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세가 궁금한가? 이 드라마를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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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유석
  • 승인 2021.08.1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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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프간 철수 다룬 드라마 ‘홈랜드’, 현 사태 예견했나?

이따금씩 TV 시리즈나 영화가 앞으로 펼쳐질 현실을 내다본 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곤 한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하고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등이 출연한 <컨테이젼>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이 국면에서 벌어질 지옥도를 거의 정확히 그려내고 있다. 

미국 첩보 드라마 '홈랜드'는 시즌 8에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을 그린다. Ⓒ 쇼타임
미국 첩보 드라마 '홈랜드'는 시즌 8에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을 그린다. Ⓒ 쇼타임

이제 소개할 미국 드라마 <홈랜드>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이스라엘 영화감독 기데온 라프 원작의 <전쟁 포로>를 미국이 리메이크 한 것으로 2011년 10월부터 202년 4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 관람이 가능하다. 

현 국제정세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시즌 8이다. 내용을 살펴보자. 미 중앙정보부(CIA) 부장을 거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영전한 사울 배런슨(맨디 패티킨)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짠다. 

사울은 아프간에서 미국이 발을 빼려면 탈레반과 모종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판단, 탈레반 지도자 하카니와 물밑 접촉을 시도한다. 하카니 역시 오랜 싸움에 지친 나머지 사울의 유화 제스처를 받아 들인다. 

사울 배런슨과 하카니의 막후 협상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난맥상의 정점이다. 협상 이전 하카니는 용감하게도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을 급습해선 아프간 협력자 명단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한편 파키스탄 정보부는 미국 대사관 진입 경로를 하카니에게 흘린다. 이 정보 덕에 하카니는 손쉽게 대사관에 입성했고, CIA 요원과 대사관 직원들은 하카니 일당에게 하나씩 죽임 당한다. 하카니의 잔혹행위에 질렸는지, 대사관에 있던 록하트 CIA 국장은 명단을 넘겨주고야 만다. 

이미 주인공인 CIA 요원 캐리 메시선(클레어 데인즈)은 하카니를 추적해왔다. 이런 이유로, 하카니의 미국 대사관 급습은 캐리 메시선을 향한 복수극의 성격도 띠었다. 

사울 배런슨이 이런 하카니와 손을 내밀고 하카니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으니, 역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국제정치의 속설은 진리인 셈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타협엔 늘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사울과 하카니의 타협안은 금새 반발에 부딪힌다. 하카니의 아들 잘랄은 대놓고 반기를 들고 아버지를 죽이려 한다. 파키스탄 정보부도 훼방을 놓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워너 미국 대통령과 다우드 아프간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 초소에서 평화협정 체결 소식을 알린다.

워너 대통령은 “하카니와 테러리스트의 자리는 없을 것이며, 미국과 아프간 양측 모두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겠다고 합의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향해 “이제 여러분들이 집에 갈 시간”이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이 벌어진다. 워너 대통령과 다우드 대통령이 탄 헬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내 다시금 전운이 감돈다. 

아프간 철군, 베트남 트라우마 데자뷰?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미국은 바그람 공군기지를 떠났다. 바그람 공군기지는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이 이곳을 떠났다는 건 아프간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이후 탈레반은 파죽지세로 진격했고 급기야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1975년 4월 30일 미국의 베트남 사이공 철수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미국은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이다시피 했다. 그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빈손으로 발 뺐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파죽지세로 진격, 마침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미국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파죽지세로 진격, 마침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실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출연해 “사이공이 완전히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20년 전에 911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아프간에서 싸웠고 우리는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아프간에서의 임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8월 16일자 <조선일보>에 이렇게 적었다. 

“탈레반의 목표는 뚜렷하다. 아프가니스탄 안에 이슬람 이념의 통치 체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글로벌 테러 확산을 추구하는 알카에다나 혁명의 수출을 국시로 하는 이란과는 다르다. 미국은 이 점에 천착해 조건을 걸었다. 테러 세력과 절연하고 권력 분점을 약속하면 미군도 철수하고 탈레반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외교와 개발을 군사력에 앞세우는 바이든의 대외 전략 기조와도 맞는다. 

복안이 하나 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다. (중략) 사우디가 탈레반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성지순례 불허 또는 이슬람협력기구 가입을 막으면 정통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탈레반은 폭력 수준을 낮추어 국제사회 눈치를 볼 것이고, 미국은 사우디를 통해 탈레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고려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에게 내건 조건은 드라마속 워너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 지도자 하카니의 합의 사항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프간 사태를 보며 <홈랜드>를 떠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홈랜드>에선 러시아의 중재로 미국과 파키스탄은 가까스로 핵전쟁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현실은 안갯속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이 ‘정상적인’ 정치세력으로 안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남식 교수는 “외세 축출을 위해 20년 동안 총을 들었다. 순식간에 온건 정치 세력으로 변신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아프간에선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단할 수 없다. 다만, 9.11테러 이전처럼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워 국민들을 억압하는 사태가 없기만 바랄 뿐이다. 

또 하나, 미국의 책임은 여전하다. 탈레반을 키운 건 미국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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