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육열이 낳은 한 편의 비극
한인 교육열이 낳은 한 편의 비극
  • news M
  • 승인 2015.06.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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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김정윤 양 오보 사건 - 한인 부모들의 자성 계기 되어야

<미주 중앙일보>가 최초로 보도하고 한국언론을 받아쓰기 한 '천재 소녀' 김정윤(18) 양의 기사가 결국 오보로 판명 났다. 김정윤 양이 하버드·스탠퍼드 대학 두 곳에서 동시 입학을 제안받았다는 기사를 최초 보도한 전영완 객원 기자는 오보를 인정, 사과했고, <미주 중앙일보>도 회사 차원에서 오보를 인정하고 지면을 통해 사과했다.

버지니아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를 졸업한 김정윤(18·새라)양이 지난해 말 하버드에 조기 합격했을 뿐 아니라 스탠퍼드와 MIT, 칼텍, 코넬 등 최고의 명문대에 모두 합격했다는 지난 6월 3일 <미주중앙일보> 의 보도를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쓰기 함으로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명문대 동시입학이라는 경우가 뛰어난 학생들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김양의 경우 김양의 재능을 높이 산 하버드와 스탠퍼드 측이 두 학교를 동시에 다닐 수 있도록 입학을 허락했다는 초유의 사실이 네티즌들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의혹은 '오늘의 유머', '미시유에스에이'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었다. 

네티즌들은 김양이 미국식 수학능력시험인 SAT와 ACT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두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 미 교육부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이 올라가게 되는데, 김양의 기록은 확인할 수 없었던 것. 또한 김양이 올해 토머스제퍼슨고에서 학점 4.6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올해 토머스제퍼슨고 수석은 인도 학생으로 학점 4.57을 받았다는 것이다.

▲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제기된 의혹들, 홈페이지 갈무리

뒤늦게 의혹에 관심을 가진 한국 매체들이 학교 당국과 연락을 취한 결과 스탠퍼드 당국자는 "스탠퍼드와 하버드 양측에서 수학한 뒤 졸업장을 어느 한쪽에서 받는 조건으로 입학하는 특별 전형이 우리학교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합격증이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향신문>은 애나 코웬호번 하버드대 공보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10일 “김정윤 양이 갖고 있는 하버드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코웬호번 팀장은 김 양의 아버지인 김정욱 넥슨 전무가 경향신문에 제공한 합격증을 보내 진위 위부를 묻자 이같이 밝혔다. 코웬호번 팀장은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스탠퍼드대에 2년 간 수학한 뒤 하버드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어느 한 쪽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K 뉴스>의 김양 아버지 김정욱 씨 인터뷰 기사는 "식탁 겸 책상에서 늘 대화했죠"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하지만 김정욱 씨는 2008년 미국에 부임한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으로 2013년부터 한국에서 넥센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이는 김정욱씨 개인블로그에 실린 마지막 기사를 추정해 <중앙일보> 퇴사 시점으로 계산한 것으로 워싱턴 특파원을 끝낸 시점이 퇴사보다 빨랐을 것을 가정하면 더 일찍 한국에 귀국했을 수도 있다. 보통 3년의 특파원 파견 시기를 고려하면 김양의 고교 시절 동안 아버지와 떨어져 지냈을 수도 있다. 대학입학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교 시절 아버지와 식탁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지난 2012년 12월 19일 기사가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중앙일보>의 김정욱 기자 개인 블로그에는 특이하게 생년월일이 1975년생으로 되어 있다. 만 40세의 아버지가 대학 입학 연령대의 자녀를 두는 일이 가능할 수 있지만 언론에서 47세로 소개되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각 언론은 오보를 시인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규명을 못하고 있다. 김정윤양 가족의 거짓인지, 브로커의 사기인지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대학 지원자를 둔 한국 학부모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입 학원의 에세이 대필'을 비롯한 각종 소문들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입학 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세이 작성이 수험생 자신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명문대 출신들에 의한 대필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험생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혀 쓴 에세이는 입학 사정에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김정윤 양 가족 역시 피해자라면 학생의 대학 입학 지원 절차 모두가 브로커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 자신이 입시 원서를 작성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브로커가 대행했다는 말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최고의 교육 기관인 대학에 진학하는 주체적 학생이 아니라 시장에 던져진 상품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소문들이 그치지 않는 것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의 인성에 신경을 쓰거나 독립된 개체로서 성장하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 '명문대 합격'이라는 데만 연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에 대한 자성이 없는 한 앞으로 제2, 제 3의 김정윤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오보 사건은 코미디가 아니라 비극이다.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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