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 속 서울시의회 임시 이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 속 서울시의회 임시 이전
  • 지유석
  • 승인 2021.07.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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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협의회 서울시에 공사 후 대안 마련 촉구, 오세훈 시장에 날 세우기도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결국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결국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기억공간 철거 통보를 했고, 이에 대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관련 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직원들을 보내 기억공간 내 물품 등을 옮기려 했다. 이러자 4.16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은 연좌 농성으로 맞섰다. 그러다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4.16가족협의회는 27일 오전 기억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시이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4.16가족협의회는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날을 세웠다.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기억공간은 건물로서 의미가 아니다. 기억공간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어떻게 한 단계 앞으로 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열린 소통의 공간”이라면서 “왜 1년 임기의 시장한테 이 공간이 지워져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기억공간 존치 논란과 관련, 서울시는 고 박원순 시장 때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개시될 때까지만 한시운영하기로 했다며 책임을 전임 시장에게 미뤘다.

이 같은 서울시 입장에 대해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유 집행위원장은 “공사를 시작하면 당연히 기억관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전임 시장과 약속 한 건 공사가 끝난 이후 이 광장에 세월호 참사는 물론 모든 민주시민의 역사와 의미를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를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자고 한 것이다. 이 약속이 있었기에 공사와 연계한 (기억공간) 철거를 불만 없이 받아들였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서울시”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한 가운데 4.16가족협의회 회원들이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한 가운데 4.16가족협의회 회원들이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한 가운데 4.16가족협의회 회원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시가 철거 방침을 밝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키로 한 가운데 4.16가족협의회 회원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에 있던 물품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기 시작했다. 

기억공간 구조물과 관련, 4.16가족협의회는 구조물을 해체헤 안산으로 가져간다고 밝혔다. 유 집행위원장은 “구조물은 시공사, 건축사, 시민들의 정싱이 한데 모여 만든 작품이기에 무단으로 부수거나 폐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정성껏 해체해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장기용)는 26일 성명을 내고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를 촉구했다. 정평위는 성명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은 불필요한 구조물이 아니라 온 국민을 비통과 탄식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반성함과 동시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는 약속의 상징이다. 이러한 기억공간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강제철거하려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을 향해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일방적인 강제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이 소중한 공간을 잘 보존함으로써 광화문 광장이 진정한 “열린 광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가족협의회, 시민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직접 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아래는 NCCK 정평위가 발표한 성명 전문.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계획을 철회하고 존치를 위한 대화에 임하라 

“귀를 막고 가난한 자가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며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잠언 21:1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할 것이라는 입장에 근거해 세월호 기억공간 강제철거를 강행하려 하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단순히 구조물로 여기는 서울시의 인식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불필요한 구조물이 아니라 온 국민을 비통과 탄식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반성함과 동시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는 약속의 상징이다. 

이러한 기억공간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강제철거하려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약속을 저버리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상징을 일방적으로 강제 철거한 채 조성되는 광장은 더 이상 온 국민을 위한 열린 공간일 수 없다. 

새롭게 조성될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반성,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다짐을 오롯이 담고 있는 진정한 “열린 광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모두의 염원이 된 생명과 안전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땀과 눈물로 지키고 키워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간직한 명실상부한 “열린 광장”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의 참사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진실 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마음을 모아 온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세훈 서울 시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일방적인 강제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이 소중한 공간을 잘 보존함으로써 광화문 광장이 진정한 “열린 광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가족협의회, 시민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직접 대화에 임하라. 

우리는 오늘(26일)이 세월호 기억공간이 일방적으로 강제 철거된 잔인한 날이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대화의 물꼬가 트인 소통의 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상식적인 판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1년 7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장 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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