신확원 입학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입학관련 헌의안'을 가결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신대원 여동문회는 "운영이사회의 결정은 교육의 기회에 대한 명백한 남녀 차별적 행위로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남녀 차별의 근본적 원인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불허하는 합동 교단의 방침 때문"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이어 2016년 2월엔 총신대에서 여성학을 강의했던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총동문회에서 여성 목사안수를 언급했다가 강의에서 배제되는 일을 당했다. 

강 박사는 이번 여성이사 선임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성은 안된다'는 합동교단의 전근대적이며 성차별적인 정체성이, 똑같이 공부한 여성의 정당한 대우조차 묵살해버리는 학교의 전통이 그렇게도 자랑스런 정체성이란 말인가? 성차별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학교 정체성이라면 앞으로 총신대는 소신대로 여학생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총신대의 성차별 관행을 규탄하는 성명도 잇따르는 중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등 16개 단체는 2월 28일 성명을 내고 총신대에 여성이사 수용과 여성 사역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총신대는 외부적으로는 개혁주의 정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120년간 ‘남성 목사와 남성 장로’만 이사회를 독점해오면서, 여성 지도자를 완강히 거부하며 여성의 진로를 막아왔다"며 ▲ 교육부가 선임한 3인 여성이사 즉각 수용 ▲ 여성 목사 장로 양성 등을 촉구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2일 "여성을 이사에서 배제하는 것이 총신대학교와 합동총회의 정체성이어서는 안된다. 총신대학교와 합동총회는 이번 교육부의 여성 이사 선임을 성별에 관계없이 유능하고 신실한 일꾼들을 학교 운영에 참여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난여론에도 예장합동 교단 입장은 완고해 보인다. 소강석 총회장은 2일 자신이 시무하는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총회 제105회기 제2차 실행위원회에서 "총신대 정관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사분위가 정관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아직 총신대 정관은 이사의 자격을 개혁신학적으로 투철한 목사와 장로로 국한하고 있다”며 “이번에 교육부가 추천한 여성 이사는 목사와 장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소 총회장은 3일엔 자신의 SNS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정식 서면으로 총회 입장을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적었다. 한편 실행위는 사분위 결정에 대한 향후 대처를 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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