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여섯 살 아이가 묻고 세계 성공회 수장이 답하다
"하나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여섯 살 아이가 묻고 세계 성공회 수장이 답하다
  • 윤영석
  • 승인 2011.07.26 16:4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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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스코틀랜드 여섯 살 어린이 루루와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암스의 대화

"하나님, 하나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스코트랜드에 살고 있는 여섯 살짜리 소녀 루루가 하나님께 물었다. 꼬마 어린이의 당돌한 물음은 그의 아버지에 의해 세계 성공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암스에게 전해졌고, 로완 윌리엄스가 직접 대답했다.

루루에게, 너의 아빠가 네 편지를 나한테 보내셨더구나. 네가 궁금해하는 게 많은데 혹시 내가 대답을 해줄 수 있겠냐고 하셨다. 어려운 질문이더구나! 그런데 나는 하나님이 이렇게 답장하셨으리라 생각해.

'루루에게,

누구도 나를 만들어 내지 않았단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냈고 매우 놀라워했지. 사람들은 이 세상을 둘러 보며 세상이 정말로 아름답고 신비롭다 생각하면서 이 곳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고 싶어했지. 바로 그때 나를 발견했단다. 또 사람들이 아주 아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기대치 않았던 평화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 내 존재를 알게 됐지.

그리고 나서 사람들은 나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냈단다. 개중 어떤 것은 느낄 수 있고 어떤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지. 난 이따금 몇 가지 힌트들을 사람들에게 보내줬어. 내 아들 예수의 인생을 통해 특별히 많이 보냈단다. 내가 정말 누구인지 사람들이 조금 더 잘 알게끔 돕고 싶어서였지.
 
그러니 나 이전에 나를 만들어낼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없었단다. 오히려 책 속의 이야기를 쓰는 소설처럼 나는 세상의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지. 그리고 마침내 루루 너처럼 곤란한 질문들을 물을 수 있는 인간들을 만들었단다!'

이어서 하나님께선 너에게 사랑을 가득히 보내고 편지를 마무리 하실거야. 하나님은 편지를 자주 쓰시는 분은 아니란다. 그래서 내가 대신 최선을 다해 하나님 마음을 담아 너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단다. 나도 사랑을 가득히 보내며,

+ 대주교 로완

여섯 살짜리 루루와 캔터베리 대주교의 이야기는 루루가 어느 날 방과 후 집에 돌아와 하나님께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시작됐다. 루루의 짧은 편지에는 한 문장만 들어 있었다. "하나님, 하나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그리고 그 편지를 보내달라고 엄마와 아빠에게 물었다. 공교롭게도 루루의 엄마와 아빠는 둘 다 무신론자였다. <더타임즈>(The Times)의 기자인 루루의 아버지 알렉스 랜튼(Alex Renton)은 이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루루에게 편지를 신에게 보낼 수도 없고 신은 아무 답도 해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무신론자)의 시각에서 신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신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중략)...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루루에게) 어떤 특정한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배우게 하고 싶었다. 나는 다만 루루에게 신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고 신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알렉스)

알렉스 부부는 루루가 던진 질문이 무신론자인 자신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신을 믿는 사람들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만약 이들이 루루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루루가 신을 믿는데) 간섭할 이유가 없다"라고 열어뒀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루루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알렉스는 먼저 루루의 가족들과 기독교인 친구들에게 물었다. 루루의 할머니들이 이들 중 최선의 답을 주었다. 할머니들은 "하나님은 만들어질 필요가 없단다. 하나님은 언제나 여기 있었고,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러셨지. 하나님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시란다. 하나님을 믿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하단다"라고 대답했다.

▲ 루루의 편지. ⓒ Alex Renton
친구들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던 알렉스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전문가에 물어보기로 하고 그가 살고 있는 스코트랜드의 성공회와 장로교, 로만 가톨릭 교회과 영국 성공회에 루루의 편지를 보내게 된다. 자신이 무신론자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고, 루루가 쓴 편지의 사진과 간략한 설명만 추가했다.

첫 번째 답장은 스코트랜드천주교주교회의(the Catholic Bishop's Conference of Scotland)의 폴 콘로이 신부로부터 왔다. 하지만 알렉스는 콘로이 신부의 답이 여섯 살짜리 루루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내 답은 대략 이 정도일 것 같구나. 하나님은 우리와 비슷하단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하나님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항상 여기에 계시단다. 하나님은 우리가 항상 사랑해 왔던 누군가와 같지. 우리는 하나님이 언제 우리의 삶에 들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삶에 항상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이 없는게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지."(콘로이 신부)

스코트랜드 성공회와 장로교회는 아무 답변이 없었다. 영국 성공회는 몇 주 동안 아무 반응이 없더니 특별한 누군가가 루루에게 답장을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마침내 답장이 왔고, 주인공은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암스였다.

알렉스는 딸에게 인터넷에서 찾은 대주교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대주교가 누구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했다. 그리고 대주교의 편지를 읽어 주면서 루루의 생각을 물었다.  루루는 대주교의 편지를 조용히 귀담아 듣더니 "글쎄요, 나는 다른 생각들이 있긴 한데 아저씨(대주교)도 꽤 좋은 생각을 갖고 있네요"라고 답했다고 알렉스는 전했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자신의 여섯 살짜리 딸 루루에게 직접 답장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알렉스는 이렇게 감동을 전했다.

"예상치 못하게 감동을 받았다. 그렇다고 종교에 대한 나의 회의나 성공회에 대한 냉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하지만 이런 것들(신앙에 대한 회의나 냉소)은 대주교의 상냥함과 지혜 앞에선 쉽게 제쳐 놓을 수 있다"(알렉스)

▲ 캔터베리 대주교의 편지. ⓒ Alex R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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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11-08-09 04:05:14
성공회가 남다른 면이 있군요.

아톰 2011-07-28 23:27:32
하하하 좋은 기사입니다. 우리는 의외로 종종 매우 잘 아는 듯한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루루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군요...

"또 사람들이 아주 아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기대치 않았던 평화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 내 존재를 알게 됐지."

글쎄요 뭐 우주 만물을 보고 어느때 갑자기, 그리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평화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 하나님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만, '울지마 톤즈'에서처럼 팍팍하고 척박하고 비참한 환경 속에 들어와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뭐...

짜장라면 2011-07-27 15:35:32
길자연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