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찬송 부르면 기독교화하나"
"레이디 가가, 찬송 부르면 기독교화하나"
  • 정재원
  • 승인 2012.04.27 07: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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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반대 전에 내부 논의 필요"… 한기총 "기독교 비하하는 공연 취소되어야"

▲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자가 주최사인 H 카드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오는 4월 27일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인들의 공연 반대 운동이 거세다. 이들은 SNS, 포털 댓글,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여 공연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주최사인 H 카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카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신촌의 한 교회에서는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 저지를 위한 특별 기도회'가 열렸다.

개신교계가 공연을 반대하고 나선 건, 레이디 가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자살을 유도하는 등 반기독적이고 사단적인 공연을 해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는 4월 26일 보도자료에서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엽기적 퍼포먼스를 펼치며 기독교를 비하하는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이번 내한 공연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00여 명의 멤버로 구성된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 페이스북 그룹' 일동은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는 수많은 사람의 자살을 유도하고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죽음의 이벤트"라며 주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개신교계에서 국외 가수의 공연을 반대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마이클 잭슨이 내한 공연했을 당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홍정길)을 비롯한 20여 개의 시민 단체는 과소비, 외화 낭비, 마이클 잭슨의 성추행 혐의를 들어 공연 불매운동에 나섰다. 당시에 불매운동은 위법성 논란을 낳으며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2003년에는 한기총이 마릴린 맨슨의 공연을 문제 삼았다. 악마를 미화하고 생명 경시 문화를 조장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릴린 맨슨은 자해 행위나 반종교적 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공연 허가를 받았다.

국외 가수뿐 아니라 선정적인 영화나 음반에 대해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기윤실은, 레이디 가가와 관련해서는 대응할 계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제호 사무처장은 개인의 견해임을 전제하고 "시민운동의 한 방법으로 불매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운동이 시민이나 소비자의 정서에 부합하느냐는 따져 봐야 한다"며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공연 불매운동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윤실의 마이클 잭슨 공연 반대와 현재 상황을 연관 짓는 질문에 대해서는 "둘은 반대의 명분이 다르다. 97년에는 한국 공연을 오기 전에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문제가 있던 마이클 잭슨에게 해명을 요구하며 반대했던 것이다. 벌써 10년이 넘은 사건이다. 정황이 다른 두 사안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개신교 내부에서는 비판을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독교 문화를 가르치는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레이디 가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실제로 그가 부른 노래와 내용을 얼마나 알고 반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임 교수는 "레이디 가가의 양성애나 성직 안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개신교가 레이디 가가를 정말 아는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디 가가 관련 기획 출판을 준비 중인 김승태 예영커뮤니케이션 대표도 "레이디 가가에 관한 자료 빈곤으로 필자들이 저술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레이디 가가의 퍼포먼스와 노래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국교회가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성숙한 비평을 위해 문화의 속성을 이해하고 분별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적극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문화 사역자인 박준용 에디공 대표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으로 동성애가 조장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그런 논리라면 전 세계는 이미 기독교화했다. 수많은 기독교인이 찬송가를 부르는데 왜 기독교화가 안 되냐"고 비꼬았다. 박 대표는 "기독교인은 환난이나 박해, 기근, 위험, 칼 등 어떤 것으로도 그리스도로부터 끊어지지 않는 존재다. 그런데 그들은 레이디 가가가 부르는 몇 곡의 노래로 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라고 지적하며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야말로 반기독교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재원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 이 기사는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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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지수 2012-04-30 14:17:35
종교에 상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본다면 머 그리 나쁠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공연은 별로였다는 평이던데요,,,,,ㅡㅡ

philip im 2012-04-28 03:28:00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지 모르겠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신앙인은 그런 환경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올바른 신앙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신앙을 제대로 지도해야 할 단체나 목회자들이 싸움을 하고 온갖 편법을 다 저지르니.ㅉㅉㅉ.그러고도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 입술에 주신 것인가? 그리고 죄악은 하루 아침에 만연하는 것이 아니다. 레이디 가가의 그런 공연이 쌓이고 쌓일 때그 영향은 누룩처럼 번져가는 것이다. 양교수님의 "구렁이 같은 죄"를 참조하시기를.

바두기 2012-04-27 22:21:44
레이디가가가 어떤 사람인가에 관계없이 이런 종류의 반대는 없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할 수도 있고, 목사님들이 설교시간에 이런 공연에 대해 경고를 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해서 단체의 의견을 사회에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혹은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러한 실력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말 이런 것이 나쁘다 해도 우리는 "너희는 그런것 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우리는 그런데 가지 말자"라고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