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하지 않은 한신대
[기자수첩] 안전하지 않은 한신대
  • 지유석
  • 승인 2021.05.24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장·한신대에서 잇단 성폭력, 장공 김재준 정신 잊었나?
한신대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에게 수년에 걸쳐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불거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피해경험자와 연대하는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교회’, ‘안전하지 않은 기장’이란 손팻말로 교단과 학교의 성폭력 불감증을 질타하고 나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신대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에게 수년에 걸쳐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불거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피해경험자와 연대하는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교회’, ‘안전하지 않은 기장’이란 손팻말로 교단과 학교의 성폭력 불감증을 질타하고 나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신대학교는 현재 종합대학교이지만, 종합대학 인가 이전엔 신학교육 기관이었다. 한신대의 전신은 장공 김재준 목사가 1940년 개교한 조선신학교다. 조선신학교는 아주 ‘특별한 역사적 사명’을 띠었다. 장공기념사업회는 조선신학교의 건교 이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1935년 당시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서양 선교사가 그들의 본국으로 모두 돌아가 한국 개신교는 ‘선교사 후견인시대'(1885-1935)를 마감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때 새로운 시대에 새 시대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와 신학적 비전이 필요했다. 새 포도주를 담을 새로운 가죽부대가 요청된 시기였다. 서양 선교사가 이끌던 평양신학교가 문을 닫음으로 인해서 장로교 신학교육기관이 전무했던 바로 그 시점에서, 조선 교회를 이끌어 갈 목회자를 자주적으로 양육하려는 ‘조선신학교’ 가 설립된 것이다.”
 
조선신학교의 건교 이념은 후신인 한신대학교로 면면히 흘렀다. 비록 학교의 역사를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신대가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보여줬던 민주화 역량은 선명히 기억한다.
 
그러나 최근 한신대에서 자랑스런 건교 이념을 무색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를 수년에 걸쳐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사실 이 학교 내 성폭력은 새삼스럽지 않다. 2019년 한신대 신학부 박경철 전 교수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고 앞서 모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선 2016년 김해성 목사가 성추문을 저지르는 등 기장과 한신대는 더 이상 성폭력 안전지대가 아니다.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행태는 다시 한 번 학교와 교단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기자는 이번 사건 피해경험자를 직접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피해경험자가 털어놓은 피해 사실과 이후 학교 교단의 대응을 되짚어보면, 성폭력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벌어진 시점이 박경철 전 교수의 성폭력이 불거진 시점과 겹친다는 점은 이 같은 인상을 더욱 짙게 한다. 그런데도 학교의 총책임자인 연규홍 총장은 이번 일과 관련, 입장을 낼 듯 하다가 돌연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한 해 5만 교회 떠난다, 왜? 
 
현재 한국교회는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위기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종교현황을 조사한 결과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비종교인은 불교 20%, 가톨릭 13%, 개신교 6%순으로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종교인에게 개신교가 가장 비호감이란 말이다.
 
교인 수 감소세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보수 교단 중 하나인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9년 1,286,671명이었던 교인 숫자가 2020년에는 1,228,890명으로 줄었다. 1년 사이 57,781명이 기감 교단 교회를 떠난 것이다. 명성교회 신도수가 반토막 났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다른 교단 역시 교인 수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개신교 교회의 교세가 감소하는 이유를 찾기는 쉽다. 만연한 성폭력 불감증도 교인을 떠나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나름(?) 진보적으로 알려진 기장과 한신대에서 마저 성폭력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는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위가 꾸려져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한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기장 교단이 다른 교단보다 비교적(?)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기 바란다. 그보다 이번 신학부 전·현직 교수의 성폭력이 기장 공동체에 속한 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기장’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게 했으며 기장과 한신대에게 빚진 마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는 점을 분명 기억해야 한다.
 
한신대와 기장 공동체가 이번 성폭력 사태를 지혜롭고 정의롭게 풀어가기 바란다. 교단과 학교를 세운 장공 김재준 목사의 정신을 기억하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