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현상'은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낡은 가치관의 단면일 뿐이다.
'윤석열 현상'은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낡은 가치관의 단면일 뿐이다.
  • 박성철 목사
  • 승인 2021.06.25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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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주요 일간지라 여겨지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연일 윤석열의 대선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대서특필을 했다.

하지만 이들 일간지는 정작 대선 후보로서 가장 중요한 질문, 즉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전혀 던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진용을 갖추기 시작한 윤석열 대선 캠프 쪽에서 대변인이 일신상의 이유로 그 자리를 내려놓는 등 내부의 파열음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지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자 그토록 열광하던 보수 일간지들이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일간지들의 정치적 훈수를 지켜보고 있자니 이들이 언론사인지 정치 컨설팅 회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쩜 이들 일간지들은 언론사이기를 포기한지 오래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윤석열의 높은 지지율은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의 결과물이었다.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감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행정부의 권력과 갈등을 일으켰던 검찰의 우두머리는 그 자체로 연예인 못지 않은 '존재감'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으로 행정부와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이전까지 윤석열이 다음 대선의 가장 강력한 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만큼 '대선 후보'로서 윤석열에 대한 관심은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감과 정치적으로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 신비주의의 결합으로 형성된 것이다.

물론 현재 윤석열의 지지율은 거기에 조중동의 프로파간다가 결합한 결과이다.

하지만 신비주의가 대선 정국에서 먹힌 적이 있었던가?

결국엔 검증과 모욕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윤석열의 신비주의 전략이 길어지면서 피로감도 높아져 가고 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윤석열 현상은 과거 '안철수 현상'의 또 하나의 변주일 뿐이다.

안철수 현상이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낡은 가치관의 단면이었던 것처럼 윤석열 현상 역시 그러하다.

대통령으로서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없이, 그 사람의 정치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없이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자신이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그토록 타인에게 엄밀하게 적용하였던 사회적, 정치적 윤리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대선 후보' 윤석열에 대한 수많은 의문점들도 결국에는 이 지점에서 출발할 것이다.

'과연 윤석열은 자신과 가족들의 수많은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을까?'

'공정과 평등이 주요한 사회적 가치로 대두된 시점에서 윤석열이 생각하는 공정과 평등의 기준은 일반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등등

이러한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 놓지 못한다면 윤석열 현상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가 '이준석 현상'도 일종의 정치적 환멸감으로 이해하는 이유도 이준석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밀고 나간다면 모순적이게도 그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고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는 순간 지지율은 폭락할 것이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과거 이명박의 '다스 의혹'과 박근혜의 '최순실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결과로 너무나 많은 사회적 댓가를 치루어야 했다.

두 전임 대통령의 감옥행은 개인적인 비극일 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제대로된 검증을 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수치이다.

우리 세대에 대통령 세 명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면 윤석열에 대한 검증은 이명박과 박근혜처럼 어영부영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정치적 과정이 없이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감과 신비주의 전략 그리고 보수 언론들의 선동으로 만들어진 윤석열 현상은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낡은 가치관의 단면일 뿐이다.

만약 윤석열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번의 퇴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윤석열 현상의 유통기한은 얼마 남지 않는 것 같다.

박성철 목사 / 정치신학연구소장, (박성철 목사 페북에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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