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민사회, 아프간 사태 방관만 할 것인가? 
세계 시민사회, 아프간 사태 방관만 할 것인가? 
  • 지유석
  • 승인 2021.08.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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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미국 전쟁범죄 고발, 난민 수용 등 적극 나서야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혼란에 바졌다. Ⓒ CNN 화면 갈무리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혼란에 바졌다. Ⓒ CNN 화면 갈무리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뒤이은 탈레반의 카불 장악, 공항으로 밀려드는 아프간 시민들. 지금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다. 철조망 너머로 아이를 던지는 부모들의 모습에선 처절함 마저 느껴진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민사회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인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건 2001년 9.11테러 직후였다. 테러를 벌인 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 은신해 있다고 알려졌고, 그래서 미국은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다. 국제여론도 미국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미국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침공 카드를 만지작 거리던 시점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탈레반은 오랜 내전 끝 수도 카불 장악에 성공했다. 이어 1998년 8월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주제 미국 대사관에서 차량 폭탄 테러 사건이 벌어졌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테러 배후로 알 카에다를 지목한 뒤,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눈독을 들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지정학적 위치였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 미국은 러시아·이란 등을 압박할 교두보를 손에 넣게 된다. 그러던 차 2001년 9.11테러가 터졌다. 말하자면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은 울고 싶었던 미국의 뺨을 제대로 후려갈긴 셈이다. 

그럼 9.11테러는 왜 벌어졌을까? 9.11테러의 궁극적 원인은 미국의 정책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들인 시점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섰다. 미국은 이 사태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들고자 반군을 적극 지원했다. 

이때 힘을 키운 게 바로 탈레반, 그리고 알 카에다였다. 구 소련이 10년에 걸친 개입 끝에 발을 빼자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끊어버렸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 됐고 이후 내전이 벌어졌다. 내전 당시 탈레반은 미국으로부터 지원 받은 무기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은 9.11테러라는 엄청난 일을 벌였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9.11테러는 미국으로선 부메랑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테러 공포 

20년에 걸친 개입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20년 간 쏟아 부은 전쟁 비용은 2조 2600억 달러에 이르고, 이 기간 2400여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 시민의 희생은 더 컸다. 미 브라운대학교 부설 왓슨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개입기간 동안 숨진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7만을 넘는다고 한다. 

9.11테러가 벌어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지금 이곳은 추모공원으로 운영한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9.11테러가 벌어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지금 이곳은 추모공원으로 운영한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는 현재 추모공원으로 운영한다. 기자는 4년 전 이곳을 찾았다.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이 있던 터엔 9.11테러로 희생당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놓았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테러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은 오랜 도피 끝에 사살 당했다. 하지만 그의 후예를 참칭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도처에 넘쳐난다. 이런 악순환은 또 다시 미국 시민의 목숨마저 위협할 것이다. 

이제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자행한 패권주의 정책을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  

난민 수용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침 우리 정치권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와 반갑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엇보다 아프간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난민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난민 수용의 모든 부담을 아프간 주변 국가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대신 국제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방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적었다. 

끝으로 미국 정부가 또 다시 아프간과 유사한 군사주의적 모험을 감행하는 건 아닌지 면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일그러진 군사주의적 모험은 또 다른 희생과 테러 공포를 불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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