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은행을 운영한다고?
교회가 은행을 운영한다고?
  • 박지호
  • 승인 2007.02.24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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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시카고 헤브론교회, 가난한 이들 돕는 '사랑의 씨앗 은행'

아름다운 거목도 생명력을 지닌 한 알의 씨앗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시카고 헤브론교회(담임목사 송용걸)도 ‘사랑의 씨앗’을 심기로 했단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이 다시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교회가 있어야죠”

▲ 헤브론교회 송용걸 목사. 송 목사는 "앞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헤브론교회 홈페이지)
헤브론교회가 심기로 한 ‘사랑의 씨앗’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소액 대출 프로젝트다. 담보도 필요 없고, 이자도 낼 필요 없으며,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 갚을 형편이 허락할 때 갚으면 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헤브론교회는 예산 중 10만 불을 따로 떼어 사랑의 구좌를 개설했다. 여기에 후원자들의 예금, 지금 이자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가정마다 500불 이하의 소액 대출을 위주로 진행하되, 1년에 2회는 대출이 가능하다. 한도액은 점차 늘려갈 생각이다.

‘사랑의 씨앗’은 전기, 가스, 의약품, 식료품 등을 살 돈조차 없는 이웃을 돕기 위한 것이다. 송 목사는 응급처치용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말 급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말이다. 그들이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겠다고 송 목사는 말했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목회를 하면서 적은 돈 조차도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는 송 목사는 “교회가 이런 이웃을 도울 수 없을까 고민했었는데, 이제야 시작한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민 생활이 어려워요. 당장 돈이 없어 가스비를 못 내도, 먹을 게 떨어져도, 아이들이 아파도 손 벌릴 곳이 없어요. 한국은 그나마 친구도 있고 친척도 있지만, 여기는 그런 인적 인프라가 없다 보니 어려울 때 막막한 거죠. 이런 분들을 도와야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필요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쓰고 나중에 갚도록 하는 거죠.”

2월 12일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6명에게 총 3,000불이 지급되었다. 실무 담당자인 석태희 행정목사는 “생각보다 수요자가 많다”며 “시카고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요청이 많지만, 현재로선 힘들고 앞으로 점차 범위를 확대해 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 지난해 7월 카트리나로 페허가 된 뉴올리언즈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헤브론교회 단기선교팀. (헤브론교회 홈페이지)
한인봉사단체들 반색 “유용하게 쓰일 것”

시카고에서 가장 큰 교회로 알려진 헤브론교회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한인봉사단체들도 반기고 있다. 시카고 ‘여성핫라인’ 유경란 사무총장은 “교회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하는 진행하는 것은 드물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급하게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갑자기 어려워진 분들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도록 우리가 돕는데, 그 기간 동안 생활비가 없어 힘들 때가 종종 있다”며 기금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신청은 추천을 받거나, 본인일 경우 헤브론교회, 시카고 한인사회복지회, 시카고 여성핫라인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접수된 신청서는 간단한 심사를 거쳐 은행장을 통해 대출된다. 

관련 문의 : 헤브론교회(847-394-8454) 사랑의 씨앗은행 홈페이지(http://www.hebron.org/HBEvents/loveseed.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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