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뒤끝] 또 다시 고개든 개신교 반지성주의
[뉴스뒤끝] 또 다시 고개든 개신교 반지성주의
  • 지유석
  • 승인 2021.06.0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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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시오니스트 옹호자’ 이성자 목사 채플 세워 물의

한동대학교가 이스라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온 목회자를 채플 강단에 세워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 인터네셔널 갈보리교회 이성자 목사를 초청한 게 발단이었다. 이 목사는 ‘이스라엘을 축복하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최근 벌어졌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주제로 올렸다. 

이 목사는 설교 내내 낯 뜨거울 정도로 이스라엘 일변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목사 설교 중 일부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를 축복하시고, 이스라엘을 대적하는 자를 하나님도 대적하신다.”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던 현재 그 땅은 하나님이 아브라함부터 1000대에 걸친 영원한 나의 언약으로 맹세하시고 '반드시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셨던 그 가나안 땅인 것을 믿으시기 바란다.”

이스라엘 옹호 발언의 정점은 골란 고원 관련 발언이다. 이 목사는 골란 고원도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약속의 땅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967년 이전까지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였다. 결국 이스라엘이 6일전쟁을 해서 시리아는 빼앗겼다. (중략)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이스라엘의 결정이 옳았음을 지지해 준 것이다. 이것은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거해서 그 결정이 옳았다고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이다.”

통성기도에선 이런 기도도 했다. 

“너무나 많은 여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가운데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있다. 저들이 알지 못하여 짓는 어리석음이니 용서해 주시고, 한국 정치 지도자들이 깨어나 이스라엘 편에 서 있는 모두가 되게 해 달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둘러싼 정치적 맥락은 실로 복잡하다. 이번 이-팔 갈등으로 시야를 좁혀보자. 이-팔 양측이 지난 20일 이집트의 중재안을 받아 들여 휴전했지만, 해묵은 갈등이라 언제든 양측이 무력충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번 이-팔 무력충돌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욕망이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이다. Ⓒ 사진 출처 = BBC
이번 이-팔 무력충돌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욕망이 불러온 참사라는 지적이다. Ⓒ 사진 출처 = BBC

무엇보다 이번 갈등은 성격이 참 좋지 않았다. 무력충돌 직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 구성 시한인 4일까지 연정 구성을 하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정치적 곤경에 몰렸다. 네탸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총리 직선으로 돌파하려 한다. 그러려면 ‘집토끼’, 즉 핵심 지지층인 정통 유대주의자의 표를 결집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네타냐후에게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향한 군사행동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4월 30일(현지시간) 44명의 사망자를 낸 초정통파 유대인의 전통 유대 모닥불 축제인 ‘라그바오메르’ 참사를 허가한 것도 네타냐후의 지지층 결집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이스라엘은 구약시대 이스라엘이 아니다 

늘 그랬듯 이번 무력충돌에서도 많은 사상자를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의 피해가 컸다. 미국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는 5월 28일(현지시간)자 신문 1면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 67명의 사진을 실었다. 이 신문은 아이들의 사진을 실으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이들은 그저 아이들이었다.”(They were just children)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주도하면서 하마스의 주요시설만 정밀타격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가자지구는 인구 밀집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정밀타격을 가한다 한들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사단은 시오니스트 정치인 네타냐후의 정치적 욕망에서 비롯됐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다시 이성자 목사 설교로 돌아가보자. 이 목사의 설교엔 이-팔 갈등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맥락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목사 설교의 근거는 그저 구약성서에 기록된 이스라엘에 대한 언약일 뿐이다.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자. 지금의 이스라엘은 구약성서 시대의 이스라엘이 아니다. 구약성서 시대 이스라엘이 약자였다면, 지금 이스라엘은 중동 정세를 쥐고 흔드는 중심축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정보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네타냐후는 집권 이후 군사력과 정보력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내는데 골몰해왔다. 

한동대 학내 공동체의 반응은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준다. 이 목사의 설교는 한동대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한 학생은 익명 게시판에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민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하는 행위도 선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학내 반발로 이성자 목사의 채플 영상은 비공개처리됐다. 그러나 여진은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비종교인은 개신교에 가장 비호감이라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었다. 사실 한국 사회 전반이 개신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만연한 성폭력, 그리고 문자주의에 매몰된 반지성주의 등은 이미 교회 안팎에서 개신교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킨 핵심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성자 목사의 채플 역시 개신교에 만연한 반지성주의의 한 단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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