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를 읽다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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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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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통합,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 발간

이번 설날에도 어김없이 가족 비극의 소식이 전해졌다. 거제도에서 1억원의 크지 않은 빚에 쪼들린 가장이 아내, 어린 3명의 자녀와 함께 차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경우 한 명만이 자살이고 다른 가족을 살해한 경우이므로 전부 자살로 보기는 힘들지만 한국 사회에 생활고를 비롯한 사회 모순을 견디지 못한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준 사건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30대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매일 39명이 자살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40대에서는 암이 사망원인 1위로 보도되자 SNS상에서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못 견디면 자살, 견디면 암으로 죽는다'는 말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선임병사들의 구타로 사망한 윤모 일병과 부대내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동료 부대원들에게 총격을 가한 임모병장을 빗대어 '못견디면 윤일병 견뎌내면 임병장'이라는 말도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 해 11월 대한 예수교 장로회 총회(통합) 99회 총회 정책문서로 발표된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이하 지침서)는 통합측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PDF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자살 문제에 대해 <지침서>를 발표한 통합측의 노고를 높이 살만하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가 집필 책임을 맡고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학교), 김경진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박형국 교수(한림대 인문한국연구단), 육성필 교수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박천응 목사(사회문제위원장), 이승열 목사(사회봉사부 총무), 조용희 목사(생명신학협의회 사무국장)이 집필을 맡은 <지침서>를 PDF파일을 통해 살펴 봤다.

<지침서>는 생명은 성삼위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라는 고백을 전제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도 금지하고 성경은 어떤 경우에도 자살을 결코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칼뱅은 십계명의 살인금지 계명을 결코 자살과 관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 학생자살을 소재로 삼은 영화 <여고 괴담 5>포스터

그런 점에서 자살은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고유한 권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죄악의 행위라고 밝힌다. "이생의 현실적인 고통 – 그것이 아무리 크고 심하다 하더라도 – 을 피하기 위해 자살을 감행하 는 것은 그릇된 것"이며, “삶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보다 작은 악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악을 선택하는 것”(아퀴나스, 『신학대전』2부의 2부 64문 제 5절 참조). 이기 때문이다.

자살은 이처럼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직면한 생명 상실의 현실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되는 최고의 덕목은 바로 긍휼의 정의이기에 자살한 자와 그 가족을 긍휼의 차원에서 돌보아야 한다. 즉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용인할 수는 없지만 정죄보다는 생명에 대한 긍휼의 정의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수께서 선포하시고 몸소 실천하신 생명복음의 근본정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지침서>는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침서>는생명의 복음은 이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의 눈으로 무수한 생명 상실을 야기하는 암울한 시대정신의 배후에 도사린 사탄의 역사를 깊이 통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성경이 증언하는 생명의 복음과 신학의 생명존중 사상들에 비추어 볼 때 스스 로 생명을 끊는 행위를 정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살자들에 대한 애도와 장례를 금지해야 하는가' 라는 항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교회는 자살자들에 대한 애도와 장례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한 적이 있었다. 563년의 브라가 공의회는 자살자들을 위해 장례에서 성만찬을 시행하고 시편을 찬양하는 것을 금 지했다. 그 이후 수세기 동안 중세 가톨릭교회는 참회 없이 자살을 범한 사람들이 용서받 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하면서 거룩하게 구별한 묘지에 묻히는 것을 금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 같은 신학자들은 생명의 권리는 오직 하나님께 귀속 된다는 입장에서 자살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자살자의 시신이나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 적인 처사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칼뱅도 자살자들을 모욕하기 위해 자살자들 의 매장 예식을 금지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Watt “칼뱅의 자살론” 참조).

한 때 교회가 취한 자살자들의 시신과 유족들에 대한 엄격하고 가혹한 입장은 성삼위 하 나님의 긍휼의 정의를 무시한 채 생명의 복음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자살을 용인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생각과 판단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긍휼의 정의에 기대어 생명 상실을 함께 애도하고 비탄에 빠진 이웃들을 회개 와 용서를 통해 화해와 치유로 인도하는 공동체 회복의 예식은 생명복음의 근본정신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살아남은 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슬픈 일인지를 알고 있다(요11:32-33; 20:11 참 조).(문서 PDF판 11쪽)

 

그러므로 교회는 자살이라는 사건 보다는 매일 40여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교회의 소명을 새롭게 해야 한다

1) 한국교회는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21세기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생명 상실과 파괴의 아픔에 참여하면서 하나님나라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사도적인 정체성과 소명 및 책임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2)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겸비를 본받아 하나님의 긍휼의 정의로 상처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회를 치유하고 화해시켜야 할 것이다.

3) 한국교회는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예배, 교육, 친교, 선교, 봉사를 통합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생명공 동체를 회복하는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불신앙의 행위로 직시하면서도 영원히 저주 받을 범죄로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공동체의 모순을 직시하고 생명살림의 목회로 나가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부록으로는 자살자의 장례를 위한 예배문이 들어있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통합측의 <지침서>가 죽음과 자살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비교적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로 보여진다.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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