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두 '청년'이 한국 교회에 말하는 혜안
백발의 두 '청년'이 한국 교회에 말하는 혜안
  • 백정훈
  • 승인 2011.11.07 18: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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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뉴스앤조이] 11주년 기념 좌담회, 손봉호•한상완의 삶과 신앙을 듣다

▲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손봉호 박사와 한완상 박사가 <뉴스앤조이> 11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만났다. 150여 명이 두 사람이 전하는 혜안이 담긴 이야기를 경청했다. ⓒ뉴스앤조이 김선식
손봉호 박사와 한완상 박사, 백발의 두 '청년'이 <뉴스앤조이> 창간 11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한국교회의 원로'로 불리지만 삶의 이력에는 차이가 있다. 손 박사는 보수적인 웨스터민스터신학교에서 수학하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시민운동 영역에서 기독교 윤리에 대한 담론을 전파해 왔다. 한 박사는 진보적인 유니온신학교에서 공부하고 통일부 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정계에 몸담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흐르는 냉소를 넘어서 서로를 존중해 왔다. 삶의 이력은 다르지만 좌담회에서 청년의 미덕인 '정열'과 '열린 마음'을 가졌다며 서로를 칭찬했다.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도 동일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오랜 삶에서 묵힌 혜안을 풀어냈다. 백발의 두 사람은 때로는 동의하고 때로는 다른 의견을 내며 한국교회를 향해 '청년'의 열정으로 이야기했다.

좌담회에서 다룬 주제는 다양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에 대한 입장,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 등 묵직한 주제뿐만 아니라 가정생활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눴다. 10월 28일 저녁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서 150여 명의 사람들이 두 사람의 삶, 신앙, 실천에서 빚어진 조언에 귀 기울였다.

다음은 좌담회를 정리한 내용이다. 사회는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이 맡았다.

▲ 좌담회 사회를 맡은 황병구 본부장. ⓒ뉴스앤조이 김선식
- 황병구 본부장(이하 황병구) : 두 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다. 한 가지 꾀를 냈다. 두 분이 인생의 어떤 사연 속에서 서로를 알아 왔는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 손봉호 박사(이하 손봉호) : 내가 아는 한완상 박사는 학자이면서 정열이 넘쳐흐르는 분이다.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런 정열이 없다. 나는 철학을 공부해서인지 냉정하고 냉소적일 때가 많다. 한 박사는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열성을 갖고 일했다. 또 한 박사는 사는 모습이 젊다. 그는 나이는 많지만 '젊은' 사람이다.

한 박사가 진보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나보다 더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있다. 그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중시한다.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자유주의자로 보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적인 참여에 앞장서면서도 영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그가 부럽다.

= 한완상 박사(이하 한완상) : 손봉호 박사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유신 체제에서 민중신학을 하는 신학자들이 기독교교수협의회(교수협)를 만들어 정부와 맞설 당시의 일이다. 교수협 신학자들은 정부와 투쟁하면서도 꾸준히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다. 공부 모임에서 보수적이지만 양심적인 학자를 불러서 토론하려고 할 때마다 손봉호 박사가 물망에 올랐다.

보통 보수적인 신학자들은 그런 자리에 오지 않는다. 그런데 손 박사는 왔다. 그의 성실함, 소통하려는 열린 마음을 높이 평가한다. 진보적인 신학자들과 어울려서 보수적인 이들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손 박사는 진리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 분이다.

- 황병구 : 좌담회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 박사는 한 박사를 가리켜 소문난 애처가라고 했다. 한 박사의 보수적인 신앙도 아내의 영향이 크다고 들었다.
= 한완상 : 아내는 나보다 더 보수적인 신앙인이다. 금식과 기도도 자주 한다. 하지만 근본주의자는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열정 주의자다.

군사 법정에서 최후진술하던 날 있었던 일이다. 남편이 재판을 받으면 보통 아내들은 낮은 형량을 받기 위해서 말하는 수위를 낮추라고 권한다. 그런데 아내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담대하게 말하세요" 하더라. 그때 "이 사람은 정말 괜찮은 여자구나" 생각했다.

- 황병구 : 손 박사는 아내에게 해 준 이벤트가 없나.
= 손봉호 : 과거 학교에 다닐 때 자취를 했지만 된장국도 못 만든다. 나는 애처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 경상도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여자한테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것이나 하는 짓이라고 배웠다. (웃음) 아내에게 '사랑한다' 처럼 부드러운 말을 한 적이 없다. 굳이 말을 해야 하나.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이지.

올해 아내 생일 때 내 돈으로 본인이 직접 자기 선물을 샀다고 하더라. 아내를 잘 대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아내 눈치를 보고 있다. (웃음)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

- 황병구 :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현시대, 한국교회에 대해 질문하겠다. 좌담회 이틀 전인 10월 26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된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완상 : 이번 선거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은 선거 결과에 세대, 연령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한 점이다. '종이 신문'을 읽는 세대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세대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서로 직접 소통을 못 한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쓰는 세대는 온라인에서 서로 의견을 모아 오프라인에서 직접 행동에 옮긴다. 그것이 지금의 네티즌이다. 이번 선거는 네티즌의 승리다.

이번 선거에서 색깔 공세와 네거티브 전략이 안 먹혔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가장 센 곳이 한국교회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색깔 공세와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반추해야 할 시점이다.

▲ 손봉호 박사는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반대했다. 시민 운동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하지만 당선된 이상 성공적으로 시장직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선식
= 손봉호 : 이번 선거 결과는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무소속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민주당이 패배했고, 본선 때는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선거를 통해서 기존 권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로 기존의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민주주의의 그런 면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박원순이라는 개인을 두고 생각하면 안쓰럽다.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이다. 20대는 등록금, 30대는 일자리, 40대는 전세난 때문에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원순 혼자서 어떻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 기간 동안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운동가로서는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에 반대했다. 시민운동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정치적인 야심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보궐선거 전에 박 후보가 나에게 "의논도 안 하고 출마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속으로 "미안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당선된 이상, 성공적으로 서울시장직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 한완상 : 박원순 변호사가 정치를 하기 위해 보궐선거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그의 출마는 시민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기존 정당은 대표성을 상실했다. 이제는 국민들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직접 자신들의 정치적인 의사를 개진할 수 있게 됐다. 국회 또는 정당을 통한 대의정치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박원순 변호사는 정치 중개인이 아니라 시민의 의사를 직접 서울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한완상 박사는 "안철수 교수가 50%의 지지를 받았는데 5%의 지지를 받은 박 변호사에게 양보했고, 이 때문에 박 변호사가 상당한 지지를 얻고 당선됐다. 이것은 예수님의 자기 비움, 기독교 복음의 산 실천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선식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20, 30, 40대가 한나라당한테서 등을 돌렸다. 20, 30대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나라당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40대가 한나라당을 외면한 것은 자녀를 키우기에 빠듯한 이들의 '오늘'도 한나라당이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시대적인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한 것이다. 메가처치 지도자들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편승한 것이 안타깝다.

이번 보궐선거를 보면서 은혜를 받은 것은 안 교수가 50%의 지지를 받았는데 5%의 지지를 받은 박 변호사에게 양보했고, 이 때문에 박 변호사가 상당한 지지를 얻고 당선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예수님의 자기 비움, 50%를 비워서 5%를 채워 주는 기독교 복음의 산 실천이라고 해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교수가 자신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두 사람은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반영하는 반사체인 '달'이지 '태양'이 아니다. 특히 내년에도 안철수 교수가 혹시 내가 빛을 만들어 내니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선에) 나오면 실수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그 반사의 힘을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내세움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쪽으로 사용해야 한다. 자기를 발광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해와 달처럼 반사체와 발광체는 다르다. 누가 해인가. 옛날 같으면 민중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오프라인에서 행동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하나님이 역사한다고 생각한다.

WCC 부산 총회, 어떻게 볼 것인가

▲ WCC 부산 총회에 대해 손봉호 박사는 보수 진영의 반대가 옳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완상 박사는 복음주의자와 WCC 운동이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한 박사는 복음주의자들이 성령의 폭이 크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선식
- 황병구 : 한국교회가 치르게 될 특별한 행사 중에 WCC 부산 총회가 있다. 손봉호 박사는 보수적인 고신 교단 출신의 신학자다. 부산 총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손봉호 : WCC 총회를 한국교회가 유치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 서구 교회가 약해져서 한국교회가 유치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WCC는 교회 연합을 위한 기구다. 그런데 현재 서구에 연합할 교회가 남아 있는가. 예전에는 WCC의 활동이 활발했다. 지금은 유럽 교회의 힘이 약해지면서 영향력도 작아졌다. 한국교회가 총회를 유치한 것은 결국 총회를 치를 수 있는 자금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WCC에 대해서 한국교회의 보수 진영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수 진영이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WCC의 공식적인 선언과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다고 본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일전에 태국에서 WCC에서 활동하는 신학자들이 모여 종교 간의 대화를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나는 복음주의 대표로 참석했다. 그런데 예배 중에 교독문 대신에 힌두교의 경전인 '바가다드기타'를 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면 기독교 신학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부산 총회는 기독교의 독자적인 입장에서 여러 현안을 다루기를 기대한다. 지나치게 다원주의 관점을 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유일성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을 지켜야 올바른 기독교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한완상 : 손봉호 박사다운 이야기다. 그러나 내가 그런 모임에 갔다면 "예수님은 저런 다양성까지 포용할 수 있는 큰 분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모든 제도 종교보다 크다. 기독교보다 크다. 특히 (예수님은) 기독교 교리로는 도저히 담아 낼 수 없는 분이다. 예수님의 사랑은 인격적이면서도 우주적이고, 시간 안에 있으면서도 초월적이다.

손 박사도 WCC 부산 총회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열린 복음주의자들과 WCC 운동가들이 대화할 필요가 있다. 로잔언약은 복음주의 세력의 중요한 신앙고백이다. 로잔언약의 후반부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말한다.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때 교회가 중심이 되어서 비기독교 세계에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잔언약이 추구하는 사회 변혁과 WCC의 활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열린 복음주의도 WCC가 조금 튀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성령의 폭이 크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를 향한 조언

- 황병구 :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다. 앞으로 5년이 남았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 손봉호 : 종교개혁의 발단은 교회의 부패였다. 성경 대신 성직자의 권위가 지배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진정한 권위를 회복한 것이 종교개혁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정신에 너무 위배된다. 종교개혁 당시의 교회 부패상을 한국교회가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교회가 성경의 권위보다 목회자의 권위를 더 앞세운다.

한국교회는 엄청나게 타락했다. 종교개혁 이후 지금의 한국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를 나는 모른다. 역사학자들도 대답을 못 했다. 성경을 보면 타락은 우상숭배에서 비롯한다. 우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이 유혹의 대상이 된다. 한국 사회는 돈과 쾌락을 제일 좋아한다. 결국 한국교회도 돈과 쾌락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게 됐다. 한국교회 가운데 돈을 우상숭배 하는 교회들이 매우 많다. 돈 많은 교인이 훌륭한 교인 대접을 받고, 헌금이 많은 교회가 좋은 교회로 불린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철저하게 가난해져야 한다. 가진 것을 다 버리자. 철저하게 절제해야 한다. 칼뱅 주의자들은 금욕을 실천했다. 종교개혁 당시의 교회들이 금욕에 앞장선 것은 사실이다.

= 한완상 : 종교개혁의 시발점과 확산은 루터가 라틴어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고 보급한 것과 연관된다. 소수 성직자들이 독점한 진리가 평신도들에게 확산됐다. 진리는 결코 소수가 독점할 수 없다. 이것을 한국교회에 적용하면,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열린 교회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대상 권위주의를 해체해야 한다. 강대상을 점령하는 것에서 힘이 생긴다. 그런데 큰 교회, 작은 교회, 진보적인 교회, 보수적인 교회를 막론하고 강대상은 성직자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이것은 보수적인 교회, 진보적인 교회 모두 마찬가지다. 보수 교단에서 평신도인 손봉호 박사가 설교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강대상을 여성, 젊은이 등 평신도에게 개방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개신교가 배타적 교리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말로 복음을 축소시키는 것은 예수를 아주 배타적인 독설가로 만드는 것이다. 겁주는 것은 결코 복음이 아니다. 나같이 국가 폭력에게 고문을 당해 본 사람들은 안다. 공포는 절대 기쁜 소식이 될 수 없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은 복음이 아닌 겁을 주는 '흉음'이다.

또 손봉호 박사의 말처럼 한국교회는 돈, 권력 등 모든 부분에서 가난해져야 한다. 이웃을 향한 사랑이 넘치면 가난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멋지게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은 지고 싶은 마음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가 스스로 가난해질 때 우리를 채우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같은 동족을 사탄, 주적이라며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원수를 사랑할 때 그 힘은 상대방의 얼어붙은 양심을 활성화시켜 선한 양심이 작동하게 한다. 나는 이것을 '발선'(發善) 즉 사랑의 발동이라고 부르고 싶다. '발악'(發惡)은 미워함으로 상대방이 더 악한 존재로 변질되게끔 하는 악한 힘이다. 정말 북한이 원수이고 주적이라면 무력으로 맞서기보다 발선으로 그들을 이웃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 기독교가 발악에 발악으로 맞서면 전쟁에 이르게 된다.

신앙의 후배들에게 하는 당부

- 황병구 : 참석자들에게 받은 질문 중에서 목사에 대한 것이 많았다. 정치 세력화된 목사들에게 쓴소리를 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또 대물림되는 가난 등 구조적 사회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말씀을 부탁드린다.
= 손봉호 : 신학적으로 목사가 성경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국교회 안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구약 시대에는 소위 기름 부음을 받은 직분이 세 개였다. 왕, 제사장, 선지자다. 왕, 제사장은 없어졌다. 성전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없어졌다. 목사는 제사장이 아니라 선지자의 전통에 서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생각을 갖고 설교하면 거짓 선지자다. 자기 마음에 안 들더라도 성경의 메시지를 설교해야 한다. 설교는 말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메시지를 그대로 살아야 설득력이 있다. 현대는 언어의 인플레 사회다. SNS, TV, 잡지 등 말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이제 말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말한 대로 살아야 한다. 지금은 교리를 두고 왈가불가할 때가 아니다.

= 한완상 : 사회의 구조적인 악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교회가 사회 구조 악을 고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예수님 가르침의 기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말씀에서, 이 세상이라는 것은 교회 밖의 것을 가리킨다.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 안에서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밑바닥 사람들이 사람대접을 받아서 마치 중환자가 낫듯이, 온전한 존재로 회복되는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다. 그 효과를 통해서 사회 구조 악을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 구조 악이 있다면 교회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나. 교회 안에서 부자가 장로가 되고 돈 많은 사람이 힘을 쓴다면 어떻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겠나. 교회가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서 건물을 짓는데, 그 돈을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쓴다면 국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을 것이다.

- 황병구 : 후배 세대에게 인생, 신앙의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 손봉호 : 어떤 잡지에서 "예수를 믿고 살면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제대로 살지 못했지만, 성경대로 살기 위해 애쓸 때 결과적으로 덕을 봤다. 여러분들도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신실하게 살기 바란다. 다른 사람에게 100% 신뢰받을 수 있는 인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충성된 예수의 증인이 될 수 있다. 성경에서 '충성'이라는 의미는 '믿을 만한, 신임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평신도들이 한국교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다. 평신도들이 목사를 감시하며 견제해야 한다. 이것이 장로교의 원칙이다. 목사의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은 목사를 망치는 길이다. 목사를 비판하면 성경에 나오는 미리암처럼 한센병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신이다. 평신도들이 목사와 교회를 감시, 견제하는 것이 목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다.

= 한완상 : 과거 역사를 회고하면서 하나님께 원망을 많이 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기도한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사람들이 정말 그 의미를 알고 기도하는지 답답하다. 정말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다면, "하나님 이렇게 역사를 주관할 수 있습니까" 하고 기도해야 한다. 100년 전에 우리는 억울하게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우리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서 우리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그런데 일본은 통일된 자유 국가로서 세계적인 2대 경제 국가로 올라가고, 우리는 전범국이 받아야 할 벌을 받아서 민족이 분단됐다. 남북의 지도자들은 서로를 사탄, 악마, 주적이라며 미워하고 냉전과 열전을 이어 왔다. 소중한 국가 자원을 이렇게 낭비해 왔는데 이게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한 결과인가.

요즘은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께 "이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 21세기 다 되었는데 이제는 똑바로 역사를 주관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했다. 그런데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됐다. 비록 우리가 산업화는 일본에 뒤쳐졌지만 '소통의 기술'과 소통의 삶에 우리가 앞장서고 있다.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는데 몰랐구나 하며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장로 중에 세 분이 대통령이 됐다. 이 세 분이 대통령을 했을 때 남북 관계가 최악이었다. 첫 번째 장로님에 대해서는 그가 장로님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제 문화가 청산되지 않았고, 독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장로님도 그분이 어느 교회 장로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개혁이 완수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분의 철학적 성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 번째 장로님이 대통령이 된 후부터 남북 관계와 경제가 악화되고 민주주의가 후퇴되자 사람들은 교회, 개신교 때문이라고 한다. 세 번째 장로님 때문에 선교와 전도의 굉장한 거친돌이 생겼다. 이 장로 대통령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이 좁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기도해야 한다. 여러분은 걱정되지 않나.

그리고 청년들에게 당부한다. 지나치게 경쟁하면서 승리만 하려고 하지 마라. 경쟁에서 지면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바보가 되라. 예수님은 감동적인 바보의 모범이다. 탐욕적 자본가들의 말에 누가 감동하겠나. 멋지게 질 수 있는 여유를 가져라. 예수는 십자가를 지면서 멋지게 지셨다. 그래서 하나님이 예수님에게 부활의 승리를 안겨 주셨다. 기독 청년들 중에서 이런 '바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부활에 이르는 용기 있는 바보들 말이다.

백정훈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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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wa 2011-12-02 15: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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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2011-12-01 06: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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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2011-11-09 13:47:35
노무현도 가고 김대중도 가고 리영희도 가고 하워드 진도 가고... 쓸쓸한 이 가을에 한완상-손봉호-이만열 같은 좋은 신앙의 선배들을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