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부터 참회합니다"
"목사부터 참회합니다"
  • 주재일
  • 승인 2007.09.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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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인터뷰] 한국서 목사 안수 100주년 참회기도회 마련한 홍성현 목사

▲ 참회기도회를 준비한 홍성현 수송교회 은퇴목사. 그는 목사부터 구체적으로 회개해야 교회가 산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목사들이 참회기도를 연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목회자 세금 문제, 기독교 기업 이랜드의 비정규직 탄압 등 최근 벌어진 사태에서 개신교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 교회가 침묵하거나 외면하려 할 때, 김형태 예장합동 전 총회장,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 홍성현 수송교회 은퇴목사 등 개신교계 원로들이 9월 4일 100주년 기념 참회 기도회'를 개최했다. 

평소 한국 교회의 부패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원로 김형태 목사가 설교하고,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역사 속에서 목사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타락했는지 살펴봤다. 또 한국 교회와 목사가 역사와 하나님 앞에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토론을 벌이고, 구체적인 회개 제목을 놓고 기도회를 벌였다. 행사를 준비한 홍성현 목사를 만났다.

한국 교회에 대한 세상의 원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에 관한 기사들마다 '악플'이 수도 없이 붙는다. 교회 안에서는 악플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맞는 이야기다. 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세상의 반응이다. 교회가 잘못해도 너무 잘못하고 있다. 댓글을 보면, 목사들에게 십자가에 목을 매고 회개하라고 외치는 댓글이 많다. 가진 자와 권력의 편에 선 목사들이 타락의 핵심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목사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사람들은 목사가 너무 많다, 목사가 돈을 막 쓴다, 자기 자녀 해외 유학도 교인 헌금으로 보낸다고 아우성이다. 교회 안에서만 노는 개신교가 신물 난다는 거다. 자기들의 안주와 쾌락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올바른 비판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세상을 섬기는 것인데, 오히려 약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돈 없는 사람들에게 받은 십일조로 목사가 고급차 타고 호강한다. 이게 뭐냐. 교회가 놀자판이다.

세상의 비판에 교회들이 침묵하고 있는데, 몇몇 목사들이 교회의 현실에 반성하겠다고 하니 반갑다.

올해는 평양대부흥운동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 교회에 목사가 생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목사들이 깊이 참회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희망이 없다. 사람들이 개신교가 위기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10년 안에 침몰할 거라고 섬뜩한 말을 한다. 이들의 말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목사들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한국 교회는 이대로 끝날 것이다.

시청 앞에서 10만 명씩 모여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해, 반북·반김을 위해 기도하던 개신교인들이 왜 이번 피랍사태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는지, 미국에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지 궁금해 한다.

오히려 반미에 앞장섰던 개신교인들이 미대사관 앞에서 납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미국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보수 개신교 진영은 잠잠했다. 미국에게 억류된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도와달라고 하면, 반미운동으로 비칠까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친미주의자들이기 때문에 미국에게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다.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정치적인 고려를 먼저 하는 이들이다.

피랍사태에서 개신교는 한 게 없다. 평소에는 교인을 양이고 목사 자신은 목자라고 말하던 이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같은 목사로서 쉬운 말은 아니지만,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가 아프간에 가서 탈레반에게 내 양떼는 풀어주고 나를 대신 가두라고 말했으면 안 됐을까. 내가 대신 죽겠다고 나서면 안 됐을까. 예수님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정부가 막아서 가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목사들이 희생을 안 하려고 했다. 각오하고 움직이지 않았기에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

▲ 홍성현 목사는 "목사가 자신이나 교회 하나만 중심에 놓고 다른 모든 문제를 무시하며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행동이 없기는 진보 진영의 개신교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기총은 반미 세력이 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침묵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자기 동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샘물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소속으로 KNCC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KNCC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일명 순복음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등 보수적인 교단이 있기 때문에 총무가 마음대로 못한다. 한상렬 목사 같은 사람만 단식운동을 벌였고, 몇몇 NGO만 기도회를 개최했다.

깨어 있는 자들의 외침보다 수구 세력의 주장이 더 주목 받는다.

그들은 권력과 재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 김홍도 목사를 보라. 교회 재정을 쥐고 자기가 지지하는 수구 세력의 확장에 역량을 쏟지 않나. 다른 개신교 원로들은 경제적으로 빈약하다. 대형 교회나 미국, 우리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양심껏 살다보니 사회의 주류에 끼지 못한다. 주류가 뭔가. 미국에 동조하며 재물과 권력을 쥔 이들이다. 예수는 약한 자, 없는 자와 함께하셨는데, 예수를 따르는 목사들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고 늘 주류가 되려고 발버둥 친다. 어느 시대나 양심적인 사람들은 소수였다.

초청에 응할 목사들은 회개해야 할 주류 세력이 아니라 비주류 아닐까.

맞다. 오히려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울부짖을 것이다.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목사들만 올 것이다. 결국은 또 소수만 모일 것이다. 비록 소수가 모이더라도 우리가 한국 교회 전체의 죄악을 내놓고 울부짖고 눈물 흘릴 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목사들이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자기 교회가 크고 교인이 많은 것을 자랑하고 실력과 재물까지 겸비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회개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해서 이렇게 성공했는데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겠나. 그런 이들과 함께 한국 교회가 썩어간다.

교회와 목사의 타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회개운동을 펼치게 된 동기는.

올해 한국 교회들이 평양대부흥 100년을 맞은 계기로 다시 부흥운동을 벌이자고 나설 때, 목사 몇 명은 목사가 한국 교회에 나온 지 100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우리 목사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이야기 마당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여러 총회들과 교단은 평신도 부흥만 생각하고 목사의 성찰에 대해서는 침묵하니까 우리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러다가 아프간 사태가 터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선 참회기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어떤 분들이 참여하는가.

예장통합 전 총회장 김형태 목사가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유경재·금영균 목사, 이형기·서광선 박사 같은 원로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한다. 다들 70세가 넘은 이들이다. 여기에 이근복·이명남 목사가 실무진을 구성해 참회기도회를 준비한다.

백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참회기도회에서 한국 교회가 잘못한 것을 고백하고 백서로 모을 예정이다. 토론을 벌여 우리의 죄책을 정리하고 참회하는 기도를 할 예정인데, 현재는 30개 항목 정도를 정리했다. 백서위원회를 만들어 책이나 문서로 출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목회자들이 계속해서 갱신운동을 펼치도록 기구도 마련할 생각이다.

반성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목사의 호주머니에서 적은 돈이라도 떼서 사회에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세금도 당당하게 내면서 살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백서에서 거론하고 있다. 청빈한 삶을 본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돈 들어가는 비싼 차 사지 말고 싼 차 타고, 교회 돈을 목사 개인 용도로 쓰지 말아야 한다. 교회에서 지급하는 차도 공적인 업무 외에 개인 용도로 쓰면 안 되고, 사모나 자식이 써도 안 된다. 생활부터 검소하게 살고, 교회 돈 낭비하지 말고, 봉사하는 기금도 만들자는 내용을 담았다.

백서에 청빈한 삶에 대한 각오 외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

양 도둑하지 말자는 결의가 들어갔다. 이 교회에서 저 교회로 옮겨가는 '수평 이동 교인'을 받지 말자는 것이다. 버스를 사서 다른 교회 앞까지 다니면서 교인을 빼오는 짓은 제발 그만둬야 한다. 헌금을 강요하는 행위, 교회 재정을 관광에 쓰는 행위, 교파가 난립하는 상황도 반성해야 할 내용으로 지적했다. 총회장이나 노회장 등 자리를 다투는 일도 멈춰야 한다. 물량적인 성장주의를 버리고 성숙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또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알기 위해 이슬람과 대화해야 한다. 참회기도회 현장에서 토론하면서 우리의 죄책을 종합할 생각이다.

원로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시대다.

목사가 자신이나 교회 하나만 중심에 놓고 다른 모든 문제를 무시하며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있는 거다. 개인주의, 경쟁주의에 경도되어 자기에게 유익한 것만 따라 살고 있다. 참회운동을 통해 후배 목사들을 각성시키면서 자기만 보지 말고 교회 밖까지 살피며 살라고 강조할 참이다. 사회 부패에 분노하고 소수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사회 변혁을 추구하고 살아야 한다.

주재일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 이 글은 한국 <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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