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
  • 양재영
  • 승인 2014.07.17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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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투투 주교, 안락사·조력자살 합법화 논란 가세

작년 9월 캐나다 전염질병 분야의 권위자인 도널드 로 박사가 뇌종양으로 사망하기 8일전 남긴 7분짜리 동영상에서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의사의 도움으로 평화롭게 죽음을 맞기를 원한다. 내 몸에서 24시간만 살아보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라며 캐나다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선 80대 노부부가 “법이 약물을 처방 받아 안락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 평온하게 떠나고자 하는 지금 왜 보다 부드러운 방법이 아니라 잔인한 방식으로 자살할 수 밖에 없는가?”라며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 채 동반자살해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안락사·조력자살 합법화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무의미한 삶의 연장을 중단하고 고통 없이 평화롭게 죽을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유럽을 중심으로 커져가고 있다.

▲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 © 뉴스 M

지난 13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에 기고한 글에서 “삶의 신성함을 숭배하지만 내 생명이 연장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내가 '조력자살'을 원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속상해하겠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질을 주장하는 쪽에 더 끌린다”고 말하며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지지했다.

투투 주교는 "만델라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만델라는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라며, "이는 내 친구 만델라의 존엄에 대한 모욕이었다"고 지적하며 만델라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려던 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또한 희귀유전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으로 고통 받다 스스로 자살한 28살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청년인 숀게벨을 언급하며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때 삶의 질과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을 생각해 봐야한다"라며, "나는 인공적으로 내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안락사나 조력자살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국가는 4곳 정도이며, 이 외에도 몇몇 국가에서 죽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가톨릭 등 종교단체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투투 주교의 발언은 앞으로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락사·조력자살 합법화는 생명을 경시하게 만들어”

안락사(euthanasia)는 의사 혹은 타인이 약물투여 등 직접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며,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 완화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의사가 약물을 투여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조력자살’ 입법화에 맞추어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유럽인들이 안락사의 정당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에 따른 논쟁으로 인해 이를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

안락사를 가장 먼저 허용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으며 2002년 벨기에, 2009년 룩셈부르크가 이에 동참했다. 영국 상원에서는 '조력 자살' 허용 법안이 계류 중이다.

미국에서는 오리건주가 1997년 처음으로 ‘조력자살’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 조건은 엄격하여, 조력자살 대상은 18세 이상 말기 환자여야 하고 본인이 서면과 구두를 통해 자발적 의사를 수차례 밝혀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2008년에 워싱턴주, 작년에 버몬트주에서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국가들은 그 허용 대상을 ‘자발적 의사가 있는 환자’, ‘소생 불가능한 말기 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안락사를 합법화할 경우 생명 경시 풍조가 생겨나게 되고, 생명의 가치에 차등을 두게 된다는 윤리적, 종교적 이유로 반대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계 대부분은 안락사나 조력자살을 반대하고 있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을 신에 대한 범죄로 보는 가톨릭이나 개신교 뿐 아니라,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 자살을 돕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이슬람교 등 대부분의 종교가 이를 금지하고 있다.

자살은 구원 받을 수 없는 죄인가? 

▲ 안락사 금지를 비판하며 동반자살한 베르나르와 조르제트 카제 부부의 1956년도 모습 © 르파리지앵 홈페이지

한편 안락사·조력자살과 관련하여 ‘자살과 구원의 관계’에 대해 ‘자살은 구원받을 수 없는 대죄이다’라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기독교의 전통적 입장을 뒤집는 신학적 논쟁이 개신교 내에서 제기 되고 있어 학계와 교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려신학대학원 신원하 교수는 ‘용서받지 못할 죄? 자살과 구원의 관계에 대한 개혁신학적 분석과 목회윤리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자살을 성경에서 유일하게 사함 받을 수 없는 ‘성령을 훼방한 죄’라 볼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삶의 어느 순간, 약함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절망의 구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성령을 훼방한 죄로 간주할 어떤 신학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령을 훼방한 죄의 핵심은 성령의 내적 조명을 받아 알고 있음에도 계속적으로 일관되게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대항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은 이와 같은 죄와 거리가 있다”고 역설하며 자살과 구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존 맥아더는 그의 책 <세상보다 나은 기독교>에서 “성경은 자살을 자신을 스스로 살인하는 심각한 죄로 언급하고 있으며(출20:13), 절대 본받을 만하거나 고귀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면서도, “다른 죄들과 마찬가지로 자살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성경에 하나님이 값을 치른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죄까지도 사함 받았다고(골2:13-14) 기록되어 있다. 바울은 어떤 것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다고 말한다(롬8:38-39). 그러므로 진정으로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극도로 연약해진 상태에서 자살한다 해도 천국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영국 성공회가 영국의 ‘조력자살 입안’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투 주교의 ‘조력자살’ 인정 발언은 안락사를 비롯한 여타 생명관련 논란을 가중 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린 역설의 중심에 서있다. 삶의 거룩함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교회는 희망이라는 그리스도의 메시지와는 달리, 실제로 고통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조력자살’을 지지한 전 캔터베리 대주교의 언급은 이러한 논란을 잘 대변하고 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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