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9.11테러 20주년, 안전한 세계를 희망한다
[시론] 9.11테러 20주년, 안전한 세계를 희망한다
  • 지유석
  • 승인 2021.09.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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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양산한 20년, 미국과 세계는 무엇을 성찰해야 하나?
9.11테러가 벌어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이곳은 추모공원으로 운영 중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9.11테러가 벌어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이곳은 추모공원으로 운영 중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2021년 9월 11일은 9.11테러 발생 꼭 20주년을 맞는 날이다. 

앞서 미국은 8월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와 일반인 대피를 완료했다. 9.11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에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인 뒤 20년만의 일이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보면 올해 9.11테러 20주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미국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특히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테러는 갈수록 조직화되는 양상이다. 

미군이 떠나간 아프간에선 탈레반의 공포정치가 횡행한다. 여기에 탈레반과 여타 테러세력의 잔혹성도 더해가는 모양새다. 도대체 어디서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찾아야 할까? 

9.11테러의 기원을 되짚어 보려면 시계를 1979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까지 되돌려야 한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아프간에 대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 특히 미국은 이슬람 무자헤딘 세력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사우디 아라비아는 자금을 댔고, 파키스탄은 병참 기지를 제공했다. 무자헤딘 세력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게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이었다. 

구 소련에 아프간에서 손을 떼자 미국 역시 눈길을 돌렸다. 이 와중에 알 카에다는 미국을 향한 분노를 키웠다. 이들의 분노는 9.11테러라는 미증유의 참사를 불러왔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왜 미국을 향해 분노를 쏟아 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 알 카에다는 세확장 과정에서 미국을 공격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은 굽히지 않았다. 빈 라덴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미국이 중동을 지배하고 소중한 자원인 석유를 차지할 것이란 신념을 설파하고 다녔다. 

이 와중에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1991년 걸프전이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전격 침략하자 미국 부시 행정부(아버지 부시)가 다국적군을 꾸려 군사행동을 감행한 게 걸프전의 본질이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빌미는 양국간 해묵은 영토분쟁이었다. 문제는 쿠웨이트가 석유 부국이고,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했다는 점에 있었다. 

사실 걸프전 이전까지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중요한 ‘자산’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후세인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자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특사까지 보내 후세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 특사가 누구냐면, 훗날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침공을 기획한 도널드 럼스펠드였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후세인을 한껏 악마화하면서. 

미국이 후세인을 배후 지원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걸프전 때 드러난 미국의 모습은 위선 그 자체였다. 

아프간에 뿌려진 분노의 씨앗, 참극으로 끝나 

걸프전 이후 빈 라덴의 선전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9.11테러라는 비극의 씨앗이 됐다. 요약하면, 중동을 향한 미국의 침략정책이 이슬람권의 분노에 불을 지핀 셈이다. 

여기서 분명 밝혀둔다. 9.11테러 행위가 정당했다는 게 아니다. 기자는 4년 전, 테러가 벌어진 뉴욕 그라운드 제로를 찾았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미국의 침략주의는 중동-이슬람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고, 급기야 무고한 뉴욕 시민의 희생까지 불렀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 점을 분명히 하자는 말이다. 

앞서 적었듯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으나 테러를 없애기는커녕 테러리스트만 양산했다. 그뿐인가? 미국 본토는 상시적 불안상태다. 

지난해 6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흑인민권운동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들불처럼 일었다. 

이때 경찰의 대응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 요원은 중무장하고 시위대에 무력을 행사했는데, 그 수준이 거의 군대를 방불케했다. 군대 수준으로 무장한 경찰의 모습은 밖을 향해 벌인 전쟁이 결국 안으로까지 빨려 들어왔음을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단면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파죽지세로 진격, 마침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미국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파죽지세로 진격, 마침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 알자지라 화면 갈무리

비록 후폭풍이 거세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은 잘한 일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익 추구 대상을 아프간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환한 게 아니기를 바란다. 여기에, 전세계를 활보하는 테러 세력이 미국의 정책 실패를 분노의 소재로 활용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20년 전, 숨진 모든 희생자들이 부디 평안 가운데 있기를 소망한다. 소중한 이들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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