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부인, 여성 선지자!
망치부인, 여성 선지자!
  • 이욱종
  • 승인 2014.12.09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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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 망치부인 미주 순회 강연 포스터. 오는 6일부터 14일까지 엘에이 샌디에고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토론토에서 열린다.

“볼륨 좀 줄여줘!” 망치부인의 아프리카 티비 “망치부인의 생방송 시사 수다방” 을 컴퓨터로 켜놓는 날이면 가족들에게 항상 듣는 말이다. 구성애 아줌마 친구? 처음엔 목소리 걸걸한 아줌마의 찰진 농담 수다 소리에 귀 기울이고 킥킥 웃게 되지만, 내용이 만만치 않다. 깊고 심각한 사회 정치 이야기를 소시민 아줌마의 시각과 경험으로 재미있고 쉽지만 웬만한 전문가도 못하는 날카로운 분석을 날리는 망치부인! 그녀가 엘에이에 왔다.

토요일 밤, 이 불타는 다운타운 엘에이의 밤에 귀신처럼 조용한 노동 일 번지 자바시장 골목에서 멀리서도 간간히 들려오는 귀에 익은 아줌마의 쌩쌩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헐리웃 여성 스타들도 이영애씨도 직접 보았지만, 수줍음 많이 타는 유부남 아저씨인 나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걸게 만드는 유일한 여성! 그녀를 직접 만났고 이제 함께 방송의 청취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학원 강사로 가장 역을 맡아 일하며 살림하며 소시민으로 겪었던 IMF 시절의 이야기, 동네 지역구로 출마한 김근태 의원을 도우며 정치활동을 해보았던 이야기, 아프리카 티비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비교적 일찍 인터넷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면서,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하고 미디어를 조작하는 일을 하는 세력을 몸소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더욱 생생하게 듣게 되었다. 인터넷 방송으로 알려진 후에는 2012년 총선 기간 중 “사실 적시에 의한 선거법 위반” 으로 결론난 어처구니없는 판결 해프닝으로 8개월 징역 선고를 받고 실제로 감옥에 가서 3개월여를 살다 출소한 이야기, 딸을 협박한 소속이 수상한 사람 이야기,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며 목숨걸고 같이 싸우는 이야기 등을 자신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증언해 주었다.

망치부인! 특별히 이번 강연에서 난 그녀의 선지자적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로부터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자신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기득권 세력의 악을 타당하고 영향력 있게 비판하던 그녀가 5,60년대 첩보 암살시대로 돌아간듯한 요즘 대한민국의 은밀한 세력의 타겟이 되어 각종 위협에 지쳐있을 때면 교회에 가서 눈물을 쏟을 때가 많이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이러한 시련을 통해서 민주주의의 꽃이 한국에서 더욱 찬란하게 완성되리라는 꿈을 주셨단다. 유교가 들어와 본토보다 꽃피우게 되고, 불교가 들어와 집대성되고, 기독교가 들어와 최고의 선교사 국가가 되는 한국에 민주주의가 들어와 가장 찬란한 꽃을 피우리라는 비전을 가지고 자신이 아프리카 티비 (All Free broadCAsting; 모두가 자유롭게 방송하는, 혹은 A; 개인, 그래서 한 개인의 자유 방송의 약자) 에서 하는 것 같이 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마음껏 진실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메시지였다.

그렇다! 선지자 (nabi, seer, spokesman) 는 어두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보는 자요, 진실을 함구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선지자 직분에는 남녀가 구분이 없었다. 미리암, 드보라, 훌다, 엘리사벳, 마리아…….모두 어두운 시대에 하나님의 뜻을 보았고 하나님의 진실을 증언했던 사람들이었다. 사무엘상 9장 9절에 보면 선견자에게 가서 하나님의 뜻을 묻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통에 대해 나온다. 우리에게 하나님에게 물으려 할 때 찾아갈 만 한 선지자가 있을까? 세상보다 어두운 교회, 세상보다 길이 없는 교회의 선지자 노릇을 하는 지도자들이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참뜻을 전하는 이 목소리 큰 아줌마 평신도에게 선지자의 메시지를 듣는 나는 또 누구인가?

퍼거슨 사건의 걷잡을 수 없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이곳 미국에서도 하나님의 진실을 외치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같은 리더쉽을 그리워하고 있지만, 킹목사를 만든 것은 팔 할이 여성 선지자들이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주도한 Rosa Parks 여사는 자신의 평생을 부당하게 차별받고 짓밟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흑인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평등한 존엄성을 회복하는 사명을 가지고 섬겨왔던 선지자였기에 당당하게 불평등한 법과 싸웠으며, 가는 곳곳마다 지방의 특수한 어려움과 시련을 공감하지 못하고 대중운동을 이끌려던 킹목사의 리더쉽에 등을 돌리던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킹목사 활동이전 수십 년을 민초들과 함께 하나님이 주신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진 Ella Baker, Septima Clark, Jo Ann Robinson 같은 여성 선지자들의 도움과 리더쉽이였다. 이들은 킹목사도 보지 못한 하나님의 뜻을 보았던 사람들이었고 (실제로 킹목사의 주된 운동인 투표권 운동과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에 큰 영향을 줌) 킹목사도 가지지 못했던 소시민으로서의 진한 간증들이 있었고 실제로 현학적인 단어들을 많이 쓰던 킹목사보다 쉽고 강렬하게 연설도 잘했던 여성 선지자들이었다.

나는 망치부인의 증언과 스토리텔링을 듣고 보면서 이들과 같은 어두운 시대에 하나님의 진실을 보고 말했던 여성 선지자들의 모습을 본다. 요엘서 2장 29절에 하나님은 ‘내가 또 내 영을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 줄 것’ 이라고 하셨다. 요즘과 같이 대한민국이 어두운 언론에 둘러 싸여있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과 같이 눈뜨러 교회 갔다가 세상보다 더 못 보는 목사님들에게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던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그리고 그 진실을 위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놀랍도록 아픈 투쟁을 보면서도 동참하기가 너무 망설여지는 교회 지도자인 내 자신을 보며 실망하며 한탄할 때에 한 평신도 아줌마가 천둥 같은 쨍쨍한 목소리로 나에게 선지자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네 안에 하나님이 주신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이 세상의 어두움과 부딪쳐 내는 그 살아 있는 간증을 세상에 말해라! 네 작은 목소리가 하나님의 진실이 되도록!’ 

이욱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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