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Help Me God or god?"
"So Help Me God or god?"
  • 박대준
  • 승인 2012.10.08 14:0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트 롬니에 비친 신앙과 정치…"'신앙'보다 '종교성'이 중요한 역할"

2013년 1월 20일 정오,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없는 한 우리는 동성(同性) 간 결합하는 이들에 대해 법적 지위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 혹은 하나님과 예수는 육체적으로 각각 구별된 존재라는 독특한 교리를 평생 굳게 믿어온 사람 중 하나가 미국 대통령 당선자로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

그들은 선서 직전 어떤 성경구절을 읽게 될까? 미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성경구절과 함께 취임 선언을 한 이래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거의 모든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이 전통을 따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20일, 그가 존경하는 링컨이 취임식에 사용했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14)'와 함께 선서했다. 만약 미트 롬니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손을 얹게 될 성경은 그에게, 혹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미국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간의 첫 TV토론회가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미 언론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롬니의 '판정승 판정을 내렸다. CNN이 토론 직후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롬니가 잘했다"는 응답이 67%로 "오바마가 잘했다"(25%)를 압도했다. 현재(10월 3일)까지 지지율에서 오바마가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앞서고 있지만, 11월 6일 선거일까지 롬니는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계속해서 증명해 나갈 것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선 예비 선거 경선에서부터 롬니의 종교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레이크우드 교회 조엘 오스틴 목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르몬교나 다른 종교를 가진 후보자라 해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는 "기독교인이라면 항상 기독교인 후보를 비기독교인 후보보다 선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예비 선거에서 롬니는 경제계의 풍부한 경험과 보수적 성향으로 부각되었지만 모르몬교라는 종교적 배경이 악재로 작용하여 후보 경선에서 밀려난 적이 있다.

▲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모르몬교 경력에도 복음주의 기독교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 기독교인들의 대통령 선거 기준이 '신앙'에서 종교에 상관없는 '종교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롬니의 모르몬교 정체성을 다룬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타임> 웹사이트 갈무리)
"모르몬교, 선한 사람이지만 우리와 같은 하나님을 예배하지 않는다"

2011년 퓨폴(Pew Poll)의 조사 결과 모르몬교도의 97%가 "자신들의 종교는 기독교"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주류 기독교에선 모르몬교를 기독교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난 12년간 복음주의를 대표해 모르몬교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풀러신학교 리처드 마우 총장은 "모르몬교도들은 선한 사람들이지만, 우리와 같은 하나님께 예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장 진보적인 기독교 신학교 중의 하나인 뉴욕 유니온 신학교의 세렌 존스 총장조차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결코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기독교와 모르몬교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삼위일체 교리라고 분석했는데, "성부, 성자, 성령은 삼위로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하나(God is the Father, the Son and the Holy Spirit all rolled into one)"라고 믿는 기독교의 해석과 달리, 모르몬교는 "하나님과 예수는 육체적으로 구분된 존재들(God the Father and Jesus are separated physical beings)이며 하나님에겐 천모(天母, Heavenly Mother)라 불리는 아내가 있다"는 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렌 존스 총장은 "그것은 '아나데마'(Anathema·이단들에게 내리게 될 하나님의 저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드웨스턴 침례신학교 총장 로버트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롬니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의 지위로 모르몬교에 혜택을 줄 거라고는 전혀 염려하지 않지만, 복음주의자들은 롬니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르몬교회가 그의 지위를 통해 모르몬교회와 개종한 사람들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이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롬니는 5월 30일 과반의 득표를 최종적으로 확정 지으며 2012년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 2008년과 달리, 2012년에 롬니가 공화당 후보로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독교계조차 보수냐 진보냐에 상관없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이슈는 경제 문제라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프란켈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인한 재정적자가 인플레와 금리 인상을 부추겨 소비자와 기업의 소비가 위축되어 지난 4년간의 미국 경제 환경은 높은 실업률, 낮은 생산, 저물가, 낮은 금리로 요약할 수 있으며, 오바마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올 대선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독교에 대한 '신앙'보다 특정 종교에 상관없이 '종교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6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60%가 롬니의 종교가 모르몬교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의 종교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19%)나 '관심 없거나 모르겠다'(21%)로 대답한 응답자보다 '괜찮다'(60%)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하버드 대학 로버트 푸트남(Robert D. Putnam) 교수가 그의 저서 <아메리칸 그레이스: 어떻게 종교는 우리를 나누고 뭉치게 하는가>(American Grace: How Religion Divides and Unites Us)에서 제기한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푸트남 교수는 과거 60년대에는 케네디의 종교가 카톨릭인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특정인물의 기독교에 대한 '신앙'보다 특정 종교에 상관없이 '종교성(religiosity)'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롬니가 보수 기독교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은 보수 기독교인들조차 자신의 종교적 신념보다는 다른 요소, 즉 경제적인 가치를 우선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주장했던 “인간은 돈을 버는 것, 그의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서의 취득에 의하여 지배된다. 경제적 취득은 더 이상 물질적 욕구의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롬니가 만약 대통령이 되어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같이 “so help me God”(하나님, 나를 도와주소서)이라 선서한다면 그 하나님은 'God'이 아니라 'god'이라는 사실이다.

박대준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Man 2012-10-10 10:33:39
기자라고 쓴 글의 수준이 참...

동성애자의 합법 결혼을 지지하든 아님 몰몬교 고참이든 그와 별개로 꼴통 보수 기독교인이 이 사회에서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진다는 것만은 사실.

기자 양반 좀 더 세상을 넓게 보고 글을 쓰기를 바라오.

God은 성경의 야호와고 god은 잡신이오? 웃기고 있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생각하는 신은 모두 다 god이오. 제 각기 다르다는 말이오.

항상 지들만 잘낫지?

jkyun 2012-10-10 02:59:55
현재 대부분의 보수적인 미국의 기독교인들은 아마 어느 후보가 절대적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셔서가 아니라, 둘 중에 한 후보가 덜 하나님으로 부터 멀기 때문에 그 후보를 투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기권을 한다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소돔과 고모라로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We choose the lesser of the two evils"가 되는 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