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 신천지 위험지대, 유학생 '요주의'
해외도 신천지 위험지대, 유학생 '요주의'
  • 변하삼
  • 승인 2007.09.14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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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선교사 사칭, 유학생 대상 성경공부…해외 한인 교회 이단 활동에 취약

▲ 이단들의 해외 활동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신천지 교육을 받기 위해 비밀리에 입국했다 다시 출국하려는 노 아무개(맨 오른쪽) 씨를 가족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한 독일 유학생이 지난 2월 가족들에게조차 입국사실을 숨긴 채 귀국했다. 이 학생의 귀국 목적은 다름 아닌 신천지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해외 유학생들이 신천지의 포섭대상이 되고 있지만 해외 한인 교회는 이단 활동에 무방비 상태다.

노 아무개 씨(24)는 지난 2002년, 기독교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국내에 있을 동안 신앙생활에 남다른 열심을 보였던 노 씨는 부모님의 지원 아래 기독교 음악 사역자를 꿈꾸며 유학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는 이미 물거품이 됐다. 노 씨가 스스로 이만희(신천지 시온교회) 씨를 ‘보혜사 성령’이라고 고백했기 때문.

노 씨는 학업을 중단하고 지난 2월 귀국했다. 그 후 대구 지역 신천지 신학원에서 6개월 성경공부를 마쳤고 지난 8월 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모에 의해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했다. 하지만 지금 노 씨는 국내에 없다. 부모와 지인들의 만류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3일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났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당시 노 씨를 설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여러 목회자들은 지금 허탈감에 빠져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 재교육 시설 부족

이번 노 씨의 사례를 접하면서 이단 대처에 대한 몇 가지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 먼저 신천지는 물론 타 이단에 빠진 사람들의 재교육 시설이 태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실제로 노 씨가 신천지에 가담한 사실을 부모가 인지한 후 노 씨를 상담할 전문사역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재 이 같은 전문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안산 상록교회(진용식 목사)도 이미 교육대상자들이 차례로 줄을 서 올 11월까지 상담일정을 잡기 힘든 실정이었다. 언제 어떻게 가정을 이탈할지 모르는 신천지 가담자들의 상황을 볼 때, 무엇보다도 신속한 상담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상담소를 찾지 못해 발만 구르는 상황이 빈번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씨를 만났던 이단 관련 전문 사역자 황철민 전도사(한일장신대)는 “신천지 특성상 단기간의 대화와 설득으로 돌이키는 일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부모나 지인들이 정에 호소하거나 눈물로 설득해서 돌아올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황 전도사는 “노 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하루빨리 전문 사역자에게 긴 시간을 두고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선교사 사칭, 신분증 위조도 다반사

이번 노 씨의 사례는 해외 유학생들이 신천지와 이단들의 포섭활동에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돼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 씨의 부모에 따르면 유학생활에서 학비 외에 경제적 부담이 큰 거주비용을 독일 현지의 신천지 강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아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측은 유학생들에게 의식주를 담보로 신천지 교리공부를 유도한 것. 이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고 싶어 하는 유학생들은 신천지에게 손쉬운 포섭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노 씨는 독일 현지에서 선교사를 사칭하는 사람에게 성경공부를 받았고 선교사라는 말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최근 신천지를 탈퇴한 전 신천지 교인은 신천지 측이 신분증과 기자증, 심지어는 선교사 증명까지 위조해 널리 이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안산 상록교회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전 신천지 교인은 “신천지에서 활동할 당시 기자증과 선교사 증명을 위조하는 일을 직접 했다”며 “일요일 과천 행사에 부모의 의심 없이 참석하게 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이 일요일 치러지는 점을 이용, 수험표까지 위조해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 증언에 기초하면 신천지가 해외에서 선교사를 사칭하며 신천지 포교 활동을 벌이는 일들이 현실로 입증되는 셈이다.

해외 한인 교회도 이단 대처에 취약함을 보여줬다. 유학 당시 노 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교회에서 찬양과 음향을 담당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 씨를 지도했던 독일 목회자도 전화통화에서 최근에야 노 씨가 신천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노 씨가 귀국 당시에도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거짓말에 속아 교회에서 여비까지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현지 교회 목회자는 “이단에 대해 많은 현지 목회자들은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지역연합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뤄 대처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유학생이 약 400여 명이 체류하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뿐만 아니라 타 국가의 유학생들도 신천지의 포섭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단전문사역자 진용식 목사는 “독일이 신천지 해외 거점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라며 “해외 한인 교회 사역자는 물론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변하삼 기자 / 한국 <뉴스앤조이>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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