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당회 권한 키워 사제주의로 회귀할 건가
목사·당회 권한 키워 사제주의로 회귀할 건가
  • 구권효
  • 승인 2014.03.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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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혁 진영 긴급 포럼, 폐쇄적 교회 운영 조장하는 정관 '개악' 흐름 진단

▲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키우로 교인들의 권리는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악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민주적인 모범 정관 갖기 운동을 벌여 온 교회개혁실천연대가 3월 26일 기독교회관에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방인성 목사(오른쪽), 김진호 목사(가운데), 강문대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담임목사와 당회에 권한을 집중시키고 회계장부 열람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고치는 교회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가 2012년, 왕성교회(길요나 목사)가 2013년 이런 식으로 정관을 고쳤고,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올해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세 교회의 정관 및 정관 개정안은 아주 흡사하다. 몇몇 교회법 학자들은 이런 정관이 장로교 정치 체제에 부합한다며 타당성·정당성을 부여한다.

교인을 규제하고 폐쇄적인 교회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법을 고치는 사례는 교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헌법전면개정위원회는, 십일조로 교인의 권리를 중지시키고 당회 단독으로 교회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밀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작년 11월, 교회 재정 장부를 열람하려면 입교인 과반수의 동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켜 물의를 빚었다.

교회나 교단이나 '교회 분쟁을 막기 위해' 교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 분쟁의 원인은 대부분 담임목사가 사고를 쳤기 때문인데, 분쟁을 막기 위해 담임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대두된 정관이나 개정안에 담임목사의 권한을 견제하는 조항은 없다. 지난 10여 년간 민주적인 정관 갖기 운동을 벌여 온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는 이를 정관 개악(改惡)이라고 표현했다.

개혁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건강한작은교회연합·교회2.0목회자운동이, 분당중앙교회·왕성교회에 이어 사랑의교회까지 이런 전철을 밟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며 포럼을 열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주제로 3월 26일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포럼에서는, 정관 개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법률적으로 검토했다. 100여 명의 교인들이 참석해 진지하게 발제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고민을 나눴다.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관 개정의 문제점은 △권위주의와 폐쇄적 운영 △투명한 재정 운영 원칙에 역행 △양심의 자유 침해로 요약할 수 있다. 개혁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는,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교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은 '사제주의·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체 회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의정치를 구현하는 장로교 정신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위의 세 교회 정관 및 개정안에 모두 있는, 교인 2/3 이상이 찬성해야 재정 장부를 볼 수 있다는 조항은 결국 교회 재정을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라고 방 목사는 말했다. 사실상 회계장부 열람을 막아 놓은 것이고, 이는 교회의 공공성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당회가 주관하는 예배와 장소를 벗어난 예배 및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교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했다. 교인들이 아무런 비판과 질문을 하지 못하고 교회 제도에 맹종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는 담임목사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리더십은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인데, 세 교회의 정관 개정은 초법적인 권한을 합법적으로 보장받으려는 시도라고 봤다. 그는 시대가 바뀌면서 한 사람에게 집중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여러 가지 제도로 분산되고 있으며, 이때 제도를 만들기 위한 비용이 적잖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가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담임목사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제도로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정관 개정안의 위법 여부를 검토하는 시간도 있었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의무금을 내지 않은 교인에 대해 당회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사회법에서 무효가 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교인이 무조건 헌금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헌금을 꼭 실명으로 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당회에서 교인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무효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교인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은 단체 구성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무효가 되기 쉽다고 했다. 당회가 허락하지 않은 예배와 기도회를 불허하는 규정도 따져 볼 문제였다. 강 변호사는 교인들의 총유물인 교회 건물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예배와 기도는 교인의 권리이자 의무로 원칙적으로 교인들이 교회 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발제가 끝난 후에는 1시간이 넘도록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현재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사랑의교회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한 참가자는 부목사를 당회·제직회·공동의회 언권 회원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장로는 50명인데 부목사가 100명이 넘는 사랑의교회 현실을 보면, 오정현 목사가 회의를 자신의 뜻대로 끌고 가려고 이런 수를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장합동 헌법에 따르면 부목사는 언권 회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방인성 목사는 부목사도 당연히 모든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언권만이 아니라 결의권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목사를 제한하고 있는 법이 악법이라는 것이다. 부목사가 100명이 넘도록 교회 규모를 키운 게 기현상이지, 부목사라고 차별하는 것은 성경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누가 꼼수를 쓰고 있다고 해서 악법을 지속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그 꼼수에 대항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요즘 교인들의 의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교회가 계속 담임목사 중심적인 체제를 고수하면 교인들과 크게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진호 목사가 얘기한, 대형 교회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목사는 수년간 대형 교회를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답변했다. 대형 교회 교인들이 자기 교회에 대한 비판을 의외로 자세하게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가족·친구로 얽혀 있는 교회 내의 관계 때문에 쉽게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대형 교회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겠지만 정작 대형 교회는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를 개혁하는 일과 동시에, 중소형 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로 인식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권효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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