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름으로 학대당한 사람들
하나님의 이름으로 학대당한 사람들
  • 이규혁
  • 승인 2013.08.19 10: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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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캐나다 원주민 고통·치유 담은 영화 '뷰티풀 차일드'

19세기 후반 캐나다의 원래 주인(First Nations)들은 '울타리(reservation)'에 갇혔다.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정부는 원주민 보호 구역을 만들고, 원주민들을 2500여 곳으로 헤쳐 놓았다. 원주민들은 자녀와도 이별했다. 1874년, 9세에서 15세 사이의 어린아이들은 오로지 캐나다 정부의 명령에 따라 기숙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기숙학교는 영국정교회·가톨릭·개신교·연합교회 등이 운영했다. 어린아이들은 백인 신부, 백인 수녀, 백인 목사로부터 백인 문화, 백인 교육, 백인 언어를 배웠다. 아이들은 문명인이 되기 위해 자신들의 이름·문화·언어·정체성을 버리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약 15만 명의 원주민 아이들이 기숙학교를 거쳤다. 70%가 넘는 어린아이들이 결핵·스페인독감·영양실조·화재·익사 등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30%가 안 되는 나머지 어린아이들은 언어적·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를 당한 기억을 안고 살았다. 그들은 기숙학교 졸업생이 아닌 '생존자'로 불렸다. 치열한 생존의 싸움은 1996년 마지막 기숙학교가 폐교할 때까지 이어졌다.

▲ '뷰티풀 차일드' 공식 포스터. (사진 제공 이성수 감독)
북미 원주민들의 핍박의 역사, 기숙학교

현재 원주민들은 캐나다 전체 인구의 4% 내외이며, 이 중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17%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대도시 노숙자의 70%는 원주민들이며, 자살률은 백인의 20배에 이른다. 원주민 보호 구역에 사는 원주민의 80%는 술과 마약에 중독돼 있다.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원주민들에게 집·자동차·연금을 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문화·언어·정체성 외에도 다른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영화 선교사를 자처하는 이성수 감독은 원래 원주민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2009년 기독교 애니메이션 제작 기금 마련을 위해 미주 70개 교회를 돌아다녔던 그는, 가는 곳마다 원주민 선교사들을 만났다. 백인 교회들이 할 수 없는 원주민 선교를 한국인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캘거리의 'Dead Man's flats(죽은 자들의 벌판)'이라는 마을을 지나면서 '뷰티풀 차일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 마을은 원주민들과 백인들이 전투를 벌이다 몰살한 곳이다.

캐나다 British Columbia(B.C) 주 10개 지역에서 15개월간 촬영한 다큐멘터리영화 '뷰티풀 차일드'에는 고통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기숙학교 생존자들이 복음을 접하고 치유되어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서 복음을 전하고 치유를 돕는 한인 선교사들이 등장한다.

원주민과 함께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
▲ '뷰티풀 차일드'에 등장하는 한인 선교사들. 왼쪽부터 제임스김 목사, 데보라정 목사, 홍성득 목사, 이바울 목사, 서모세 목사. (사진 제공 이성수 감독)
서모세 목사는 토론토에서 안정적인 사역을 하던 목사였다. 그가 원주민 마을로 들어갔을 때, 원주민들은 "우리 땅에서 나가라"며 그와 교회에 돌을 던졌다. 서 목사는 갈등했지만 버텼다. 1년간 이발 기술을 배우고, 무료로 원주민들의 머리를 깎아 주며 그들과 가까워졌다. 서 목사는 원주민 교회의 3대 목사다. 1대 휴 마크스 백인 목사는 2대 원주민 목사와 갈등이 심했다. 휴 목사는 원주민 목사가 교회에서 원주민 전통 북을 치는 것에 반대했다. 최근 서 목사는 자신의 목사직을 내려놓고, 휴 마크스 목사를 다시 청했다. 2대 원주민 목사는 휴 목사의 임직을 반대했지만, 서 목사는 백인과 원주민간의 화해와 용서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돌아온 휴 목사는 원주민들을 향해 자신과 백인들의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를 구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모 기업의 목재사업부 주재원이었던 제임스김 목사는 지금 원주민 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이었지만 원주민들과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들어가 원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바울 목사와 송유순 씨는 부부다. 소도시에 위치한 이바울 목사 부부의 집은 울타리를 나오려는 원주민들이 머무는 교회이자 쉼터 역할을 한다. 이들은 백인 교회의 스캇 가글라디 목사와 함께 원주민 문화를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송유순 씨는 원주민들을 위한 기도회에서 원주민 복장과 음악으로 춤을 춘다. 최근 골드리버 지역 원주민 지도자 부부인 빌리와 실비아를 위한 기도회가 있었다. 실비아는 백인 위탁 가정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던 여성이다. 이 기도회에서 실비아는 하나님을 만났다.

거리의 전도자 데보라정 목사. 그녀는 밴쿠버 헤이스팅스에서 원주민 부랑자들에게 매일 2끼의 음식을 대접한다. 술과 마약에 찌든 원주민 부랑자가 두려울 때도 있지만, 15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사하고 있다. 마이클 호프 씨는 헤이스팅스 거리에서 자라 술과 마약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에이즈까지 걸린 원주민 부랑자였다. 그는 데보라정 목사를 만나 원주민 교회의 목사가 돼 불우한 원주민들을 돕고 있다.

1995년 원주민 선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홍성득 목사는 '사랑의 군대'라는 선교 단체를 설립했다. 사랑의 군대는 청년들로 구성한 평신도 단기 선교 단체다. 매년 여름, 한국·미국·캐나다에서 3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사랑의 군대를 찾는다. 3박 4일간 훈련을 받고, B.C 주 30여 곳에 위치한 원주민 보호 구역에서 2주간 단기 선교를 한다. 그들은 원주민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기도 하고, 문 닫은 원주민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을 한다. 또 원주민 부랑자들을 조건 없이 돕는 봉사 활동을 한다. 많은 한인 교포들이 종교와 관계없이 후원을 하고 있다. 홍 목사는 기독교인들로부터 고통받은 원주민들을 우리가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한 폭력, 그리고 용서
▲ 기숙학교에서 교장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던 원주민 여성 주디 헨리. 그녀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학대받았지만 자신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했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이성수 감독)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고 기숙학교 후유증으로 고통받은 원주민들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는 백인들도 있다. 에스페란자선교회 창립자인 얼 존슨 목사는 원주민들이 고통받은 이유가 기독교인들 때문이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부교장인 팀 보우덴 역시 예수의 정신으로 교회가 일어나 원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보상할 것을 주장한다. 각종 중독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원주민들을 치료하는 에스페란자센터는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백인과 원주민들이 함께 모여 구분 없이 가족처럼 살고 있다.

셜리 카혼이라는 여성은 위탁 가정을 운영하며, 원주민 어린이 3명을 돌보고 있었다. 그녀는 원주민 어린이와 친부모를 만나게 해 줬지만, 정부는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이성수 감독은 영화의 등장인물 중 B.C 주 북부 알러트만 성마이클 기숙학교를 다닌 여성 주디 헨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녀는 기숙학교를 나온 지 50년이 지났지만, 자신을 성폭행한 교장의 이름과 장소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가해자들을 용서했다. 그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을 학대했지만, 자신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한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 이름으로 치유받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녀의 고백으로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했다.
▲ 이성수 감독은 모태 신앙이었지만, 한동안 신앙을 버리고 살았다. 회심 후 충무로 영화판을 등지고 선교사로 변신했다. 예수 전도단 선교사로 활동하다 2009년 기독교 애니메이션 영화 '아들의 노래' 제작 기금 마련을 위해 미주 지역 70교회를 방문했다. 여행 중 원주민 선교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무일푼으로 만들기 시작한 영화는 추수감사절 개봉을 목표로 후반 편집 작업 중에 있다. 이성수 감독은 영화를 찍어 가며 제작비를 마련했다. 반은 교회로부터, 반은 투자자로부터 받았다. 많은 교인들이 헌금을 냈다. 어떤 이는 1만 불을 냈고, 어떤 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 주었다. 그렇게 영화를 완성해 갔다. 기독교 색채를 빼고, 원주민 다큐멘터리영화로 찍으면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그는 영화의 목적이 "원주민들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데 있다"며 거절했다.

원주민 선교가 북미를 넘어 아메리카 전역에 퍼지길 희망하는 이성수 감독은 원주민을 향해 백인 교회가 전할 수 없는 복음을 한국교회가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민족 수탈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복음을 놓지 않았던 한국인들이 이 사명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원주민·백인·한국인들이 조건 없이 부모에게 순종하는 어린아이처럼, 하나님께 순종하길 바라는 뜻으로 영화 제목을 '뷰티풀 차일드'로 지었다고 했다.

이규혁 기자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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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2013-08-20 14:16:48
정보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와 실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70%가 넘는 어린아이들이 결핵,스페인독감,영양실조,익사 등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30%가 안 되는 나머지 어린아이들은 언어적,신체적,정서적, 성적 학대를 당한 기억을 안고 살았다.
-> 15만명 중 3,000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30%-60% 입학한지 5년 안에 사망하였습니다.

자살률은 백인의 20배에 이른다. -> 원주민 청소년 자살률은 평균치의 6배에 달한다.

원주민 보호 구역에 사는 원주민의 80%는 술과 마약에 중독돼 있다. -> 술을 전혀 먹지 않는 비율은 캐나다 평균치 보다 높지만 중독자는 16%로 평균치의 2배 이상 높다.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원주민들에게 집, 자동차, 연금을 준다. -> 밖으로 나오는 것은 자유입니다. 집은 인디언 보호구역 자치구에서 저가로 임대를 하고, 자동차는 자기의 돈으로 사며, 생활보조비는 4인 가족 평균 약 $500 정도입니다. 그런데 캐나다 전 국민에게 지출되는 자녀 양육비가 18세까지 1인당 원 $200-$250 정도 지급되며 이것이 생활비에 미치는 비율을 절대적입니다.

물론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많이 나기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원주민은 백인우월주의의 피해자이며 그 피해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해결책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원주민 자신들도 피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수 2013-08-20 14:06:58
정보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와 실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70%가 넘는 어린아이들이 결핵,스페인독감,영양실조,;익사 등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30%가 안 되는 나머지 어린아이들은 언어적,신체적,정서적, 성적 학대를 당한 기억을 안고 살았다.
-> 15만명 중 3,000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30%-60% 입학한지 5년 안에 사망하였습니다.

자살률은 백인의 20배에 이른다. -> 원주민 청소년 자살률은 평균치의 6배에 달한다.

원주민 보호 구역에 사는 원주민의 80%는 술과 마약에 중독돼 있다. -> 술을 전혀 먹지 않는 비율은 캐나다 평균치 보다 높지만 중독자는 16%로 평균치의 2배 이상 높다.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원주민들에게 집•자동차•연금을 준다. -> 밖으로 나오는 것은 자유입니다. 집은 인디언 보호구역 자치구에서 저가로 임대를 하고, 자동차는 자기의 돈으로 사며, 생활보조비는 4인 가족 평균 약 $500 정도입니다. 그런데 캐나다 전 국민에게 지출되는 자녀 양육비가 18세까지 1인당 원 $200-$250 정도 지급되며 이것이 생활비에 미치는 비율을 절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