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 교회 연합 선교의 모델 될까
KPM, 교회 연합 선교의 모델 될까
  • 김종희
  • 승인 2007.07.09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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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퀸즈한인교회·뉴욕아름다운교회·뉴저지초대교회·팰리세이드교회 모여 선교단체 창립

7월 8일 주일 저녁 뉴저지초대교회에서 KINGDOM PIONEER MISSION(KPM)이라는 이름의 선교회가 발족되어 창립예배를 했다. 뉴욕에서 퀸즈한인교회(고성삼 목사) 뉴욕아름다운교회(황인철 목사)와 뉴저지에서 뉴저지초대교회(이재훈 목사) 팰리세이드교회(최정훈 목사), 이렇게 네 교회가 연합해서 KPM을 만들었다.

KPM은 Professional, Urban, Intellectual Mission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Professional Mission은 평신도 전문인 사역자들이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재능과 은사를 발휘하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동시에 선교한다는 것이다. Urban Mission은 각 교회들이 서 있는 지역을 선교의 장으로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선교한다는 것이다. Intellectual Mission은 사회적 비영리기구(NGO)로 접근해야 하는 특수 지역에서 선교가 가능하도록 교회들이 협력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 창립예배에는 네 교회 교인들이 뉴저지초대교회에 함께 모였다. 각 교회에서 온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인사하고 있다.
KPM 창립은 몇 가지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첫째는, ‘선교’를 지역 교회가 연합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교회마다 하고 있는 선교 사역은 그대로 유지가 되겠지만, 지역 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는 연합해서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교회마다, 교단마다, 선교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중복 선교를 하는 통에 한국 교회의 선교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선교를 위해 교회가 존재하기보다는 그저 구색 맞추기식 목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선교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네 교회가 중복 투자를 지양하고 서로의 장점을 잘 엮어서 힘을 모은다면 시너지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뉴욕과 뉴저지라는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모여 있기 때문에 연합하는 선교의 가능성은 더 커 보인다.

둘째는, 목사와 교회 중심으로 예배당 건물 지어서 세례 주고 신학교 세워서 현지인 목회자 양성하는 숫자 개념의 기존 전통적인 방식이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평신도들이 자신의 직업적 재능과 영적 은사를 발휘해서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동시에 선교를 하는, 평신도와 삶의 현장 중심의 선교 모델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선교하려면 비행기 타고 오지로 가야만 할 것 같은 해외 중심 선교 못지않게 교회가 서 있는 곳에서 지역을 섬기겠다고 하니, 한국 교회의 취약점 중에 하나인 Urban Ministry가 보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NGO와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는, 정치성을 띠지 않는 연합이라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연합’ 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하나는 이벤트, 또 하나는 감투.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냥 뉴욕도 아니고 대(大, Great) 뉴욕이기 때문일까, 할렐루야복음화대회라는 이벤트 하나를 여는데 ‘대회장’으로는 부족한지 ‘대표대회장’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감투까지 만드는 것이 뉴욕 교계의 수준이다. 이런 마당에 거창한 조직을 만들지 않고 네 개 교회 담임목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뉴저지초대교회 최휘웅 장로를 상임이사로 세우는 등 조촐하게 구성한 것은, 조직이나 이벤트보다는 사역 내용 그 자체에 힘을 쏟겠다는, 외화내빈(外華內貧)보다는 외빈내실(外貧內實)로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그냥 뉴욕도 아니고 대(大, Great) 뉴욕이기 때문일까, 할렐루야복음화대회라는 이벤트 하나를 여는데 '대회장'으로는 부족한지 '대표대회장'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감투까지 만드는 것이 뉴욕 교계의 수준이다.
이러한 연합 모임은 선교라고 하는 지상 과제적 목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도 크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서 뉴욕과 뉴저지 교계에서 영적 쇄신을 일으키는 불씨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바라게 된다.

다른 지역보다 특히 뉴욕은 부실한 한인 신학교를 나와서 목회보다는 교계 정치에 살맛을 느끼는 이들이 패거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계 전체가 영적으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대각성’이나 ‘부흥’이라는 그럴 듯한 단어를 갖다 붙여도 잠시 잠깐 열리는 이벤트 집회로는 생명력이 소생될 가능성이 안 보인다. KPM 창립예배 마지막 순서에 이재훈 목사가 통성기도를 인도하면서 뉴욕 교계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지적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 왼쪽부터 퀸즈한인교회 고성삼 목사, 뉴욕아름다운교회 황인철 목사, 뉴저지초대교회 최휘웅 장로, 팰리세이드교회 최정훈 목사, 뉴저지초대교회 이재훈 목사. 
각 교회에 부임한지 2~3년밖에 안 되었고,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담임목사로서는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고, 교회 규모로도 두 지역을 대표할 만하나, 교계 정치와는 별로 관련을 맺지 않고 있는 이들 네 목사들이 1년 동안 교제를 하면서, 묵고 묵은 뉴욕 교계의 이러한 모습들에 문제의식을 공유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정치 세력은 아닐지언정 이러한 모임이 영적 쇄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뉴욕 교계는 육체적으로 여든을 바라보면서도 노욕을 버리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상임이사 최휘웅 장로는 피터 와그너 교수의 선교신학에 근거해서, 선교의 성경적 근거, 세계 전체의 선교 현황, 한국 교회의 선교 과제, KPM의 방향 등을 설명했다.

새로운 각성과 변화는 반드시 연합을 통해서 이뤄진다. 하지만 연합처럼 소중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없다. 특히 한국 교회와 목사들에게 제대로 된 연합이라는 단어는 ‘살신성인’이라는 단어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수평적 연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네 교회 목사가 공평하게 공동대표를 맡았고, 창립예배 때 나란히 설교를 했다. 마태복음 28장 18~20절의 한 본문을 가지고 네 목사가 5분 정도씩 나눠서 순서대로 설교했다. 의도는 좋았는지 몰라도 주제와 내용을 애써 꿰어 맞추려고 해도 잘 맞지 않은 것은 사전 조율 없이 각자에게 맡겼기 때문일지 모른다. 설교인지 축사인지 구분키 어려운 상황을 목사들이 스스로 연출하는 것은 설교의 가치를 격하시킨 셈이 되고 만다.

상임이사가 한 시간 가까이 KPM에 대해서 presentation을 했지만, KPM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짧은 시간에 구체적으로 명쾌하게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것도 사전 조율이 안 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또 상임이사는 ‘지배적이고 정복적인 선교가 아니라 품고 섬기는 선교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쟁터에서 지원 폭격을 요청하는 무전병의 마지막 절규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선교는 전방에서 실제로 하는 것 못지않게 후방에서 기도와 물질로 지원하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한국 교인 특유의 냉전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진부한 모습이다. 이것 역시 사전 조율이 안 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창립예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KPM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가 진짜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일에서부터 서로 조율하고 양보하고 합의하는 고단한 훈련 과정 없이, 그저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 겪어야 할 값비싼 비용을 포기하는 대신 단명(短命) 내지 유명무실(有名無實)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 네 교회 당회원들이 단상에 올라와 손을 잡고 뉴욕 교계가 새로워지기를, 한인 교회들이 힘을 모아 선교하는 교회들로 거듭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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