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테이블, '정치 단체냐 토론 단체냐'
원테이블, '정치 단체냐 토론 단체냐'
  • 박화중
  • 승인 2013.07.2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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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풀러신학교 성소수자 학생단체 논란…복음주의자 '새 접근법' 찾아야

▲ 풀러신학교 성소수자 학생단체 원테이블이 학교로부터 공식으로 승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애 지지 운동을 펴는 정치 단체인지, 신학적 토의를 진행하는 토론 단체인지 그 정체성을 두고 복음주의 교계가 시끌하다. 사진은 원테이블 로고. (원테이블 블로그 갈무리)

대표적인 초교파 복음주의 신학교 풀러신학교(총장 마크 래버튼)가 최근 성소수자(LGBT) 학생 동아리 '원테이블'(One Table)을 정식 승인하여 파장이 일고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계속되는 '동성애의 승리'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관련 기사 : 풀러신학교, 성소수자 학생 단체 승인)

풀러신학교 마크 래버튼 총장은 원테이블에 대해 "오늘날 교회들은 동성애 문제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성경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원테이블이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 교회 공동체에게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래버튼 총장은 원테이블의 승인으로 결혼이나 성에 대한 풀러신학교의 기존의 성경적 관점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동아리 회장 닉 팔라시오스(Nick Palacios)도 "원테이블은 학교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나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시선이 늘고 있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원테이블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들여다봤다.

원테이블, '정치 단체냐 토론 단체냐'

원테이블을 승인하기 전 동아리 회원들로부터 재학 중에는 동성애를 하지 않을 것이며 학교 정책을 바꾸기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풀러신학교는 밝혔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다분히 정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팔라시오스 회장은 원테이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은 동성애자로 현행 학교 규범에 따라 풀러신학교에 입학했고, 이 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하고 싶다"며 "정치적인 변화와 정책 변경과 관련된 필요한 작업을 신실한 마음으로 해 나가는 데 풀러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학교의 정책 변화를 포함한 동성애 지지 정치 운동을 펼칠 것을 밝힌 셈이다.

미국의 모든 동성애 관련 단체는 정치적 성격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체들은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매스 미디어에 쏟아 붓는다. 비영리 기관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동성애 지지 여론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최근에는 사회의 윤리·법 영역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원테이블도 이와 유사한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풀러신학교 뿐만 아니라 교계에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할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다.

최근 풀러 교수진과 목회자들의 토론 영상이 원테이블 웹사이트에 게재되었다. 그런데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패널의 발언을 임의로 편집해 버렸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가 영상물 공유 사이트인 '비메오'(Vimeo)에 슬그머니 다시 올렸다. 이런 모습에 일각에서는 원테이블이 순수한 토론 단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동성애 지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테이블 웹사이트에는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내용의 논문과 기사로 가득 차 있다.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최초의 성공회 주교 진 로빈슨(Gene Robinson)의 소개 기사, △성소수자들은 도움이 필요할 뿐 비뚤어진 정서를 가진 것이 아님을 주장하는 새로운 심리학 연구 자료 등이다.

지난 3월 원테이블은 '제1회 원테이블 영화제'를 개최했다. 성소수자들이 지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게이 페스티벌'과 같은 종류의 문화 행사이다. 여기서 주로 상영된 작품은 성공한 동성애자 이야기, 인종과 성차별을 교차시킨 다큐멘터리, 그리고 신앙·자아·성을 주제로 한 영화 등이다. 모두 성소수자, 동성애를 미화한 작품들이다.

반면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내용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원테이블은 동성애를 인기 있는 사회 현상으로 다루고 있을 뿐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원테이블은 자신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패널의 영상을 편집해 논란이 사기도 했다. (원테이블 토론 영상 갈무리)

전환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 찾아야

복음주의자들은 미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신학교가 가장 논쟁적 주제인 동성애 문제와 관련된 동아리를 공식 인정한 것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복음주의에 충실해 온 학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기독교가 동성애와 같은 주요 사회적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복음주의자들의 주장은 미국 사회에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지난 6월 26일 미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을 옹호하는 결정이 내려진 뒤 복음주의 기독교는 '교회는 정부의 결정과 상관없이 성경적인 관점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연일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복음주의자들은 동성애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전진 없이 후퇴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이 풀러신학교를 시작으로 기독교 학교에서도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이번 풀러신학교의 원테이블의 승인으로 타 신학교와 기독교 대학 내 동성애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풀러신학교와 가까운 바이올라대학의 성소수자 학생들은 2012년 5월 '퀴어 언더그라운드'(Queer Underground)라는 동성애 동아리를 결성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풀러신학교의 원테이블 승인을 계기로 대학 측에 정식 승인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음주의 기독교계가 이미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새 전환기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정치 선전에 눌려 폐기되거나 그럴 위기에 놓인 연구 논문과 자료들 수집·분석하고. 이를 통해 동성애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방법으로 '들이밀기식' 반대보다는,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여론을 주도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복음주의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화중 객원기자 / wjpark@n314.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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