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엿보다
‘오징어게임’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엿보다
  • 지유석
  • 승인 2021.09.23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넷플릭스 최고 화제 모으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9부작 ‘오징어게임’ Ⓒ 넷플릭스
넷플릭스 9부작 ‘오징어게임’ Ⓒ 넷플릭스

 

넷플릭스 9부작 <오징어게임>이 화제다. 개인적으론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꺼라고 느꼈다. 그런데 이 느낌이 꼭 개인적인 건 아닌 것 같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페트롤> 집계 결과 9월 22일 기준 <오징어게임>은 총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영국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남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심지어 이웃 일본에서도 <오징어게임>이 1위다. 

이 드라마가 앞서 개봉한 <D.P.>만큼 충격적이진 않다. 또 밑바닥 인생들이 인생역전만 바라보며 서로 죽고 죽이고, 이 광경을 VIP가 즐감(?)한다는 설정은 사실 익숙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제니퍼 로렌스의 <헝거 게임> 3부작이다. 

다만 서바이벌 생존극을 한국 상황에 맞게 잘 녹여낸 점이 돋보인다. 특히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40대 중후반 이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놀이를 서바이벌 게임의 소재로 활용한 점은 놀랄 만큼 기발하다. 세계인들도 한국인의 놀이문화에 흥미를 느낀 건 아닐까? 

여기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서울대 출신 금융인 조상우(박해수)의 모습은 일그러진 한국 엘리트의 표상이다. 

이 지점에서 또 한 번 개인적인 인상 비평을 적으려 한다.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개신교 교회와 목회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기자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는 점을 밝혀둔다. 또 이 드라마가 개신교 교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거나 하는 식의 거창한 비평 담론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점은,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한국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드라마가 짧고 굵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드라마 주인공 강새벽(정호연)과 지영(이유미)의 대화를 들어보자. 강새벽은 지영과 구슬치기 상대로 만났다. 

지영의 시크함, 이유 있었네 ! 

지영은 시종일관 시크하다. 지영의 시크함은 목사로 보이는 244번 참가자겐 더하다. 244번 참가자가 줄다리기 게임에서 승리한 뒤 연신 기도를 올린다. 이러자 지영은 244번 참가자에게 이렇게 쏘아 붙인다. 

“우리가 산 게 주님 덕분인 것 같아? 당신이 지금 살아서 혀를 놀리고 있는 건 저 할아버지랑 막판에 기가 막힌 잔머리 굴리신 저 아저씨 덕분이라구. 그러나까 감사기도 할 꺼면 저 사람들한테나 해 !” 

지영이 왜 그토록 목회자에게 냉랭한지 이유는 강새벽과의 대화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영의 대사를 통해 그의 아버지가 목회자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아내를 잔인무도하게 살해했고, 지영에게선 몹쓸 짓을 한 위인으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가 기성 교회를 직접 비판대상으로 삼은 건 아니다. 그보다 앞서 적었듯 여러 놀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쳐줄 뿐이다. 하지만 지영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한국 사회가 개신교 교회(내지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실로 처참하다. 

그런데 이런 묘사가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로 눈 돌려보자. 개신교 목회자, 특히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는 사회 현실과 맞지 않는 '신앙적' 메시지로 자주 빈축을 샀다.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세월호 망언은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학력위조, 공금횡령, 신도에 대한 가혹행위, 성범죄 등등 목회자 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드라마 속 지영의 시크함은 오히려 실감나게 다가온다

물론 목회자 다수는 선량하고, 성추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부류들은 소수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잘못은 개인이 하지만 책임은 전체가 짊어지는 게 세상 이치인걸.

개신교 교회·목회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싸늘한 시선, 지금 기성 교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