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황교안 전 총리의 낯선 방문과 목회자의 내로남불
[기자 수첩] 황교안 전 총리의 낯선 방문과 목회자의 내로남불
  • Michael Oh
  • 승인 2021.06.02 11: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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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 한인 교회 방문 후 논란

[뉴스M=마이클 오 기자] 황교안 전 총리가 미국 방문 중 참석한 한인 교회 예배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교회 관계자 제보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지난 5월 중순 버지니아주 소재 한 한인 교회를 방문했다. 한때 유력한 정치인이자 재기를 노리는 야당 인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교인은 어수선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담임 목사의 이례적인 예우로 불거졌다. 담임 목사는 주일 예배 중에 즉흥적으로 황 전 총리를 소개하고 마이크를 넘겨 인사말까지 하게 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한국이 위험합니다’라는 등의 내용으로 인사말을 전했으며, 교인 일부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틀 뒤에는 교인 대상으로 “황교안 전 총리의 신앙 스토리”라는 제목의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일부 교인은 이러한 담임 목사의 예우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교회의 전통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고 항의했다.

이런 교인의 반응은 평소 담임 목사가 교인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반면, 자신은 공공연히 일방적인 정치 성향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과 극우 성향의 정치권 및 교계 인사와 친분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예배 등의 공적인 시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예화를 들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이런 상황을 주시하던 한 시무 장로는 정식으로 담임 목사에게 항의와 해명 요구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수신자는 담임 목사뿐만 아니라 당회 구성원과 각 부서장과 은퇴 장로 등 교회의 리더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제보자는 이 이메일이 개인 차원의 항의가 아니라 사안을 공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정식 항의 차원에서 보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메일은 ‘파송 선교사가 와도 간단한 인사만 허용하고 있는데 어째서 야당 정치인에게는 마이크를 준비시켜놓고 한 말씀 하시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1, 2, 3세대가 함께 드리는 가족 예배에서… 자녀들과 교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성도들이.. 교회의 입장이 혹시나 잘못 전달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묻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총리는 ‘‘하나님 까불면 죽어’라고 막말까지 하고 한국 기독교에서조차도 이단으로 제명당한 전광훈 목사와 함께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지적도 담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담임 목사는 임시 당회를 통해 황 전 총리 측의 부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예정되어 있던 “황교안 전 총리의 신앙 스토리” 프로그램도 취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한편 한 교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교회 전체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당회 차원에서 해명과 사과를 받고 덮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와 종교의 근친성

이번 소동은 우파 정치권과 일부 한국 및 한인 교회 사이의 근친성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의상으로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현실 정치와 종교는 권력을 향한 욕망 앞에서 가장 숭고한 로맨스를 만들어내곤 한다. 정치인과 목회자 혹은 교회는 신앙이라는 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권력이라는 가장 날것의 욕망을 잉태하고 키워간다.

황교안이라는 (극)우 정치인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신앙인으로 추앙받고, 오히려 오지에서 고생하는 파송 선교사보다 더욱 주목받고 우대받는 현실은 이런 권력을 향한 욕망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사례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교회 공동체가 이런 불륜을 알아차리고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신앙적인 기준과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교회 리더가 잘못된 욕망으로 전체를 이끌어가려 할 때, 교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 방향을 저지하고 오히려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환경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는 분명 그 공동체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목회자의 내로남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것은 이번 사례를 통해 슬며시 드러난 목회자의 특권 의식이다. 개인으로서 목회자는 어떠한 정치 성향이든 자유롭게 선택하고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적인 공간인 교회의 공인으로서 목회자는 공동체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위해 자신의 사적인 의견과 주장을 제한해야 한다. 공동체에 속한 어느 누구에게도 다른 구성원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위도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교회가 단순히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공동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독교 신앙을 이루는 근간에는 오직 사랑하고 섬길 특권 이외에는 어떠한 종류의 강제적이고 위계적인 특권과 권위도 없기 때문이다. 성경을 통해 비춰진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바울 사도가 이루려고 했던 파격적이고도 자유로운 신앙 공동체의 모습이 바로 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입으로는 성도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일관된 정치 성향을 거리낌 없이 보이고 나아가 교회 공동체를 자신의 행보에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형적이지만 뒤틀린 권위 의식과 특권 의식의 표현이다.

이런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목회자 상은 후기 기독교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신앙인에게 분명 곤혹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모두가 발 딛고 있는 교회는 뒤틀린 권위와 권력에 기반한 율법주의와 사제주의에 포로된 하나님의 백성을 자유롭게 한 십자가의 희생위에 서 있다. 또한 끊임없는 속박과 억압의 체계로서 중세 종교 권위주의로부터 다시 한번 자유를 쟁취하고 생명력을 얻은 종교개혁의 전통 위에 서 있기도 하다. 교회에는 어떠한 특권 의식도 권위 주의도 설 곳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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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있을 찐저 2021-06-07 00:31:59
교회공동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교인입니다. 저는 당시 공교롭게도 kcpc 2부예배를 드려습니다.
예배중에 황교안씨를 인사시키고 마이크까지 주는 순간(아직까지 우리교회는 해외선교사든 누구든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교회생활 중에 가장 충격을 받았고 많은 분들이 이해를 못했고, 여전히 지금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장로님의 지적은 100% 옳은 것이고 많은 교인들은 심정적으로 동의하지요.
담목의 일탈로 보는 견해도 있고,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순수한 예배전통이 심각하게 훼손된것은 분명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담목은 어떤변명이나 사과도 없고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성도들의 인내가 이번에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도합니다

KDR 2021-06-06 11:48:53
내용을 상당히 왜곡 하셨거나 잘못된 정보를 받으신것 같습니다. 기사에 거론된 (한명의)당사자 입장에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 주시길 요청합니다.
진실과는 너무나 다른 터무니 없는 글입니다.
관계자, 익명의 제보자 등을 근거로 대는 기사는 주로 가짜뉴스나 사실을 부풀리기 위해 저급한 찌라시 기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수법 입니다.

이 기사의 대표적인 왜곡 한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장로의 의견에 동의하는 교인은 극소수 입니다.
또한 이 문제는 교인들이 이미 이해하고 넘어간 사안입니다.
해당 장로는 잘못된 방식으로 많은 중직자 들을 끌어들여 다수의 의견인 것 처럼 위장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더 큰 비난을 받아야할 사람은 바로 그 장로입니다.
지나치게 일방적인 기자의 편견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