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그딴 거 필요 없어"
"학위, 그딴 거 필요 없어"
  • 김종희
  • 승인 2007.07.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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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에 있는 대안적 신학 교육 프로그램

한국에서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비학위 과정의 아카데미들이 최근 2~3년 들어 하나 둘 늘고 있다. 제도권 신학 교육권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이런 아카데미들에서 제공되고 있다. 미국에는 이런 교육 기관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았다. 그중 몇 군데를 소개한다.

필라델피아의 'Alternative Seminary'

▲ Alternative Seminary에서 공부하다가 이라크에 참전한 한 젊은이는 자신이 직접 이라크의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 얼굴에 총구를 겨누었던 끔찍한 체험을 얘기하면서, 평화주의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에는 Alternative Seminary가 있다. 말이 Seminary이지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이다. William O'Brien이 공부 모임을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 저녁 10여 명의 적은 인원이 모이지만, 13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목회자·현장 활동가·대학생·직장인 등 구성원은 다양하다.

Alternative Seminary는 해방신학, 여성신학, 제3세계신학 같이 진보적인 신학 입장에서 성서를 해석하고 적용한다. William O'Brien은 서구인들이 성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으로, 그리고 과도하게 영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모든 사역은 다 공동체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가 성서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비해, 현대인들은 성서의 모든 구절들을 개인적으로만 해석하고 적용해서 '나 하나 은혜 받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공동체적인 성서 해석은 개인과 교회 내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문제도 공동체적으로 바라보고, 공동체적 성서 해석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에 적용해야 한다. William O'Brien이 20년 넘도록 필라델피아에서 노숙자를 비롯해 빈민 사역을 해왔기 때문에, 콘텍스트는 아무래도 미국 내 빈민층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있다.

그는 현대 교인들이 성서의 사건을 지나치게 영적으로만 받아들임으로써 그것을 읽고 감동을 받는데 머물 뿐, 내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수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렸던 모습, 병든 자를 고치셨던 모습, 함께 울고 웃고 먹고 마셨던 모습을 그저 읽고 은혜받기에 그칠 뿐, 내가 그렇게 살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lternative Seminary는 성서 본문 연구를 기본으로 하지만 동시에, 물질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져야 할 성경적인 경제관은 무엇인가, 성경에서 여성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영성은 무엇인가, 교회가 도시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어떤 사역을 해야 하는가, 기독교의 평화주의 역사는 어떠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비폭력 무저항은 가능한가 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공부한다. 각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이들이 강의한다.

몇 년 전에는 한국에서 평화주의운동을 하는 성공회대 박성준 교수가 참여해서 함께 포럼을 갖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임에서 공부하다가 이라크에 참전한 한 젊은이는 자신이 직접 이라크의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 얼굴에 총구를 겨누었던 끔찍한 체험을 얘기하면서, 평화주의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자는 William O'Brien에게, 미국 내의 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 세계를 겨냥해서 벌이고 있는 세계 지배 야욕에 대해서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체결로 인해 한국의 경제적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고, 미국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강화될 것이며, 무엇보다 농업 부문이 치명타를 입게 되었고, 이를 반대하는 농민이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했다. William O'Brien은 이러한 국제 경제적인 문제도 공동체적으로 인식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Moveable Institute, 'Word and World'

▲ Vincent Harding Jr.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정신적인 조언자였다. 그는 믿음의 공동체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지,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Word and World라는 학교가 있다. 이동식 교육 기관이다. 2001년 빈민운동·평화운동·노동조합운동을 하는 활동가·문화 사역자·목회자·신학자 50여 명이 모여 사회 변혁을 위해 헌신할 제자를 양성하는 모임에 대해 고민했다. 2002년 첫해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그린스보로에서 진행됐고, 이후 보통 일 년에 한두 차례 3~4일간 열렸다. 올해는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의 파크톤에서 열린다. 주제는 'The Economic Justice and Prophetic Witness'. 이들은 예배·교육·실천의 세 가지 방향을 갖고, 예배하고 성경을 공부하고, 이 지역의 현안에 대한 현장 활동가들의 증언을 듣고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

이 모임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1년 수입이 35,000불 이상 되는 사람은 350불, 그 이하의 수입자는 250불을 낸다. 하지만 개인 형편에 따라서 장학금도 지원된다. 이를 위해 별도로 후원을 받고 있다.

뉴욕의 'City Seminary'

▲ City Seminary는 올 12월에 'Less than $2 a Day'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 도시에 한 가운데 짙게 드리워 있는 '가난한 이웃'에 대해서 신학자·목회자·현장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City Seminary는 뉴욕 맨해튼에 있다. 이곳은 맨해튼이라는 거대 도시에 어울리게, 신학 교육을 통한 도시 변혁 사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서를 연구하고, 그것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이를 위해 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학생들은 맨해튼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다양한 나라에서 온다. 대개 뉴욕의 다섯 개 Boroughs에 있는 지역 교회에서 목회를 하거나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사람, 또는 일반 직장인 들이다.

올해 12월에는 'Less than $2 a Day'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 도시에 한 가운데 짙게 드리워 있는 ‘가난한 이웃’에 대해서 신학자·목회자·현장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City Seminary의 특징으로는 Westminster신학교의 도시사역(Urban Ministry) 전공의 MA 학위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목의 절반은 맨해튼에 있는 City Seminary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Westminster에 가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이렇게 3년 내지 4년 공부하면 MA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면, 성서에 대해 해석의 지평을 넓히고, 이웃에 대해 눈을 뜨고 되고, 나의 믿음을 어떠한 실천으로 구체화해나갈 것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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