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장로 잔혹사, 장로 불신 키워
잇따른 장로 잔혹사, 장로 불신 키워
  • 지유석
  • 승인 2015.04.1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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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정옥근 전 참모총장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까지

바야흐로 장로 불신시대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그리고 자원외교 비리의 첫 수사대상에 올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까지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은 예외 없이 장로였다. 

정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월31일(토)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수주 등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으로부터 7억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 총장은 4월6일(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정당한 광고계약을 하고 받은 돈일 뿐 뇌물은 아니다”는 논리를 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정 전 총장은 2008년3월 제27대 해군 참모총장에 취임했으며, 그해 5월 김국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임마누엘 교회에선 그의 취임을 축하하는 감사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취임 예배엔 김홍도 목사, 곽선희 목사 등이 참석했다. 김 목사는 설교를 통해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한없이 낮은 자리에 오셨다”며 “직책이 높아질수록 한 옥타브 낮추는 지혜를 통해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장은 “재임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크고, 넓고, 깊이 있게 쓰임받기를 바란다. 특별히 해군장병들의 바른 신앙전력화를 위하여 기도와 헌신으로 목적지향적인 섬김을 다하여 한국교회의 군선교 역사에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이런 포부가 무색하게 방산비리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 서산중앙감리교회 장로인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전 실장과 허태열 전 실장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교회를 돈세탁 창구로 이용한 장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은 점입가경이다. 무기중개상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국민일보>를 통해 “장로로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남전도회 전국연합회 임원, 한국성결신문 운영위원장, 서울신대 이사 등을 맡으며 평신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독 실업인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 3월 구속됐다. 2009년 터키 방위산업체 하벨산으로부터 전자전 훈련장비(EWTS)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국내 개발비 명목으로 가격을 9,617만 달러(약 1,101억 원)로 부풀리고 거액을 챙긴 혐의다. 여기에 이 회장이 해외에서 사온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개발한 것처럼 위장하려다 문제가 생기자 아예 프로그램을 빼내려고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은 수사과정에서 이 회장이 장로로 시무하는 서울 돈암동 본성결교회에 밀실을 갖춰놓고 돈세탁 창구로 활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교회를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2004년에도 구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원리금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 받는, 이른바 ‘불곰’ 사업에 개입하면서 이 교회를 돈세탁에 이용하기도 했다. 본성결교회는 원래 돈암동교회였다가 불곰 사업 비리를 통해 현재 이름으로 바꿨는데, 이번에 또 다시 비리에 연루된 것이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충남 서산중앙감리교회 장로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해 200억 원대의 횡령과 2,000억 원대의 사기 대출을 한 혐의를 포착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성 전 회장은 4월8일(수)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했고, 다음 날인 9일(목) 유서를 쓰고 잠적했다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미화 10만 달러와 7억 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특히 성 전 회장은 2007년 허 전 실장(당시 선거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7억 원을 건넸다고 하면서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밝혀 이 돈이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경선 후보)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났고 그 뒤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성 전 회장이 장로로 시무하던 서산중앙감리교회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일단 교회는 그의 장례를 집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성 전 회장이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서산시기독교연합회는 이 교회에서 당선 감사 예배를 봉헌한 바 있다. 이 교회 봉명종 담임목사는 오는 13일(월) 열릴 성 전 회장의 장례예배를 집전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헌법은 장로 직분에 대해 “목사와 협력하여 교회행정과 권징을 관장하며, 교우들이 교의를 잘못 이해하거나 도덕적인 잘못을 하지 않도록 권면하되, 만약 잘못에 대해 권면을 했는데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교회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타 교단들도 비슷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장로 임직 시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그러다보니 삶의 궤적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장로에 임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등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로들의 사례는 한국교회 장로 임직 시스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지유석 기자 / <베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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