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것
한국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것
  • 박지호
  • 승인 2014.06.25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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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갈등전환렌즈로 세상보기] 위안부 할머니부터 세월호 유가족까지

본질적으로 같다. 세월호 유가족부터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고문피해자, 위안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원하는 것이 '정의'라는 점에서. 하지만 착각하기 쉽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 곧 이들이 원하는 정의라고.

그렇다면 이들에게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공동체로부터 확인하고 확인 받는 것'이다. 무엇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공동체가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고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는 것으로.

▲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지루한 협상에 지친 유가족들이 28일 새벽 바닥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 <한겨례>

진정한 정의는 '공동체로부터 확인하고 확인 받는 것'

하지만 이들이 끊임없이 한국 사회로부터 확인하고 확인 받는 것은 무엇인가. 모욕과 조롱이다. 현 집권 세력과 지지자들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기는커녕 이들을 사회 혼란 세력이나 범죄자 취급하며 이들의 상처를 짓이기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선 정부, 여당과 주류 언론이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으며 유가족들을 '미개인' 취급했다. 며칠 전부터는 기독교 지도자들까지 막말행렬에 가세하며 유족들의 상처를 후볐다. 슬픔을 가누기조차 힘든 때, 방송국과 청와대에 항의 방문하고, 법적 대응까지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세월호 유가족의 현실이다.

5·18은 어떤가. 국정원 요원까지 나서서 "5.18은 폭동이다",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했다. 해마다 정부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며 유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한국 사회로부터 이들이 확인 받는 것? 조롱과 모욕

위안부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몰염치도 견디기 힘든데, 국내 한 교과서는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고 왜곡하며 피해자를 모독했다. 이에 어느 위안부 피해자는 "분해 죽겠다, 일본군에 끌려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데 스스로 위안부가 됐단 말이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문피해자들은 지난날 상처와 외롭게 씨름하고있다. 고문을 자행했던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스스로를 '빨갱이를 잡은 애국자'라고 강변하며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고문 수사관도, 당시 사건을 기소했던 검찰 어느 누구도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고 있지만 세간은 무관심하다.

▲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하는 국정원 요원으로 드러난 '좌익효수'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그 희생자를 조롱하며 모욕한 댓글 내용들. ⓒ 채널A 화면 갈무리

가해자 처벌과 금전적 보상이 덜 중요하단 얘기가 아니다. 가해자에 집중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피해자의 진실을 들어주고,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면서 그들이 정의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과도 직결된다. 다음은 하워드 제어 교수의 말이다.

'가해자가 도의적 책임, 후회, 회개 등을 표시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지지와 이해를 얻고 정의를 경험하는 것이다'(「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KAP 역간)).

여기서 타인은 가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둘러싼 공동체 구성원을 말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동체로부터 계속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까지 본질적으로 같다. 자신이 당한 고통을 '확인하고 확인 받을 수 있는' 공동체적 정의 회복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박지호 / <갈등전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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