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
  • 강만원
  • 승인 2015.03.02 1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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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 강만원 ⓒ <뉴스 M>

한국의 개신교회(이하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가르침에 순종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끊임없는 비리와 부정으로 언론 매체를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모습에 대해서 “개신교 역사상 가장 타락했다”는 짙은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도무지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한국교회의 처참한 실상에 대해서 기독교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한국의 개신교인들의 숫자는 지금의 절반인 400만명 정도에 머물 뿐만 아니라 교회당에 노인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연령별 공동현상이 뚜렷히 나타나리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한국 교회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서 ‘자업자득’이라는 비아냥마저 교계 안팍에서 쉴새없이 들리고 있지만, 누군들 감히 나서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4년 1월에 발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신뢰도가19.4%에 머물면서 성인 10명 가운데 2명이 채 못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신뢰한다’고 대답한 반면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무려 44.6%에 달했다. 가톨릭의 신뢰도가 29.2%였고 불교가 28.0%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3대 종교에서 개신교는 여지없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톨릭이 32.7%, 불교가 26.6%인데 비해서 개신교의 신뢰도는 고작 8.6%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되면 한국 교회의 앞날은 가히 절망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고도의 부흥을 이뤘던 한국교회가 성장은커녕 나날이 퇴보를 가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교회 목사들의 고질적인 비리와 타락이 결정적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개신교를 외면하는 원인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24%), ‘불투명한 재정사용’(22.8%), ‘교회지도자들의 부정’(21%), ‘교회성장주의(19.5%)’가 선두를 차지한다. 제시된 항목들을 보면 목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개(별)교회주의‘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는 ‘개교회’의 당회장으로서 교회의 전권을 장악한 ‘오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처럼 목사가 사실상 교회 운영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세상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외면하는 주된 원인들, 이를테면 ‘재정 비리’나 ‘교회성장주의’, ‘교회지도자의 부정’은 목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담임목사는 마치 사기업의 주인인양 교회의 재정을 개인금고 다루듯이 좌지우지하며, 인사와 행정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교회의 운영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세상의 신뢰를 잃은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보다 목사들의 책임이라는 날선 비판을 곧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교회의 타락을 부추킨 장본인은 소수의 ‘비리 목사들’이라고 볼멘 소리하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문제를 일으킨 비리 목사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일부 목사들’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지닌 ‘주류 목사들’이라는 점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한목협’(한국목회자협의회)에서 목회자들을 상대로 “한국교회에서 가장 닮고 싶은 목사가 누구인가?”라는 설문서를 돌린 적이 있었다. 압도적인 1위가 조용기 목사였고, 김삼환, 김홍도, 오정현 목사가 뒤를 이었다. 다시말해, 이들처럼 부정과 불의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던 비리 목사들은 소수의 목사들이 아니라 한국교회 대부분 목사들의 로망이며 우상이다. 요컨대 그들의 부정은 한국교회 목사들, 나아가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타락을 상징한다.

단일규모로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명성(?)에 걸맞게 ‘교회 재벌’의 면모를 과시하며 온 가족이 순복음재단의 산하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대학과 언론사를 비롯해서 종교와 무관한 사기업에 이르기까지,천문학적인 교횟돈을 유용해서 순복음재단은 재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조용기 목사와 장남 조희준이 수백 억의 횡령혐의로 나란히 법정에 서서, 아들은 법정 구속을 당하고 아버지는 징역형을 선고받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세계최대 감리교단을 이끈’ 김홍도 목사는 누군가? 기감(기독교대한감리회)의 수장인 감독회장을 역임했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과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명예회장으로 화려한 경력을 지닌 김홍도 목사는 이미 오래전에 MBC ‘PD 수첩’을 통해서 그동안 숨겨졌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며 세상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장본인이 아닌가? 거액의 횡령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뿐 아니라, 같은 교회의 여권사와 저지른 간통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억대의 뒷돈을 지불했던 인물이다. 더욱이, 아들인 김정민 목사에게 마치 개인 재산을 상속하듯이 금란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넘긴 김홍도 목사는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의 원조이기도 하다. 사기미수와 무고 혐의로 법정구속돼서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인 김홍도 목사의 부정은 과거의 흘러간 일이 아니라 엄연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어떤가? ‘논문 표절’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그는 거듭되는 거짓말로 사랑의 교회 교인들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수많은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떠밀려 오정현 목사는 ‘자숙 기간’을 갖겠다며 6개월간 강단을 떠났다. ‘논문 표절 조사위원회’의 최종 판단에 따라서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랑의 교회에서 즉각 사퇴하겠다고 교인들 앞에서 호언장담했지만, 사퇴는커녕 마치 성전聖戰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서초 성전’에 입성해서 여전히 담임목사로서 교회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다. 결국 회개를 위한 자숙이 아니라 잠시 외유를 즐긴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교회성장주의’를 비판하면서 정작 오정현 목사의 야심작인 ‘사랑의 교회 서초 성전’을 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회 건물’이라는 사랑의 교회 서초 센터(SGMC)는 한국교회를 근본부터 타락시키고 있는 맘모니즘의 대표적인 상징이며, 예수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가증한 배교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한국교회의 타락한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어떤 사람인들 교회를 신뢰할 수 있으며, 영혼 구원을 내세우는 진정한 종교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한국 교회를 타락과 침체의 수렁으로 이끈 주된 원인이 이처럼 목사들의 비리라면, 한국교회의 재건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목사의 자질’을 지적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무턱대고 동의하기는 힘들다. 우선, ‘자질’의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물론, 단기간의 졸속적인 신학교육을 받거나, 돈만 내면 심지어 수업을 받지 않고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사역자 양성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신학 대학교에서 정상적인 신학 수업을 받고, 나아가 박사학위를 포함해서 화려한 스펙까지 곁들인 목사들은 공적인 자질을 갖춘 목사이기 때문에 ‘온전한 사역자’로서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인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외형적인 스펙을 두루 갖춘 목사들이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들의 부정과 불의가 한국교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목회자로서 자질의 예를 들자면, ‘청년 목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전병욱 목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교인이 100명 남짓했던 삼일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했던 전병욱 목사는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면서 ‘한국교회의 떠오르는 별’로 교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교회 차세대 리더 10인”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고, 특히 청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서 이른바 ‘청년 목회’의 상징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전병욱 목사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해서 삼일교회는 그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10년 동안에 교인수가 무려 2만이 넘는 초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이쯤되면 명실공히 한국교회의 신화적인 존재가 아닌가? 이런 전병욱 목사를 어떤 기준에서 자질이 없는 목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한국교회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가히 신화적인 존재로 이름을 떨치는 뒤안길에서 전병욱 목사는 젊은 여신도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벌였다. 목사실로 여신도를 불러들여 구강성교를 요구했는가 하면, 은밀한 신체 접촉은 다반사였다.결국 십수 년에 걸쳐서 수십 명에 이르는 상습적인 성추행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병욱 목사는 부득불 삼일교회를 떠났지만, 전별금으로 수령한 13억으로 인근에 다시 ‘홍대새교회’를 개척해서 지금도 ‘청년 목회’에 열중이다.

개신교 목사들의 타락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일부 목사들의 인성이나 자질 부족에서 비롯되는 지엽적인 현상이 아니다. 한국교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이 단지 그의 성품이 타락했고, 목사로서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인들로부터 수천 억의 건축헌금을 거둬들여서 ‘맘몬의 성전’을 헌정한 오정현 목사의 행동이 단순히 자질 부족이라고 치부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들의 부정이 교회를 타락시키고, 한국교회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은 분명히 일리가 있지만, 한국교회의 치명적인 문제는 목사들의 개인적인 타락 이전에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다시말해, 한국교회를 개신교 역사상 유례없는 타락의 길로 이끈 요인은 단순히 목사들의 저급한 자질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인 ‘말씀’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다.

목사의 인성이나 자질을 넘어서 일부에서는, 특히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목사들의 비리와 한국교회가 끝모르게 타락하는 원인을 ‘신학적 빈곤’이나 ‘신학의 부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주장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2000년이라는 기나긴 기독교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한 순간도 신학이 소홀했던 시대가 없었다. 신학의 부재나 빈곤이 아니라, ‘말씀’을 전하는 도구의 역할에서 벗어나서 신학이 오히려 말씀을 지배하려는 신학의 과잉이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전병욱과 오정현 목사가 신학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며 끝내 비리와 타락의 수렁에 빠졌는가? 그들은 ‘신학적인 맹인’이 아니라 ‘성경적인 맹인, 영적인 맹인’이다. 만약에 그들이 말씀을 온전히 깨달았다면 허튼 회개로 세상의 조롱을 당하고, 주께서 무섭게 질타하신 ‘외형주의’에 사로잡혀서 예배당 건축에 그토록 혈안이 되었을까? 요컨대 한국교회의 타락은 신학적 빈곤이나 부재가 아니라, 종교와 신학에 반드시 앞서야 하는 말씀의 부재와 더불어 왜곡에 따른 해석과 적용의 중대한 오류에 기인한다.

예를들면, 상습적인 성추행이 발각된 뒤에 “삼일교회와 하나님 앞에서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하며 교회를 떠났던 전병욱 목사는 삼일교회 인근에 ‘홍대 새교회’를 개척하면서 유명한 회개론을 펼쳤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회개는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지 사람들 앞에서 한답니까?” 그의 주장이 나름대로 신학적인 근거가 있을지 모르지만, 성경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구차한 변명일 뿐 결코 진정한 회개일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회개는 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말이나 생각으로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교인들 앞에서 공적으로 죄를 고백하고, 교인들로부터 죄를 용서받는 것이 회개의 성경적 기준이다. 비리 목사들의 치명적인 문제는 죄를 넘어서, 죄에서 돌이켜 온전히 회개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신학의 빈곤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영적 무지에 따른 말씀의 부재이자 왜곡에 기인한다.

불법과 특혜 시비로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마침내 3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회 건물’인 ‘서초센터’를 지은 오정현은 입당식에서 잔뜩 들뜬 목소리로, “모두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고 외쳤다. 결국 “하나님이 성전을 건축하셨다”는 말인데, 그의 주장에 과연 성경적인 근거가 있을까?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의 위용에 감탄하는 제자들에게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고 선언했다. 새로운 신약시대에 성전은 ‘무너지는 돌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는 ‘성전의 제사가 아니라’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는 복음의 시대라고 분명히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오정현 목사가 생각하는 예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 예수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목사의 부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한국교회가 이토록 타락한 책임은 결코 목사만의 일방적인 책임이 아니다. 한국교회를 타락의 길로 내몬 책임은 목사를 비롯해서 모든 교인들에게 있다. 맹신도가 없으면 교인들의 맹신에 기생하는 비리 목사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타락의 책임은 말씀을 올곧게 깨닫지 못한 교인들의 ‘영적 무지와 불순종’에 기인한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성균관 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의 저자이며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 단순한 열정,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신이 된 예수, 루나의 예언,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예수의 역사와 신성 외 다수의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아르케 처치'에서 성경강의 및 번역,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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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5-03-06 23:07:30
옥한흠 목사님께서 책임은 교인이 아니고 목회자에게 있다고 영화에서 나와요. 100프로 목회자 책임입니다. 타락의 책임을 교인들에게 돌리지 마세요.예수님은 그런 교인들의 어리석음을 이미 아셨고, 비난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타락으로 몰고 간 것은 목사들의 저변에 깔린 욕심이며, 그 욕심을 바탕으로 교인을 이용한 결과 이렇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