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둑놈", "팔다리 자르는 심정"
"내가 도둑놈", "팔다리 자르는 심정"
  • 김은실
  • 승인 2011.05.09 2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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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이동원·정성진 목사의 시선

▲ 이동원, 정성진 목사는 타락한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4월 5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와 이동원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이사장)를 만났다. 정성진 목사는 한국 교회 회개와 각성을 촉구하는 기획 설교를 하고, 이동원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해체 운동을 하던 때다. 이동원 목사가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열리는 춘계 부흥회에서 설교를 하던 참이라, '잘됐다' 싶었다. 두 사람은 타락한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개신교 내 여러 분야와 문제들을 넘나들며 한국 교회의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정성진 목사님, 최근에 교회에서 '한국 교회 회개와 각성을 위한 설교'를 연속으로 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성진 목사(정) : 저는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민중신학을 공부해서 운동권에도 참여 했었고, 대형 교회 목회도 해 봤습니다. 설교를 할 때 어떤 내용을 해야 교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목회를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교인들을 의식하느라 제 설교 내용이 좀 비겁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연초에 소망교회 사건이 터지면서, '아차' 싶었습니다. 그 뒤로 한국 교회에 불미스런 사건이 이어지고, 교회의 위상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장로님 한 분이 '한국 교회의 회개를 주제로 설교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셨고, 부목사님들과 논의해서 소주제를 정했습니다.

설교를 들어 보니, "교인들의 피땀 어린 헌금을 써서라도 명예를 탐하고 있다", "직분을 받기 위해서 돈을 쓰는 매직(賣職) 현상이 교회 안에 만연하다", "한기총 선거에서 돈을 쓴 사람은 당장 회개하고, 회개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해야 한다" 등 강한 비판이 많습니다. 교인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습니까.

▲ 정성진 목사는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신을 향한 메시지로 설교하며 "내가 도둑놈이다"라며 성찰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정 : 이번 설교는 '내가 도둑놈이다' 하는 자기 성찰입니다.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향한 메시지죠. 조심스러워하는 교인도 있지만, 좋아하는 교인도 많습니다. 사실 교인들은 교계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조금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이동원 목사님도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쓴소리하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은퇴 후에 기윤실 이사장을 맡으시고 한기총 해체 운동도 하셔서 사람들이 놀라기도 고마워하기도 합니다. 현역일 때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가 어렵지만, 은퇴하면 더 보수화하기 마련인데요.

이동원 목사(이) : 저는 사회를 향해 비판을 하는 예언자보다는 사랑과 위로로 보살피는 제사장의 은사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인들을 야단치거나 잘못을 바로 잡는 것,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회를 마무리하려니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부분을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서 고백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공개적으로 참회했습니다. 그 후 회개에 합당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십자가를 지라고 하시면 굳이 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손봉호 교수님이 기윤실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계속 사양하다가 이 일이 제게 주어진 십자가이자 섬김의 방편이라면 감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기총, 죄를 고백하고 해체해야

최근 한기총 해체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뉴스앤조이>는 5, 6년 전부터 한기총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한기총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특정 그룹의 이익을 지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목사님들이 아무 말씀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정 : 우리가 먼저 나서서 치부를 드러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면, 교인들이 교회를 불신하고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참회해야 한국 개신교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 : 사람들이 해체란 단어를 껄끄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한기총 해체 운동을 막연히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운동'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한기총을 잘 모릅니다. 정직하게 목회하는 목사들과 순수한 성도들에게 한기총은 존재하지 않는 단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목사들이 권력 놀음을 하는 곳입니다. 해체 운동은 이처럼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고, 부끄럽게 하는 단체를 없애는 일입니다. 제가 앞장설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틀린 것은 틀렸다'고 해야 하고, 책임은 더불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언론이 한기총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한기총 문제는 한국 개신교 문제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체가 가능하지도 않고, 한기총 해체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가 전체 틀에서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 한기총 해체 운동은 한국 개신교가 살기 위해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는 일입니다. 이것이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결단입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결단을 요구할 권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통회하고 도움을 호소할 때 부흥이 일어납니다. 부흥 직전에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애통해 하며 기도했고, 이 기도가 부흥의 작은 불씨가 되었습니다. 한기총 해체 운동은 부흥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그 자체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부르짖는 소리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해도, 누군가는 부르짖고 엎드려 기도해야 합니다.

개신교 갈등 해결 열쇠, '소통'

한기총 사태같이 외부의 문제는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반면, 교회 내 문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한국 교회 현실입니다. 정 목사님 교회 홈페이지에서 어느 교인이 교회 공간 사용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을 봤습니다. 교회가 갈등이나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인가 봅니다.

정 : 사실 목사도 교인들이 문제 제기하면 마음이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교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교회에서 무엇이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면 담임목사 친위대가 있는 제국이 됩니다. 결국 교인들의 목소리가 목사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교회가 병이 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 목사님께서는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정 : 저희는 목양실을 교인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설계에는 목양실을 5층에 짓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들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목사가 도피하는 것도 아니고 왜 별도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냐'는 생각이 들어 1층에 짓고, 이름도 '편안한 목양실'로 했습니다.

목회자와 교인들 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목회자들 대부분이 대중과 언론을 상대로 대화하는 것에 서툴러 보입니다. 때론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정 : 목사들이 삶의 대부분을 교회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목사들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 이동원 목사는 예언자적 역할을 소홀히 한 점을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서 고백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 :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자기 교회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해 비판적인 의견도 들어 주어야 합니다. 중대형 교회 목사님들이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면 갈등은 다 풀립니다. 간단한 소통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진통이 옵니다.

중대형 교회가 소통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곳은 아무래도 개발 중인 지역이라 개척 교회가 많을 것 같습니다. 중대형 교회와 개척 교회가 건강하게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한 문제겠습니다.

정 : 네, 맞습니다. 저는 개척 교회가 겪는 문제의 본질을 이곳에서 봤습니다. 교회가 어려운 가운데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목사님들을 보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도우려고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척 교회 출석 교인이 일정한 인원이 될 때까지 교육과 재정을 지원합니다. 또 1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서 교회가 건축할 때 낮을 이율로 장기 대출을 해 줄 계획입니다. 신도시에서는 건축 때문에 교회가 무너지고 목사들이 상처받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한국 교회, 목회자 양성부터 바로 해야

한국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개개인이 회개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정 : 저는 급할수록 근본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부터 영성 훈련을 다시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본받을 만한 스승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어른들이 사라졌습니다. 공부를 잘 가르치는 교수만 있습니다. 교수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목회자들이 변화하길 기대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목회자 될 사람들을 바르게 세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정 : 신학대학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 교회를 지향합니다. 우리 교단을 예로 들면, 곽선희·김삼환 목사가 신학생들의 목표였습니다. 대부분은 교수 아니면 대형 교회를 지망합니다. 그런 자리는 한정이 있으니 박사 학위를 가진 실업자가 많습니다.

이 : 현재 신학교가 난립한 것도 문제입니다. 가능하다면 목회자 지망생이 다 같이 모여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문적인 면 외에 영성과 도덕성을 살펴서 목사 안수를 줘야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11년 동안 버텨 온 것이 기적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버텨 왔다면, 앞으로는 한국 교회가 건강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성숙해져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스앤조이>를 향한 쓴소리를 부탁합니다.

정 :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대형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인데, 그 점을 강하게 비판하니까 목회자들이 <뉴스앤조이>를 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뉴스앤조이>를 애독하지만, 개신교인들의 보편적 정서와 다른 내용이 많아 교인들에게 권하지는 못합니다.

이 : <뉴스앤조이>가 일부 활동가뿐 아니라 건강한 목회를 하는 목사들과도 교류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앤조이>의 논조가 너무 강하면 평범하고 순진한 목사들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뉴스앤조이>가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건강한 조정자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대화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다. 한국 개신교의 문제가 그만큼 많은 탓이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이 있기에, 두 시간 넘도록 모두가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의지와 태도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김은실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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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송 2011-05-12 22:54:43
한국교회의 문제는 대형교회를 지향하는데 있다. 교회성장을 위해 온 교인들을 도구화하고 그러다가 교회가 성장하면 담임목사의 독선이 시작된다. 거기서 부패와 타락이 나온다. 큰 교회를 만든 목사들은 자신들의 욕심에 의해 큰 교회를 만든 것부터 회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