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랜드 주에 위치한 벧엘교회의 진용태 목사가 수차례에 걸쳐 같은 교단(PCA) 소속인 팀 켈러 목사(리디머교회)의 설교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 목사는 "뉴욕리디머교회 지원 그룹 네트워크 총지도자이자 상담목사"로 있다가 지난 2009년 벧엘교회로 부임했다.
표절 사실이 불거지자, 진 목사는 지난 2월 20일 주일예배(3부) 때 교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당시 진 목사는 '7년 동안 팀 켈러 목사 밑에 있었고, 팀 켈러 목사가 너무 좋았고, 팀 켈러 목사처럼 설교하길 원해서 많은 부분 카피했다'고 이유를 설명하며, 교인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로 설교를 '카피'했기에 교인들에게 공개 사과까지 한 것일까. <미주뉴스앤조이>가 진 목사의 설교를 비교·분석해본 결과, 일부 설교는 팀 켈러 목사의 설교 중 일부분을 그대로 번역해놓은 수준이었다. 다음은 진 목사가 한 "삶의 진주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설교 중 일부다. 이 설교는 팀 켈러 목사의 "어떻게 진짜 보물을 찾는가(How to Find Real Treasure)"라는 설교와 일치한다.
진 목사 2010년 1월 17일 주일예배 설교 | 팀 켈러 목사, 1998년 11월 1일 설교 |
…그래서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재산을 집에다 숨겨두지 아니하고 땅에다 묻어뒀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주인을 죽였는지 어떻게 됐던 그 주인이 보물을 숨겨두었는지 말하지 못하고 죽었는지 혹은 잊어버렸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땅을 보고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을 보면 유대인 법에는 찾는 사람이 주인이다, "The finder is keeper" 그런 이야기가 있다. … | …You buried it, and you hoped you survive in battle. Most of case you were not. You don't tell anybody where you buried it. You happened to die or get killed. There we go. There was a Jewish law which said, "The finder is the keeper" The Jewish law said, no matter where you find it, how you find it, it was yours. … |
이런 식의 표절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진 목사는 "내가 믿사오니: 들어가 보고 믿더라(1)"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요한복음 20장(1~18)을 본문으로 사용했는데, 이것도 팀 켈러 목사의 설교와 동일했다. "내가 믿사오니" 시리즈는 사도신경 강해(총 13회) 설교로 "들어가 보고 믿더라"가 첫 번째 설교였다. 이 설교는 팀 켈러 목사의 "믿음; 완전 정리(Faith; The Complete Guide)"라는 설교를 표절한 것이다. 팀 켈러 목사의 사도신경 강해(총 13회) 시리즈의 첫 번째로 구조까지 표절한 사례다. 진 목사는 설교 중에 예수님의 시체가 없어진 장면을 묘사하며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켈러 목사의 설교를 영어로 받아쓰고 양쪽 본문을 비교했다.
진 목사, 2010년 9월 12일 주일예배 설교 | 팀 켈러 목사, 1999년 11월 7일 설교 |
…그런데 여기 마이클 그린이라는 신학자가 있는데 이 본문을 보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여기 세마포는 머미(미라)처럼 돌돌돌돌 말아가지고 푸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저는 정말 봤어요. 매미 있죠. 매미 맴맴맴. 매미가 있는데 매미가 껍데기가 벗겨지면서 알맹이가 나오죠. 자 이 세마포가 그대로 되어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이 몸, 이 육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 …This is what the commentator says, Michael Green says, "The way the linens were lying meant they were still round and round, but empty. As if body passed through them like a chrysalis after butterfly had left.… |
…예수님께서 3일 만에 부활하신다 그랬는데, 아닐 거야. 그게 말이나 되나. 그런데 그러면 왜 왜 붕대가 여기 있지? 시체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 부활하신 걸까? 에이 그게 말이나 돼?" 뭘 하는 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 …So what’s going on? Peter says, "Body has gone. Well may be… |
진 목사와 켈러 목사 둘 다 동일한 성서 학자(마이클 그린)를 인용했다. 진 목사는 내용뿐 아니라 팀 켈러 목사의 말투나 톤까지 그대로 옮겨왔다. 차이점이라고는 진 목사는 매미가 허물을 벗었다고 하고 팀 켈러 목사는 나비가 허물을 벗었다고 한 점뿐이었다.
진 목사는 "하나님을 찾아서" 시리즈를 "자기 자신을 찾고 있는 사람들, 참 길을 찾아서, 믿음을 찾고 있는 사람들, 삶의 진주를 찾아서"로 구성했다. 팀 켈러 목사는 "어떻게 길을 찾는가(How to Find the Way), 어떻게 자신을 찾는가(How to Find Your Self), 어떻게 진짜 보물을 찾는가(How to Find Real Treasure), 어떻게 믿음을 찾는가(How to Find Faith)"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순서만 다를 뿐 성경 본문과 제목은 동일했다.
이중 진용태 목사는 "믿음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란 설교를 통해 팀 켈러 목사가 말한 "믿음의 고급반(Advanced)"에 대해 언급하며 몸무게가 다른 친구들이 다리를 건너는 비유를 사용했다. 진 목사는 믿음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팀 켈러 목사가 인용한 예를 그대로 표절한 것이다.
설교 본문부터 예화, 비유, 구조까지
진 목사는 팀 켈러 목사가 썼던 성경 본문부터 예화, 비유, 구조까지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2010년 첫 주일 설교였던 "참 길을 찾아서"는 성찬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진 목사는 마태복음 7장 2절부터 14절 말씀까지를 봉독했다. 진 목사는 본문에 나오는 "7장의 설교를 끝내면서 결론을 우리에게 주는 장면이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두 개의 문이 있고 두 개의 길이 있고 두 개의 나무가 있고 두 개의 집들을 예수가 보여준다"며 설교를 시작했다.
팀 켈러 목사도 동일한 본문과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하며("How to Find the Way", 1998년 10월 18일) 뼈대를 4가지로 잡았다(1. 이 길은 어디로 가는지, 2. 이 길은 무엇인지, 3. 왜 그 길로 인도하는지, 4. 어떻게 당신이 참 길로 갈 수 있는지). 진 목사도 4개의 뼈대로 설교를 구성했는데 "이 두 개의 문과 길은 어디로 우리를 인도하는가, 두 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왜 좁은 문과 길은 생명의 길이 될까, 어떻게 좋은 길과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로 이어진다.
이 설교에서 진 목사가 사용한 예화도 똑같았다. 진 목사는 나니아 연대기를 언급하며 "씨 에스 루이스(C. S. Lewis)가 쓴 나니아라는 어린이 책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마구간에 들어가게 된다"고 시작했다. 팀 캘러 목사가 "There is one of Narnea's tale which is the C. S. Lewis' series for the children. One point a man gets into the stable"이라고 말한 부분을 그대로 직역해서 소개한 것이다. 뒤 따라 나오는 예화 내용은 "바깥에서는 좁아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넓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것도 일치했다.
진 목사, "여러 목사들의 설교를 공부하는 게 내 직업"
설교 표절 문제에 대해서 진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4월 10일 벧엘교회로 직접 찾아갔다. 주일예배 후 진 목사와 짧게 인터뷰를 했다. 진 목사는 "이렇다 저렇다 할 얘기가 안 되는 거 같다"며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표절 논란에 대해선 "우리 교인들이 문제고 저한테 그런 게 있는 거 같다"며 교회 내부적 문제 때문에 일부 교인들이 꼬투리를 잡는 것으로 여겼다. 또 "여러 목사의 설교 공부를 하는 것이 직업"이라며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를 공부하며 참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대답했다. 교회에서 표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기로 결정했냐는 질문에는 "괜찮은 거 같다"고 말했다. (아래 인터뷰 내용 참조)
사과로 유야무야? 일부 교인들 보도자료 배포하며 반발
진 목사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에도 일부 교인들은 "표절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며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당회가 이 사건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하지 않았다. 당회가 은폐 축소하려 한다. 표절이라고 시인했으니 징계가 있어야 한다"며 당회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실제화된 팩트를 명확히 하지 않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것"이라며 교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표절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목사의 표절 문제의 진상을 당회가 파악했는지, 확인했다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표절이 맞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진상을 규명하라는 교인들의 의견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진 목사가 언급했던 교회 내부 문제란 어떤 것인지 당회 측의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당회원들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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