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고 안 받는 임직식
돈 안 주고 안 받는 임직식
  • 안희환
  • 승인 2007.02.03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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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종교는 도덕성의 측면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여러 분야가 타락한 상황 속에서도 종교는 거룩함을 드러내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하며,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종교를 문화의 내용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타락한 종교의 모습은 문화와 사회의 타락상을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종교적인 상황을 보면 사회의 귀감이 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보입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모습만이 아니라 때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습까지도 보이는 것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세속화된 종교의 모습일 것이고, 세속화의 대표적인 부분은 돈에 관련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다시 말해서 물질을 초월해야 할 종교가 때로 탐욕스런 모습을 보이곤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목사로서 저는 특별히 교회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신교가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재정적인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데,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계속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기적으로 직원회를 열고 재정을 공개하는 곳은 개신교입니다. 그만큼 투명한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가톨릭이나 불교가 정기적으로 재정을 공개한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개신교의 재정 공개는 바람직한 현상이며, 다만 그렇게 드러낼 경우 사람들의 비난을 살 만한 모습이 자취를 감추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습니다. 종교의 세속화, 특별히 그 중에서 물질에 좌우되는 모습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교회에서 직분자를 세울 때 일정액의 헌금을 하게 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였습니다. 직분은 참으로 소중한 것인데, 그것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봉사하는 직임인데 그렇게 돈을 요구하거나 내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목회하는 교회도 얼마 안 있어 장로 한 분과 권사 세 분을 세울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제게 더욱 실제적이며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두 달 가까이 고민하며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결론을 내리길, 그것은 타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부터라도 제대로 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당회를 열면서 그 부분을 언급하였고 결국 우리 교회에서는 직분자를 세울 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행사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긴 합니다. 순서를 맡은 분들에 대해 금일봉을 드려야 하고,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행사가 다 마친 후 그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제공해야 하기에 꽤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비용도 직분을 받는 이들이 부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그분들은 봉사직으로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정 사항을 교회 앞에서 말하고 나니 속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교회가 물질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이기도 하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직분을 받게 되는 분들도, 나머지 교인들도 모두 만족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이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나머지 부분들도 하나하나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겨지는 곳으로 움직여나갈 것입니다.

거창하게 종교의 세속화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작은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용두사미라고 여길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커다란 변화라고 하는 것도 작고 미미한 출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신부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안희환 / 예수비전교회 목사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것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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