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절친 오스틴 배쇼어 “신지예 행보에 절망했다”
5년 절친 오스틴 배쇼어 “신지예 행보에 절망했다”
  • 지유석
  • 승인 2021.12.31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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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배신감 토로, 유력 보수 언론 주목하기도
미국 녹색당 국제특별위원회 위원 오스틴 배쇼어 씨 Ⓒ 사진 = 지유석 기자
미국 녹색당 국제특별위원회 위원 오스틴 배쇼어 씨 Ⓒ 사진 = 지유석 기자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자 큰 파장이 일었다. 

신 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로 잘 알려진 정치인이었고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런 신 씨의 윤석열 캠프 합류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그가 이전에 활동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녹색당은 성명을 내고 지지자들의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여론은 비판 일색이었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일었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여명 공동청년본부장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천안에서 미국 녹색당 국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오스틴 배쇼어 씨(Austin Bashore, 한국명 배진태)는 신 씨의 윤석열 캠프 합류에 당혹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오스틴 씨는 신 부위원장과 많은 활동을 함께 했다. 그랬던 그가 신 부위원장의 윤석열 캠프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SNS에 좌절감을 표시했다. 댓글엔 ‘토하고 싶다’는 글까지 적었다. 이러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오스틴 씨의 댓글을 인용해 기사화했다. 

오스틴 씨의 심경을 보다 자세히 파악해 보고자 인터뷰를 요청했고 29일 오전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이번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다. 오스틴 씨와 독자들에게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한글 표현 일부에 오스틴 씨의  영어 표현을 같이 쓰고자 한다. 

먼저 오스틴 씨는 신 부위원장과 인연에 대해 털어 놓았다. 

“지난 5년간 친하게 지냈다. 내가 기억하는 신지예는 친절하고, 활동적이었고, 강했고 사랑스러웠다. 신 부위원장이 왜 이런 선택(윤석열 캠프 합류 – 기자 주)을 했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오스틴 씨는 신 씨의 윤석열 캠프행 소식이 전해지자 잇달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신 씨희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신 씨의 행보가 끔찍하다(terrible)고까지 표현했다. 

“끔찍하고, 절망적이다(devastated). 신 씨의 행보는 정말 아무도 몰랐다. 2주 쯤 전인가, 신 씨의 집에서 만나 식사하며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신 씨에게 문자 메시지도 보내고 전화도 걸어봤지만 답이 없었다. 신 씨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TV 토론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던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새시대준비위원회 김한길 위원장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무너뜨리고자 신 씨를 영입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트로이의 목마처럼.”

이에 대해 신 씨는 합류 당일 낸 자신의 입장문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이번 대선은 도덕적인 결함이 있고 그리고 무능한 집단과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정치 집단 간의 대결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그동안 계속 후퇴하고 오히려 촛불혁명 이후에 ‘이게 나라냐’ 라는 질문에 ‘이게 나라다’ 라고 대답하는 정권이 세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내로남불, 후퇴하는 정치를 보여주는 집단을 정치적으로 어떻게든 ‘이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을 해 줄 대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

“한국 정치가 미국 닮아가는 게 가장 두렵다” 

오스틴 씨는 신지예 부위원장과 많은 활동을 함께 했다. 그래서 오스틴 씨는 신 부위원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 Ⓒ 사진 = 오스틴 배쇼어 제공
오스틴 씨는 신지예 부위원장과 많은 활동을 함께 했다. 그래서 오스틴 씨는 신 부위원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 Ⓒ 사진 = 오스틴 배쇼어 제공

신 씨의 행보는 보수언론도 주목했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오스틴 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중 일부를 인용해 대서특필했다. 이에 대해 오스틴 씨는 이렇게 말했다. 

“두 신문은 ‘토하고 싶다’는 대목만 잘라 기사화했다. 신 씨를 공격하거나 화나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신 씨를 미워하지 않지만 그의 행동은 미워한다. 

“내 페이스북 게시물이 기사가 된 건 내가 미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 씨가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하자 수많은 동료와 친구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난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난 유일한 미국인이고, 신 씨의 친구였다. 아마 그래서 기사화됐을 것이다.”

몇몇 비평가들은 신 씨의 윤 후보 캠프 합류를 두고 페미니즘은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오스틴 씨는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신 씨가 ‘페미니즘의 선두 주자(Queen of Feminism)’는 아님을 밝혀두고 싶다. 2년 전엔 녹색당을 떠났기에 당에서도 큰 영향이 없다. 나 역시 페미니스트이고,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은 개선돼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스틴 씨는 한국 녹색당에서 활동하며 한국 정치를 체험하는 중이다. 한국 선거법이 외국인의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있어 자발적인(voluntary) 활동 밖엔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스틴 씨에게 신 씨가 합류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과 한국 정치 전반에 느낀 점을 물었다. 

오스틴 씨의 말이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반외국인 정서를 자극하는 정당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반외국인 정서를 자주 느낀다. 외국인이라서 차별 당하는 일도 종종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였지만, 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동남아 노동자가 죽어 감에도. 윤 후보가 집권하면 더한 일이 벌어질까봐 두렵다.”

“한국 정치가 미국처럼 거대 양당 독점체제(Two party dictatorship)로 흐르는 게 가장 두렵다. 한국엔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작지만 멋진 정당(very good minor party)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윤사람들이 거대 양당을 선택하라고 압박(pushing)한다. 한국 선거제도는 자유롭고 공평하다. 따라서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끝으로 오스틴 씨에게 ‘옛 절친’ 신지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오스틴 씨는 이렇게 답했다. 

“올해 2월, 제주에서 활동하던 성소수자 활동가 김기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 씨의 행보를 보면서 그때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신지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 씨가 정치활동을 같이하자고 도움을 청한다면 거절할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 캠프에서 나오고 싶다며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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