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수요예배 함께 하는 뉴저지 하나임교회·주님의교회
새벽예배·수요예배 함께 하는 뉴저지 하나임교회·주님의교회
  • 김종희
  • 승인 2007.07.1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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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의 한인타운에서 한인 교회 간판 서너 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좁은 공간에 교회가 참 많다. 교회끼리 공간적 거리는 가까울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한없이 멀다. 목사도 개인주의, 교회도 개교회주의에 찌들었다. 기껏 ‘연합’한다고 해봐야 목사끼리 감투 나누고, 순서 나누고, 교인들 들러리 세우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모인 교회는 숫자가 아무리 많이 봐야 게토에 불과하다. 그곳에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기대하기는커녕 천덕꾸러기나 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연합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하나임교회와 주님의교회가 매일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를 함께 하고 있다. 설교 잘 하는 목사에게 강단 내주었다가 교인 빼앗기는 일이 벌이지지 않을까 염려가 안 되는 모양이다. 뉴저지에 있는 뉴저지초대교회와 팰리세이드교회, 뉴욕에 있는 아름다운교회와 퀸즈한인교회가 연합해서 선교회를 만들었다. 개교회로 감당하기 벅찬, 연합해서 사역할 때 효력을 발휘할 수 선교 부문에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동부 지역의 50여 개 교회들이 모여 연합집회를 열 때 조직도 안 만들고 서열도 안 매겼다. 그저 말씀만 사모하겠다는 것이다.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하나임교회와 주님의교회 교인들이 수요예배 때 한자리에 모여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뉴저지 Dumont city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근에 있는 주님의교회(이재명 목사)와 하나임교회(이학권 목사)가 3주 전부터 새벽예배를 함께 하더니, 7월 11일부터는 수요예배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주일예배도 같이 하고, 급기야 교회를 아예 합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만큼 두 교회의 대부분 교인들이 함께 하는 예배를 좋아한다.

5~6년 전부터 뉴욕과 뉴저지의 목회자들이 정기 모임을 가져오다가 ‘이제는 같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이학권 목사가 2004년 12월 뉴저지로 넘어오면서 두 목사는 더욱 자주 만났다. 그 ‘뭔가’에 대해서 이학권 목사는 ‘다음 시대’와 ‘통일 시대’를 얘기했다.

갈수록 1세와 단절되고 있는 2세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다 보면 북한 주민들이 미국으로 이민 올 날도 머지않았는데, 그들을 받을 준비를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서 해야 하는데, 공동 예배를 하는 것으로 첫발을 뗀 셈이다.

교회가 속한 교단도 다르고(주님의교회 PCUSA, 하나임교회 RCA) 목사 나이 차이도 제법 나지만(이학권 목사 53세, 이재명 목사 45세), 둘은 스스럼없는 친구처럼 지낸다. 상대편 교회가 성장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우리 교회 성장하는 것처럼 기쁘다고 서로 얘기하고, 상대편 목사 설교를 우리 교회 교인들이 좋아한다고 서로 얘기한다.

교인 뺏기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연합집회 대회장이라는 감투는 쓰면서도 그 집회에 정작 자기 교회 교인들은 안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자에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가 의심하며 들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 이학권 목사의 다니엘서 강해가 끝난 다음 두 교회 교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날 강해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나눴다. 듣기만 하고 돌아가면 아무리 좋은 설교라도 금세 잊어버리지만, 그 내용을 필기하고 말로 나누면 대부분 기억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한다.
이학권 목사가 수요예배를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이재명 목사는 이학권 목사에게 다니엘서 강해를 요청했다. ‘다니엘서를 통해 보는 이민 세대의 정체성과 역사성’에 대해 교사대학 때 강의하는 것을 들은 이재명 목사는, 그 강의가 너무 좋다며 수요예배 때 시리즈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학권 목사가 ‘역사를 세우는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로 다니엘서 12장 전체를 가지고 7월 11일부터 12주 동안 강해한다. 중간에 연합사경회도 있고, 이재명 목사의 강의도 두 번 있다. 10월까지는 이렇게 수요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물론 그 이후에도 공동 예배는 계속할 예정이다.

이재명 목사는 “내 교회 우리 교회 따질 일이 뭔가. 옛날에는 옆 교회에서 부흥회 하면 자기 교회 교인들 독려해서 보내곤 하지 않았나. 내가 교인들에게 주지 못하는 좋은 것을 다른 목사를 통해 교인들에게 주는 걸 왜 마다하나. 목회자의 장점들이 만나서 시너지를 일으키면 결국 교인들이 가장 큰 유익을 얻는다”고 했다.

이학권 목사는 “한인 교회에서 개교회주의가 가장 큰 문제이다. 개교회주의 때문에 내 교회가 생존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그로 인해 목사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교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함께 부르심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8월과 9월에는 두 교회가 주일예배도 한 번씩 합쳐서 해야 한다. 두 목사가 공교롭게 한 번씩 교회를 비울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정말 교회가 아예 합쳐지는 건 아닐까 싶다.

▲ 메시지는 이학권 목사가 전하고, 축도는 이재명 목사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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