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방화가 ‘혐오범죄'다(?)
크리스마스 트리 방화가 ‘혐오범죄'다(?)
  • 양재영
  • 승인 2021.12.15 0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수매체 팍스와 공화당 주장…SNS에서는 조롱
폭스뉴스 건물 앞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타고 있다(사진:폭스뉴스 화면 캡처)
폭스뉴스 건물 앞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타고 있다(사진:폭스뉴스 화면 캡처)

뉴욕 폭스뉴스 본사 앞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노숙인에 의해 방화로 전소되었다. 

지난 8일(수)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폭스뉴스 본사 앞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지른 노숙인 크레이그 타마나하(49)씨는 현지 경찰에 체포되었다. 화재는 신속하게 출동한 소방관들에의해 진화되었으며, 현지 매체들은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마약 복용이나 정신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한 노숙인에 의한 방화정도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 사건을 ‘혐오범죄'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폭스뉴스의 호스트인 브라이언 킬메이드는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 방화 사건을 ‘혐오범죄'라고 단정했다. 

그는 맨해튼 폭스뉴스 건물 앞 50미터에 달하는 조형 나무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의 방화 사건의 용의자가 한 노숙인이라는 공식 발표가 나온 후 “누가 이것을 우리, 폭스뉴스를 향한 혐오범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폭스뉴스의 주중 아침방송인 ‘폭스&친구들'(Fox&Friends)의 공동 진행자인 에인슬리 에어하트는 트리를 ‘크리스마스 정신'임을 강조했다. 

에어하트는 “트리는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성탄 시즌임을 알리며, 예수와 관련한 것이다. 그것은 축제(Hanukkah)이며, 우리가 서있는 국가의 모든 것이다"고 평했다. 

수요일 심야 뉴스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이러한 방화가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칼슨은 “이번 방화는 종교적 동기를 가진 분명한 ‘혐오범죄'이며, 더 많은 크리스마스 트리 방화로 번질 수 있다”며 사법부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와 보수적 계열을 같이하는 다수의 공화당원들 역시 “이번 방화사건은 ‘혐오범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기독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스완 주교는 터커 고조부의 과거 행적을 소개하며 KKK의 의식 사진을 게재했다.
스완 주교는 터커 고조부의 과거 행적을 소개하며 KKK의 의식 사진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 언론과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비판과 조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흑인 운동가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탈버트 스완 주교는 터커 칼슨의 가족 내력을 소개하며 그의 주장을 조롱했다. 

스완 주교는 “터커의 고조 할아버지인 코넬리우스 에니스는 노예 소유주였으며, 노예상인이었다. 기독교의 상징을 불태우는 것은 그의 가족들이 여가시간에 즐겨하던 것이었다"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Ku Klux Klan)의 십자가 화형식 사진을 게재했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ABC 방송 ‘지미 키멀 라이브'의 진행자인 지미 키멀은 폭스뉴스가 이 사건을 정치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키멀은 “폭스는 이 사건이 정치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다. 이번주에 별다른 뉴스거리가 없으니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만들기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릭 하이퍼라는 이름의 트위터는 “(폭스뉴스는) ‘혐오범죄'에 불탄 5십만불짜리 크리스마스 트리를 잊지 말라.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배고픈이들은 먹일수 있겠는가?”라며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는 성탄절의 풍토를 개탄했다.  

폭스뉴스는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는 약 15미터(50 피트) 높이에 1만개의 장식품과 10만개의 전등으로 장식되어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2019년부터 연말 행사로 조명식이 실시되었으며, 트리에 들어간 비용이 약 5십만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뉴스는 이번 사건을 36시간 연속 집중보도함으로 ‘혐오범죄' 프레임으로 여론을 조성하려 했지만, 뉴욕 경찰 당국은 방화범인 크레이그 타마나하씨를 보석금없이 석방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