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의 죽음과 윤두환 후보, 과연 기시감에 불과한 것일까?
전두환 씨의 죽음과 윤두환 후보, 과연 기시감에 불과한 것일까?
  • Young S. Kwon
  • 승인 2021.11.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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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석 목사 칼럼
권영석 목사 (한국복음화협회 전 상임대표)
권영석 목사 (한국복음화협회 전 상임대표)

이 땅에 군사독재를 10년 이상 연장시킴으로써 그 적폐를 가속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던 제2 군사 쿠데타의 장본인 전두환 씨가 영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이제는 더 입을 열 수 없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결국 이 세상을 버릴 때까지 그는 한 자락 후회도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우리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고스란히 떠안은 인물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철저히 이 세상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자신의 세계에 갇힌 채로 연희동 자택에서 사실상 영어(囹圄)의 몸으로 지내다가 간 셈이니 그로서는 그다지 새로운 것도 없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혹시나 하고 그의 입을 쳐다보고 있었던 국민들에게는 새삼 적지 않은 실망과 분노가 일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썰렁한 조문과 장례 분위기가 이런 국민의 정서를 대변해 준다 하겠습니다.

회개 없는 용서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에 전두환 씨를 용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이제 논외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리(順理)/순천(順天)적이지 못하고 역리(逆理)/역천(逆天)적일 수 있을 것인지 그는 우리의 민족정기에 먹칠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의미를 통째로 흔들어 놓은 자로서 참으로 그와 더불어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았던 동족의 차원을 넘어서서 한때 그가 이 나라의 수반(首班)이었다는 것에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면서까지 그가 거머쥐려 했던 권세와 명예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으며, 그의 인생을 두고 누군들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다 간 사람으로 부러워하겠습니까?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일생을 역리를 넘어 역천의 길로 살아온 또 다른 전두환, 곧 윤두환이란 별명을 얻은 윤석열 씨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니 이를 두고 ‘별수 없는 인간’이란 숙명적인 말로 위안을 삼기에는 이 나라의 운명이 너무나 끔찍스럽고 잔인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전두환 씨는 당시 대통령 유고(有故)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고 나름 상황 수습의 책임을 감당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면, 윤석열 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와 권한을 총동원하여 오로지 자신의 출세와 사익을 위해 버무려 왔던 인생인 셈이니, 동기로만 평가하자면 어쩌면 전두환 씨보다 훨씬 더 사악한 패악질을 일삼아 온 인물이 아닌가 합니다. “열린공감 TV”가 공개한 “본부장”(본인 + 부인 + 장모)의 비리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후안무치와 화인 맞은 양심은 실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군사독재라고 해서 과(過)만 있고 공(功)은 없지 않을 터, 누가 대통령 자리에 있던지 국민들의 민생은 그런대로 또 꾸려지겠지만, 대통령을 포함하여 국가의 공직을 국민들의 대표이자 봉사자로서가 아니라 사사로운 입신과 출세의 기회로 악용하려는 풍토가 이 땅에 정착하도록 만든 적폐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일제 시대의 친일파가 그러했고, 군부 독재가 그러했고, 재벌이 그러했으며, 작금의 검찰과 언론 또한 이런 구태의 연장선에서 마지막 청산/개혁의 대상이라 하겠습니다. 한 번 탁해진 민족정기를 맑히는 데에 이리도 요원한 세월이 필요한 것인지 인간의 정신사는 물질문명의 발달과는 족히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심한 주의와 각고의 노력이 들어야만 비로소 고양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김의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의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씨는 윤두환이란 별명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고인이 된 전두환 씨의 죽음을 반면교사로 삼아, 먼저 회개부터 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본부장”에 얽힌 범죄와 악행들이 실제로 그의 인생을 사실적(寫實的)으로 드러내어 주는 것이라면, 그는 당장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전두환 씨의 인생을 뒤따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 것이 그나마/도리어 떳떳한 여생을 사는 유일한 길임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만일 그가 대통령의 당선이 된다면, 그의 출세주의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그의 추종 세력들 역시 그 출세주의에 편승하여 우리 민족의 정기를 어지럽히며 국가의 기강을 흐트러뜨리게 될 것이니 그는 영원히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그 또한 전두환 씨처럼 영어의 몸으로 남은 생을 살 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게 된다면, 온 국민 앞에서 자신을 포함하여 일가족의 추잡한 악행들이 낱낱이 공개된 셈이니 장차 그 부끄러움을 어찌 감당할 것입니까? 혹여 뒤늦게 후회막급이 된다 해도 뒤늦은 사과를 기다려 줄 국민들은 이미 그 자리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사는 다 때가 있는 법, 실기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란 훨씬 더 힘들게 마련입니다. 어차피 대선 후보로 주목을 한껏 받게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그리고 짐짓이라도 사과 성명을 내고 후보를 사퇴한다면 국민들의 용서를 받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니, 그것이 바로 회개를 통해 용서를 받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바로 결단하여야 합니다. 어차피 해야 할 포기라면, 빨리 결단할수록 그나마 손실이 덜한 법입니다. 전두환 씨의 죽음이 윤두환씨에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적어도 윤석열 씨에게는 그분의 죽음은 헛되지 않은 죽음이 될 것입니다.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이 민족 앞에, 역사는 단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하는 희망의 불씨가 되어 줄 수 있기를 한 가닥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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