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을 서열화하는 교회 구조 바뀌어야
직분을 서열화하는 교회 구조 바뀌어야
  • 정용섭
  • 승인 2007.08.0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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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하나님나라와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없을까?

▲ 교권이 이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하나님나라와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일반적으로 평신도들이 교회에서 받는 직분은 집사·안수집사·권사·장로다. 교회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구조로 짜여 있다. 한 교회에 성실하게 3~4년 정도 다니면 집사의 직분을 받고, 10여 년쯤 다니면 안수집사가, 그리고 몇 년 후엔 장로가 된다. 권사는 장로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직분이다.

평신도들은 교회에서 이런 직분을 받게 되면 그 이전에 몰랐던 사명감을 느끼게 되고, 실제로 교회 봉사에도 열심을 낸다. 특히 교회 치리권이 부여되는 장로가 되면 교회 전반에 대해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모범적인 신앙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런 점에서 교회 직분은 개인들의 신앙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반면에 교회 직분이 매우 부당하게 작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장로직과 연관된 교회의 상처는 그냥 덮어두기에는 매우 심각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교회는 장로를 세우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게 잘하는 일인지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장로를 세우지 않은 게 자칫 담임 목사의 전횡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장치로 오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회 직분이라는 것은 하나의 형식이기 때문에 무엇을 절대적인 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하나님의 영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교회 직분이 교회 안에서 계급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집사로부터 시작해서 장로에 이르기까지 직분은 분명히 교권을 행사하는 일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그런 차이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흡사 군인들의 계급 승진처럼 작용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평신도에서 집사를 거쳐서 장로에 이르는 이런 직분의 상승이 곧 신앙의 핵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런 교회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교회가 구제·심방·교육 등 일련의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 조직과 직위가 있기는 해야 하지만 그것이 서열 방식으로 전개될 수는 없다. 단지 카리스마의 원리에 따라서 각자 맡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더구나 서리집사와 안수집사를 구분하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생각해도 인정받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나온 것 같다. 이런 구분은 교회의 능률을 제고시키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교권이 이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하나님나라와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공동체의 역동성이 확보되는 제도는 어디에 있을까?

정용섭 목사 /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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