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규홍 총장 ‘뒤끝’에 내홍 깊어지는 ‘한신대’
[기자수첩] 연규홍 총장 ‘뒤끝’에 내홍 깊어지는 ‘한신대’
  • 지유석
  • 승인 2021.07.22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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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종료 앞둔 연 총장, 4년 간 과오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기장성폭력대책위는 연규홍 총장이 학내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이라고 비판수위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연 총장은 이 사건을 빌미로 회생을 시도하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기장 총회 앞에서 열렸던 규탄 기자회견 Ⓒ 사진 = 지유석 기자
기장성폭력대책위는 연규홍 총장이 학내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이라고 비판수위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연 총장은 이 사건을 빌미로 회생을 시도하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6월 30일 기장 총회 앞에서 열렸던 규탄 기자회견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신대학교는 개혁 성향의 장로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산하의 신학 교육기관이다. 무엇보다 한신대는 1970, 80년대 민주화 운동에서 선봉에 서며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한신대는 심한 내홍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연규홍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최근의 일부터 살펴보자. 연 총장은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에 박상규 한신대 이사장을 상대로 총장선임결의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신임 강성영 총장을 선임한 지난 5월 31일자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박상규 이사장이 기장 총회에 신임 총장 인준안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게 연 총장 측 입장이다. 

그런데 연 총장이 가처분을 낸 이유엔 지난 5월 본격 공론화되기 시작한 한신대 신학과 전·현직 교수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포함돼 있다. 

연 총장은 이번 학내 성폭력 사건에서 2차 가해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장 내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기장성폭력대책위)는 6월 30일 기자회견에서 "학교 총책임자인 연규홍 총장은 사건 발생 시기부터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피해경험자와 관련된 파일을 유포해 2차 가해를 저질렀고 피신고인들이 적법한 과정에 따른 조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고 규탄했다.

연 총장은 거짓 해명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한신대 대학본부는 지난 5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교는 이번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 총장의 지시로 인권센터 성윤리위원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학교는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으며, 법적 조치의무를 다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기장성폭력대책위는 “성윤리위원회 진상조사위원회는 2021년4월16일 피해경험자가 교육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신고서와 한신대 인권센터 신고를 함으로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종합하면, 학내 성폭력 사태에 연 총장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황들이다. 

그런데도 연 총장은 이 사건을 빌미로 지위 보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연 총장은 9일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처분신청을 낸 이유를 밝혔다. 

연 총장은 이 게시글에서 “총장선출 투표권이 있는 이사가 선거에 즈음해 성희롱·성추행 대화를 녹취해, 후보자인 자신이 성희롱 은폐, 2차 가해를 한 것처럼 하여 언론 등에 알려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즉, 성폭력 사건으로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말이다. 

4년 간 바람 잘 날 없었던 한신대

연규홍 총장이 지난 1일 한신대 박상규 이사장을 상대로 신임총장선임결의무효 가처분신청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처분을 접수한 수원지법 제31부는 21일 오후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의 무효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은 수 주일 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연규홍 총장이 지난 1일 한신대 박상규 이사장을 상대로 신임총장선임결의무효 가처분신청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처분을 접수한 수원지법 제31부는 21일 오후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의 무효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은 수 주일 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7년 연 총장이 취임한 이후 한신대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취임 즈음해선 연 총장 취임에 반대해 신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2019년 5월엔 연 총장 측근임을 주장하는 김아무개 목사가 금품수수와 내부직원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020년 7월엔 이 학교 총학생회가 학교 측이 학생자치를 말살하고 있다며 무기한 천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퇴임을 앞둔 지금 연 총장은 성폭력 사건을 빌미로 회생을 노리는 중이다. 

기자는 이번 학내 성폭력 사태는 물론, 연 총장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연 총장은 수년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학내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선 “의혹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려달라”며 입장을 밝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껏 아무런 입장 표시가 없다. 

한편 연 총장의 가처분신청을 접수한 수원지법 제31부는 21일 오후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의 무효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은 수 주일 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법적 판단과 별개로, 연 총장은 학교 발전 보다는 자리를 이용해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그래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샀다. 그러다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슬그머니 법원에 신임총장선임 결의가 무효임을 주장하고 나서 또 한 번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모습은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연 총장은 지난 4년간 자신으로 인해 학내 공동체가 심한 몸살을 앓았고 학교 위상까지 덩달아 실추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여기에, 학내 성폭력 사건을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활용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피해경험자와 학내 공동체에 고개 숙여야 한다. 이게 연 총장이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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